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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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인데 키보드 질 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억지로 잠에 드는 그 순간까지 질주하던 녀석을 며칠 째
조용하게 만든 구내염 덕분에 물수건 셔틀 노릇하고 있네요. 

가입한 날 당일 밤에 9월의 도서 중 1권을 다 읽는 부지런을 떨게 만든 것도 구내염이니 좋은 면도 있다고 애써 생각.......하기엔 너무 피곤하네요. 
(주말엔 좀 털고 일어나야 할 텐데.)

어제 밤, 물수건을 갈아주는 주기에 생기는 잠깐의 틈에 문득 내가 어제부터 책을 좀 읽어보자는 결심을 했고 그 다음날 오후에 생전 처음 독서클럽이라는 곳에 가입까지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고 바로 하나 골랐습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다른 두 책은 읽어봤자 이해도 안될 것 같아서   
개인적인 경험이 닿아 있어서인지 평소에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한 3~4권 정도 책장에 꽂혀 있죠. 보면 온통 먹먹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내용의 무게와는 달리 이런 책의 책장은 무척 가볍습니다. 

이책 역시 잘 읽힙니다. 중간 중간 둘째 녀석 물수건 갈아줄 때 생기는 틈도 별 문제가 안됩니다. 
진도 쭉 빠집니다.

그러다가 숨과 눈이 잠깐 멈췄습니다. 갑자기 대본의 지문 같은 문장이 뛰어들어 챕터를 확인하니 에필로그네요.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물리적으로 거의 다 읽어간다는 느낌도 없었던 지라 호흡이 뚝 끊깁니다.
뜬금 없기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엔딩 크레딧이 나타나는 소품 형식의 일본 영화 못지 않습니다.

'뭐여. 끝난 거여? 죽었어?'


전 왜 이런 이야기를 찾고 읽는 것일까요.
개인적인 접점에 의한 것이라고 하기엔 충분치 않습니다. 관계도 내에서의 위치는 달랐지만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제 아내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와 부딪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와 달리 저는 이런 이야기들이 눈에 띄면 바로 부딪칩니다. 그리고는 그 시간 내내 끊임 없이 확인하고 안도합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 책장에 꽂으면서 그 고통과 나를 분리하고 한 줄 요약만 제 일상 생활에 싣습니다. 

'그래. 잘하고 있다. 이게 맞는 거라능...'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극단적인 감정과 그 반대 급부로 얻게되는 안도감을 기대하는 저 같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약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애인한테 차이고 펑펑 울려고 SG 워너비를 틀었는데 윤종신이 나온 그런 상황.

잔인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주인공의 육체적인 고통, 떠나는 자의 안타까움, 떠나 보내는 자의 슬픔에 오롯히 집중하는 편이 효과적인 게 사실입니다. 곁가지는 다 쳐내고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올리다가 한번에 터뜨리는. 

(당연하게도)출판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작성된 글이기 때문이겠죠.

두번째 아쉬운 점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글을 묶는 과정에서 이 글들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리 작업에 대한 혐의가 몰입을 방해합니다.
주인공의 경험담과 현재를 병치 시키는 구조가 전편에 걸쳐 매우 기능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읽는 내내 뒤통수를 잡아 당깁니다.

사실 처음에는 개인적인 경험과의 접점을 통해 소감을 쓰면 쉽게 풀리겠다 싶어서 선택했는데 의도치 않은 곳으로 도착했네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뭔가 초점이 나간 듯 하지만 인사도 드릴 겸 얼른 올려봅니다.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 할 텐데..   나는 아마 안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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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소년 2015-10-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감? 서평? 암튼 국민학교 졸업 이후 처음 써본 독후감. 12년에 사내 독서 동호회에 올렸던 글을 수정없이 그냥 올림.
 
30대 정치학 - 신자유주의와 1990년대 문화, SNS가 만들어낸 리모델링 세대
김종배 지음 / 반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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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 90년대 노래가 나오는 주점이 인기라더니 얼마전에 보니 수완지구에도 비슷한 곳이 생겼습니다.
몇년 전 7080이 한참 유행할 때 그럼 좀 지나면 9000 뭐 이런거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이제 그 때가 된 걸까요.
덕분에 저도 예전 노래들을 찾아서 다시 듣게 되더군요. 테잎으로만 가지고 있는 앨범들이 대부분이라서 음원 사이트에서 다시 사기도 했죠.

음... 이거 돈 드네.. 

뭐 결국은 이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30대가 돈이 된다는 건가. 흠..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생긴 선입견에서 책을 읽는 내내 자유롭지 못했던 건. 
비슷한 수준의 의심 때문이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군데 군데 기발한 분석이다 싶은 곳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 나이대에서 표가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죠.

20대 시절 X세대라 불렸던 1970년대생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탈 정치화, 대중문화. 이 정도가 그 당시에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설명하는 주제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자도 머릿말에서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1970년대생의 '복권'과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입장입니다. 

