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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시간의 딸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48
조세핀 테이 지음, 문용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진리는 시간의 딸(The Daughter of Time)>은 조세핀 테이가 195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침대탐정의 역사사건 탐험'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상해를 입어 병원에 입원한 글랜트 경감에게 연인 마타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마타는 글랜트가 무료할 것을 걱정하여 여러가지 초상화를 가져다 주는데, 그 초상화 가운데 리처드 3세의 것이 있었다.
리처드 3세는 요크 왕가의 마지막 왕으로 형 에드워드 4세가 급사하자 조카들을 살해한 뒤 왕위를 공고히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교과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글랜트 경감은 초상화를 보고 어쩐지 리처드 3세가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한 인물은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방문객들에게 역사책을 청해 읽으며 사건을 재구성하던 글랜트 경감은 마침내 리처드 3세가 조카들을 잔인하게 살해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과, 후세의 역사가들이(거기엔 토머스 모어도 포함된다) 헨리 7세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리처드 3세를 부당하게 대접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물론, 리처드 3세가 누명을 썼을 수 있다는 가설을 조세핀 테이가 최초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탐정이 역사적인 사건에 개입하여 추리를 펼쳐나간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꽤나 참신한 설정이었다. 탐정소설 평론가 앤소니 버우처는 <진리는 시간의 딸>이 그해 나온 미스터리 소설 중 으뜸이라고 평가했고, 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이러한 설정을 이용하여 '진리란 단선적이고 절대적이지 않다'는 명제를 부각시키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작가는 씌여진 역사책이 모두 진실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데, 이러한 작가의 의견은 글랜트의 조수역을 자처한 캘러다인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진실은 이야기에 없고 회계장부에 있도다... 진정한 역사는, 역사로 씌여진 것 가운데는 없습니다. 옷값 계산서 속에, 왕실 내정비 속에, 개인의 편지 속에, 재산 목록 속에 있습니다.
역사책은 당대의 권력구도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실증적인 사료에 의해야 한다는 입장이 잘 드러난 말이다.
<건망증 있는 사람들(The Absent-Minded Coterie)>는 로버트 바가 1906년 발표한 단편집 <유제느 발몽의 승리(The Triumphs of Eugene Valmon)>에 수록된 단편이다. 건망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할부판매를 한 뒤 할부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하여 돈을 수금하는 악당의 이야기인데, 주인공 유제느 발몽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악당에게 당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