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귄 지 1년 된 연인 히데아키가 돌연 "나, 결혼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다카코는 무슨 말인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뒤 홀로 자취방으로 돌아온 뒤에야 다카코는 조금씩 머리가 냉정해지면서 슬픔에 잠긴다.

회사를 관두고 매일 잠으로 도피하던 다카코에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외삼촌이 전화를 걸어온다. 외삼촌은 중고서점들이 모여있는 진보초 역 인근에서 '모리사키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층에 방이 비어있으니 언제든 와서 마음껏 지내라고 했다. 아마도 다카코의 사정을 들은 어머니가 걱정이 되서 외삼촌에게 연락한 모양이었다.

규슈로 돌아오든지 모리사키 서점으로 가서 한동안 지내든지 택일해야 했던 다카코는 서점으로 가서 지내는 편을 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현대문학에 애정을 갖고 있는 손님들과 소박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마침내 히데아키를 찾아가 자신이 상처받았음을 분명히 이야기함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모모코 외숙모가 외삼촌에게 되돌아온 이야기와 다카코가 와다씨라는 상큼한 청년과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를 새로 시작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소설은 감수성 예민한 시기라면 그럭저럭 읽힐 내용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깊이 같은 것이 없어도 독특한 분위기만 있으면 가슴 찡할 시기가 아닌가. 하지만 40대에 접어는 나는 주인공의 아픔과 극복하는 과정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삶은 소설보다 훨씬 심각한 상처를 개인에게 남기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영상이 예쁠 것이라 생각했는데 휴가 아사코 감독, 기쿠치 아키코 주연,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개봉이 된 모양이다.


작품의 배경이 근현대 일본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이다 보니 작가와 작품들이 인용되는데 참고 삼아 적어본다.


언급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시가 나오야

다네다 산토카

나가이 가후

다니자키 준이치로

사토 하루오

우노 코지

후쿠나가 다케히코

오자키 가즈오


언급된 작품


<어느 소녀의 죽음까지> 무로 사이세이

<여학생> 다자이 오사무

<어느 마음의 풍경> 가지이 모토지로

<언덕의 중간> 이나가키 다로호

<우정>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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