저자는 이 '다이내믹 코리아'의 트위스트 정치현상의 주범이 범진보진영(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이라 전제하고 이 범진보진영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30대를 지목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보는 기본적으로 계급이 추동 요인으로서 시민혁명을 겪으며 계급의 계급의식이 계급의 연대투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고취되고 사업장과 계층을 뛰어넘어 노동자 전체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연대의 결과로 얻어진 권익이 다시 노동자 전체에 되돌아는 경험을 통해서 계급의식이 고취되고 진보가 추동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경험이 없어서 해당사항이 없다는 매력적인 분석을 보여줍니다.)

우리 나라에서 계급을 대신해 진보의 젖줄 구실을 하는 건 젊은 세대고 그중에서도 30대가 선두에서 서고 20대, 40대가 그 뒤를 따르는 삼각편대의 형태를 보여준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리고 30대의 상대적 진보성 추동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 사회경제적 배경
  1. 근로소득의 불평등 정도는 가장 낮으면서도 비금융 자산의 불평등 정도는 가장 높은 것 
     등 다른 세대에 비해 심각한 동 세대내의 경제사회적 삶의 양극화가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음. 
     이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복지 확대와 구조 개혁에서 찾게 되었고 이 문제에 관한 로열티가 있는 범진보진영을 
      지지하게 되는 상대적 진보성으로 귀결된 것
  2. 정치문화적 배경
    가. 도덕, 당위에 의해 움직였던 386세대와 달리 30대는 생활과 연관된 차원에서 진보적 
        가치의 필요성을 발견했고 이 진보적 가치 위에서 자신과 동 세대가 형성한 참여의 
         물결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제고했음.
    나.  20대때 대중 문화와 함께 놀았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지금은 정치 영역에서 놀고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의 유모차 부대나 미권스 등의 활동도 이런 차원인 거임.
    다. 키워드: 팬덤, 놀이, 게임

그리고 30대의 이러한 특성은 그들이 20대 시절에 형성했던 취미,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인 소집단 문화에 기반한 것으로 이는 곧 트위터로 대표되는 sns 서비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사회적인 네트워크(커뮤니티)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합니다.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워낙 제가 그 분야에 소양이 없어서인지 흥미진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이 세대가 어떤 일들을 겪었고 그것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을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끌고 가는 힘이 좋았습니다. 

다만, 정치문화적인 배경 분석에서는 고개가 약간 갸웃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자화된 개인과 소집단화된 개인은 다르다곤 하지만 소집단 문화에서 유래한 네트워크(커뮤니티)문화라면 그게 사회적으로 과연 유의미한 영향력이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자는 또 30대의 진보성을 강화하는 매개체로 트위터를 꼽고 응원석 맨 앞에 위치한 익사이팅 존이라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오순도순 진보성을 유지하고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파하기도 한다. 소통영역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그렇지만 문제는 익사이팅 존은 정말 열혈 팬만 모이는 곳입니다. 
거기에서는 응원 팀의 승리와 패배가 죽고 사는 일이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아무일도 아닙니다.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요.
지난 총선 때 트위터 분위기로 보면 모 정당의 원내 진입은 떼논 당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정당 등록 취소됐습니다. 지지율이 1점 몇 퍼센트 였죠.

총선 결과 나오고 멘붕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적어도 제 트위터 상에선 당연한 일이었어요. 
팔로윙 한 사람들이 죄다 그쪽이니 제 트위터에서만 보면 대승리였던거죠. 일종의 매트릭스.
이게 꼭 저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트위터만 보면 새누리당이 대패하는 건 기정 사실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죠.

트위터 사용이 사용자의 기본 성향을 강화할 순 있을지 몰라도 확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뭐 흥신소 분위기 나는 싸이월드 느낌이라 이런 성격이 더 강한 듯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익사이팅 존이 비꼬는 비유인가 싶었는데 더 읽어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암튼 이런 부분이 염려되어선지 저자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사회적 소통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참여를 유도하고, 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연대의 신축적 확장을 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 그들처럼 안성맞춤형으로 소통을 경험한 세대는 없다'....는 식으로 자기의 주장에 대한 전제를 재확인합니다.

하지만 그냥 전제로 놓고 퉁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숙제입니다. 
언젠 익사이팅 존 같다고 해놓고선 연대의 신축적 확장이라니. 이건 좀. 
팬클럽에서도 레어 사진 보려고 등업하려면 얼마나 어려운데..

