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아다다 (외) 범우 사르비아 총서 314
계용묵 지음 / 범우사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백치 아다다(1935)


아다다는 태어나면서부터 벙어리였다. 정한 곳에 시집가기 어려웠으므로 땅을 지참금으로 묶어 보냈다. 5년간은 남편과 시부모의 사랑을 받았으나, 남편은 벙어리 아내가 슬슬 지겨워졌다. 그즈음 안동현에 건너갔던 남편이 투기 바람을 잘 타서 돈 2만원을 손에 쥔다. 첩과 함께 돌아온 남편은 아다다에게 매일같이 매를 안겨 주었고, 견디다 못한 아다다는 친정집으로 도망쳐온다. 하지만 친접집에서의 구박도 자심해 아다다는 수롱에게 도망친다. 수롱은 벙어리여도 아내가 생겨 좋았다. 둘은 바닷가로 도망치고, 수롱은 그동안 모은 돈을 아다다에게 보여주며 땅을 사서 행복하게 살자고 말한다.

다음 날 새벽, 아다다는 돈뭉치를 꺼내어 바닷가로 들고 나가 물 속에 훌훌 버린다. 돈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에서 깬 수롱이 아다다와 돈뭉치가 없어진 걸 알고 바닷가로 갔다가 아다다의 하는 양을 보고 화가 나서 아다다를 발길질한다. 아다다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병풍에 그린 닭이(1939)


아들을 낳지 못하자 시어미가 구박했고, 남편은 얼마 뒤 첩을 봤다. 답답한 여자는 바늘통을 판 밑천으로 굿판에 가서 성주님께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빈다. 하지만 밤중에 나돌아다녔다는 이유로 시어미로부터 욕을 먹고 남편이 안겨주는 매를 맞는다. 견디다 못해 엿장수 늙은이 집으로 도망가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최서방(1927)


농사를 지어 타작을 했으나 지주에게 모조리 빼앗긴 최서방은 눈물을 머금고 서간도로 떠난다


인두지주(1928)


S시 산업박람회에 간 경수는 우연히 사람거미를 구경한다. 그런데 그 사람거미가 경수를 보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알고보니 거미는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창오였다. 창오는 XX탄광에서 사고가 나 두 다리를 잃고 거미의 탈을 쓰고 구경거리가 되어 돈을 벌고 있었다. 경수는 창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함께 하자고 넌지시 권할 작정이다.


캉가루의 조상이(1939)


문보 집안은 대대로 병신이 태어났고, 자신도 그렇다. 미자가 문보를 좋아해 쫓아다니지만 문보는 불행한 유전자를 대물림하기 싫었으므로 편지를 남긴 채 도망치고 만다.


청춘도(1939)


백수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나'와 폐병으로 언제 죽을지 몰라 비애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는 금자에 대한 초상화


붕우도(1934)


'나'와 조군은 막역한 사이지만 어떤 사건으로 틀어져 한동안 냉랭하다. 둘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싶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빤히 들여다 보이는 수싸움을 한다.


심원(1938)


한 때 큰 뜻을 품고 생활했으나 이제는 아가씨를 내세워 술장사를 하는 성재라는 사내의 이야기


마부(1939)


응팔은 마누라가 돈을 가지고 도망간 뒤로 예쁜 여자만 보면 화가 난다. 그래서 이번에 착실히 모은 돈으로 행랑 영감 딸 닌네를 마누라로 얻을 작정이다. 닌네는 얼굴도 못생기고 애교도 없으니 도망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응팔의 돈을 맡아둔 행랑영감은 딴 속셈이 있다. 종 삼월이를 응팔에게 시집 보내면서 응팔의 돈을 꿀꺽할 심산인 것이다. 행랑영감이 속셈을 구체화하려고 삼월이를 자꾸 권하자 응팔은 행랑영감의 돈을 몰래 훔친다. 다음 날 경찰이 들이닥쳐 응팔이를 끌고간다.


신기루(1940)


정암은 애초에 높은 뜻을 품고 있었으나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시작한 술집이 잘되자 마음이 바뀐다. 폐병에 걸린 하루코를 혹사시켜 돈을 우려내는가 하면, 한군에게 제공하기로 한 자금도 구차한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어느 날 왕가를 따라 여자를 사러 간 정암은 도적떼에게 붙들려 돈을 모두 날린다. 정암은 왕가가 어찌 자기에게 이럴 수 있는가 분개하다가, 자신이 한군에게 한 행동도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시골노파(1941)


서울 구경온 시골 노파는 삶을 꾸려가는 일로 몸을 수고롭게 하는 것을 왜 부끄러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묘예(1941)


아들이 장성하고 손주가 무럭무럭 자라남에 따라 할아버지는 갈수록 쇠약해진다. 손주가 처음으로 일어설 때 호미를 들고 일어서자, 할아버지는 손주가 장차 농군이 되어 자신의 뒤를 이을 거라는 생각에 대견해 어쩔 줄 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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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평안북도 선천군에서 태어난 계용묵의 본명은 하태용으로 조부로 부터 한학을 배웠고 열다섯이 된 해에 안정옥과 결혼한다. 1920년 소년잡지 현상문예에 공모한 시가 2등으로 당선된 뒤 1921년 상경하여 김억, 염상섭, 남궁벽, 김동인 들과 잠시 교우한다. 중동학교, 휘문고보 등에서 잠시 수학하지만 조부의 반대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이 때 4년간 독서에 매진한다.

1924년 시 <봄이 왔네>가 <생장>지 현상에 당선, 단편소설 상환이 <조선문단>에 당선된 뒤 <최서방>, <인두지주>와 같은 경향성을 띤 소설을 발표한다. 일본 동양대학에서 잠시 수학하던 계용묵은 집안이 몰락하자 귀국한 뒤 기존의 작품과는 성향이 다른 <백치 아다다>를 1935년에 발표한다. 이 작품을 필두로 작가는 인생파적 경향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애욕과 물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던 계용묵은 1943년 8월 일본 천황 불경죄로 구속된 뒤 석방된 후 같은 해 12월 방송국에 취직하지만 일인과의 차별 대우를 이유로 3일만에 퇴직하고 만다.

1945년에는 정비석과 종합잡지 <대조(大潮)> 창간, 1948년에는 김억과 출판사 수선사(首善社) 창립, 1952년 월간 <신문화> 창간 등 작품활동과 출판활동을 병행하던 작가는 1961년 58세를 일기로 자택에서 타계한다.


계용묵 소설의 주인공들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잘못 된 결론으로 치닫거나 상황을 회피한다. <백치 아다다>는 돈을 바닷가에 버렸다가 연인의 한 발길질로 죽음에 이르고, <병풍에 그린 닭이>의 주인공은 실컷 매를 맞고 도망쳤다가 인습에 얽메어 제 발로 집에 돌아온다. <최서방>은 지주에게 대들지 못하고 서간도행을 택하고, <캉가루의 조상이>의 문보 역시 편지 한 장 남겨둔 채 도망친다. <마부>의 응팔은 어떤가?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지 못해 도둑질을 했다가 쇠고랑을 찬다.

계용묵의 소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민중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이 삶의 질곡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다소 가학적인 성향의 소설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수동적이고 답답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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