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혀
앤드루 윌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주인공 애덤 우즈는 미술사를 전공한 뒤 소설을 써보겠다는 꿈을 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건너간다. 당초엔 입주과외교사 노릇을 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틀어져 고든 크레이스라는 은둔 작가의 집에 비서로 들어게 된다. 

그런데 이 고든 크레이스라는 인물이 상당히 괴짜였다. 그는 수십년 전 <토론 모임>이라는 작품을 발표해 평단의 찬사와 대중적 성공 모두를 거머쥐었으나, 그 뒤 절필하고 세상과 담을 쌓은 채 베네치아의 자택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애덤 우즈는 쓰레기 하치장 같은 욕실과 부엌, 서재를 차근히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통의 흥미로운 편지를 발견한다. 한 통은, 라비니아 매든이라는 작가로부터 온 편지였는데 크레이스에 관한 전기를 쓰고 싶으니 허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한 통은, M.쇼라는 중년여성이 보낸 편지로 '그 아이의 죽음을 잊지 않았다면 빨리 돈을 보내라'는 내용의, 일종의 협박편지였다.

애덤 우즈는 이 두 통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는데, 크레이스에 관한 전기를 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크레이스를 관찰하면서 M.쇼의 편지에서 암시하는 비밀도 풀고, 라비니아 매든이 그동안 모아온 자료까지 입수한다면 책의 반은 완성한 거나 다름 없었다.


애덤 우즈는 크레이스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핑계를 대고 일주일의 휴가를 얻어 M.쇼와 라비니아 매든을 만난다. M.쇼로부터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의 일기장을 얻은 애덤은 크리스토퍼와 크레이스가 동성연인 관계였음을 알아낸다.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은 본래 크레이스의 제자였는데, 학교를 졸업한 뒤 크레이스와 함께 살면서 창작활동을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크리스토퍼가 자살해버렸고, 경찰도 사건을 종결처리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엔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전기의 완성에 필수적인 요소 같았다.

다음으로 라비니아 매든을 만난 애덤은 크레이스가 전기를 출판하기로 결정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자료를 빼내는데 성공한다. 얼마 뒤 그녀가 귀찮아진 애덤은 그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녀의 말, 자신이 크리스토퍼와 꼭 닮은 외모를 가졌다는 말이었다.


다시 베네치아로 돌아온 애덤은 크레이스가 발표하지 않은 원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집안 곳곳을 뒤진다. 크레이스는 크리스토퍼의 아픈 가족사를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가 자살하면서 '만약 크레이스가 자신의 가족사를 소설로 발표한다면, 자신의 일기장과 유서를 언론에 공개하라'는 내용을 어머니에게 유서로 남겼고, 크레이스는 이 유서 때문에 오랫동안 절필할 수밖에 없었다. 

수면제에 취해 크레이스가 잠이 들자 애덤은 서재를 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시 뒤 크레이스가 권총을 들고 나타나 둘은 한바탕 격투를 벌인다. 크레이스는 수면제를 먹은 적이 없었다. 그는 그동안 애덤이 벌여온 모든 일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다.

간신히 크레이스를 제압한 애덤이 크레이스가 남겨둔 힌트에 따라 원고를 찾는다. 원고의 제목은 <거짓말 하는 혀>였고, 주인공은 애덤이었다. 크레이스는 과거 크리스토퍼를 곁에 두고 소설을 썼 듯, 이번엔 애덤을 옆에 두고 소설을 쓴 것이다.


바티스타 델 모로의 <명성에 관한 비유>와 관련한 구절


"저는 세상 사람들이 갈망하는 여자에요. 저를 통해 사람들은 죽은 뒤에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악이나 선이 약탈품이나 영예로운 제국을 얻기 위해 군사를 움직일 때, 저는 전자에게는 불명예, 후자에게는 명예가 된답니다. 악은 제게서 비난만 가져가지만 선은 영예와 승리, 왕관을 가져가죠."


1967년에 태어난 앤드루 윌슨은 저널리스트로 영국 주요 일간지에 글을 써왔다. 2003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삶을 다룬 첫 작품 <아름다운 그림자>로 미국에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다. <거짓말하는 혀> 역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주꾼 리플리>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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