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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원은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은세공사이자 귀금속 거래업자인 존 혼비가 거래업체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령해 금고에 보관했는데, 다음 날 금고를 열어보니 다이아몬드 원석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특이한 점은 다이아몬드 원석 위에 올려둔 종이쪽지, 존 혼비가 직접 다이아몬드 원석을 넣은 시각과 서명을 남겨둔 종이 쪽지, 에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지문을 남긴 사람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문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싱겁게도 금방 밝혀진다.
바로 존 혼비의 조카 중 한 명인 루벤 혼비였다. 그런데 지문이 루벤 혼비의 것이고 그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특정되자, 존 혼비는 물론이고 그의 아내, 그리고 수양딸 깁슨 양 등이 한 목소리로 루벤은 절대 범인일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평소 행실이나 사람됨으로 판단하자면, 루벤은 돈에 무심한 편이라는 사람들의 견해는 옳은 것 같았다.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하면 어떻게든 유죄 선고를 내리려 하지. 만약 그 용의자가 결백하다 해도 그건 그 사람의 문제지 경찰이 상관할 문제가 아닌 거야. 용의자 본인이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거라네. 이런 시스템은 치명적이지. 특히 경찰관의 업무 능력이 범인을 얼마나 많이 잡아들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체포한 용의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려고 유도하기 마련이야. 입법 절차라는 게 원래 그렇다니까. 변호사들은 학구적인 토론이나 진실 추구에는 관심도 없고,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의 진실이나 심지어 자기 자신의 생각까지도 무시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판에서 이기려고만 해. 바로 그래서 변호사들과 과학적 증인 사이에 마찰이 그렇게 많은 거라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인 1907년에 R. 오스틴 프리먼이 사법 제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저 말들이 현재에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R. 오스틴 프리먼이 의사 출신의 손다이크 박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첫 소설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인기를 끌자 <피어슨 매거진>은 '셜록 홈즈 시리즈'로 인기를 끌던 <스트랜드 매거진>에 대항하기 위해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의 연재를 권유했다고 한다. 작가는 손다이크 박사가 등장하는 소설을 1943년 사망할 때까지 거의 매년 집필했다고 한다.
손다이크 박사는 풍부한 법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물적 증거를 수집해 과학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때로는 법정에서 증거가 어떤 식으로 조작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가 게임하듯 진행하는 이 실험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들이 모두 참가할 수 밖에 없는데, 언제나 승자는 손다이크 박사이다. 그의 조력자로는 의학박사 저비스가 있고, 손재주가 좋은 충실한 심복 폴튼이 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한다.
한편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은 지문감식법이 수사에 막 도입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씌여진 소설인데, 지문의 위조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지문감식 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