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그늘의 계절>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 <동기>에는 2000년 제53회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문 수상작 <동기>를 비롯하여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동기>는 커리어 출신 경찰 가이세 마사유키가 곤경에 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이세는 일선 경찰들이 경찰수첩을 항시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압박감을 덜어주기 위해 '경찰수첩 일괄보관 제도'를 기안하고, 다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밀어붙인다. 하지만 제도 시행직후 경찰수첩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가이세는 상급자와 반대론자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좌천될 위기에 처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마스카와. 하지만 그가 범인이라기엔 너무나 태연한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하나의 죄를 감추기 위해 다른 죄를 저지르는 내용은 그다지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긴장감에 있어서는 <역전의 여름>이 단연 압권이다. 주인공 야마모토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여고생과 정사를 나눈 직후 여고생이 돈을 요구해와 투닥거리다 실수로 살해하는 바람에 살인자가 되고 만다. 복역기간을 성실히 마친 뒤 사회에 복귀하려고 애를 쓰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내 시즈에와 아들 역시 야마모토를 백안시한다. 그에게 남은 한 가닥 희망은 돈을 벌어 시즈에에게 보내는 일.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이 겪었던 일과 매우 흡사한 일로 곤경을 겪는 한 남자의 살인청부. 그 남자는 끊임없이 돈을 보내오고, 마침내 야마모토는 남자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거액의 돈을 시즈에에게 보내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서.

살인하는 대목만은 시나리오를 변경하기로 한 야마모토. 하지만 정해진 장소로 간 야마모토는 오히려 칼에 찔리고 마는데... 전화를 걸어 살인청부를 의뢰하고 돈을 보내온 남자의 정체는 누구였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궁금증은 증폭된다.


소품 느낌의 <취재원>은 특종경쟁에 매몰되어 거짓 보도를 서슴지 않는 언론과, 출세욕에 눈이 먼 기자의 이야기이다. 소품 느낌이지만 심리 묘사는 쓸만하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밀실의 사람>은 재판 중 졸다가 아내의 이름을 부른 재판장의 이야기이다. 깜빡 졸았을 뿐인 그의 행동이 의외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나중에서야 자신이 졸았던 이유는 수면제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누가 왜 자신에게 수면제를 먹였을까?


신문기자로 활약하다가 미스터리 작가로 전향한 요코야마 히데오는 조직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에 천착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 <동기>와 <역전의 여름>은 TV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나오키상 심사위원들이 '현실성' 문제를 제기하며 낙선시키자, 나오키상 보이코트를 한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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