그리고 30대의 진보성에 대한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집니다.
'30대의 진보성은 의식이라기 보다는 외부 환경에 영향 받기 쉬운 정서'라는 지적입니다. 30대의 정치문화적 배경으로 제시된 놀이와 게임의 속성 상 정서에 의한 사랑, 지지는 외부 환경에 영향 받기 쉽고 변하기도 쉽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30대의 진보성이 약화될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30대의 진보성이 정서가 아닌 의식으로 승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예로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30대의 지지세를 증거로 제시합니다. 계급의식이 발로와 연계하여 볼 수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 부분도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통진당에 대한 지난 총선에서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창당할 때 부터 그 정체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고 끝내는 현실로 나타났죠. 
통진당의 지난 총선에서의 지지율에 대한 분석은 계급의식의 발로라기 보다는 30대 진보성의 문제로 지적한 정서에 기반한 것이었다는 더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진당하면 우선 떠오르는게 스타 진보 정치인들입니다. 노심조유, 그리고 이젠 괴물 취급 받는 이정희까지.
저자가 30대 진보성의 정서적 요소로 분석한 팬클럽류의 지지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합니다.

30대 진보성의 그림자인 정서를 지적하면서 이의 반증으로 통진당에 대한 지지율을 제시했다는 건 적절하지 않아보입니다. 실패!

사실 책의 도입부에서 진보와 자유주의 세력을 하나로 묶어 범진보로 뭉뚱그려 놓고 얘기를 시작할 때 부터 뭔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까지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일단 하나로 묶어 놓고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거 아녀...'
(물론 가고자 하는 그 목적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 전혀 이견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책은 취할 부분과 그렇지 않아야 할 부분을 잘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세기 소년'

어디 가입할 때 보면 자기 소개를 써놓는 곳이 있는데 저는 주로 이 얘길 씁니다. 
용두사미의 거장 나옥희의 만화이기도 하고 제 자신을 설명할 때 그나마 가장 간지나는 괜찮은 표현인 듯 해서요.
시기를 더 정확히 특정하면 90년대 소년이 되겠죠.

90년대 소년, 소녀들이 다시 돌아오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 아니면 표. 뭐 요런 것들의 셔틀로 보는 어른들이 건재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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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중단하라 서해클래식 15
토마스 홉스 지음, 신재일 옮김 / 서해문집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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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리바이어던 혹은 레비아탄

많이 듣던 제목입니다. 근데 제 기억속에는 책 제목이 아니네요. 
찾아봤습니다.
우리나라 개봉 제목으로 '레비아탄'. 해양 SF 영화네요. 철자를 보니 같은 단어가 맞습니다.
어렸을 때 본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리뷰를 보니 바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네요. 맞는 것 같습니다.

책을 주문해놓고 검색해보니 뭐 몇 가지 단어랑 얽혀 있네요. 
사회계약론, 자연법, 국가론..  
그런데 정작 책 제목의 뜻은 바다 괴물. 
흠.

리바이어던 - 괴물이냐, 인조인간이냐

인터넷에서  '홉스 & 리바이어던'만 넣어도 당장 수십개의  웹페이지가 뜹니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이니 만큼 이미 많은 해설들이 존재합니다.
수험서 마냥 요약 정리된 내용도 있고 전통적인 해석과 이를 반박하는 새로운 해석도 보입니다..
그 중 몇 개를 읽으니 지금 내게 '고전'을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저작물인 수많은 서브 텍스트들이 있고 국가와 관련된 이론이나 주장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글들도 많다면 난 이걸 읽으면서 뭘 찾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일단 카드 승인은 났고 책은 도착했으니 읽습니다.

국가론에 대한 얘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1부는 인간론, 2부가 국가론, 3부와 4부는 종교적인 얘기도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국가론에 대한 내용을 원한 제게 1부와 3부, 4부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삭아서 먼지가 되어 버릴 듯한 낡은 강의 노트를 들고 들어오신 정년 퇴직 직전인 교수의 전공 필수 과목 강의를 듣는 기분이랄까요.
뭔가 중요한 말이고 노트 필기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오긴 합니다만 그 보다... 졸립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패쓰.

리바이어던의 내용에 대한 것은 다른 분이 이미 정리해주셨기 때문에 전 구글을 돌리면 가장 첫번째 페이지에 뜨는 관련 내용 중 가장 짧은 요약만 ctrl + V 해옵니다.
자연 상태는 인간이 자기 보존 본능으로 인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이므로 인간은 그처럼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연스레 평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 평화를 이룩하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계약을 통해 리바이어던을 세우는 것
리바이어던에 대한 해석은 절대군주제의 이론적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라는 얘기부터 사회주의 운동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해석의 스펙트럼이 무진장 넓습니다. 
현재는 재평가 차원에서 후자의 관점이 더욱 각광 받고 있는 듯 하긴 합니다만 사실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괴물이라는 건지, 인조인간이라는 건지. 어느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건지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렇습니다.

전체적인 논리에 대한 가장 큰 지적인 통치자의 권력 남용 가능성과 폐해에 대해서는 '통치자께서는 그러실 분이 아니다' 수준의 약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미덥지 않지만 어느 순간엔
재평가의 단초가 되었을 듯한 부분도 눈에 들어옵니다.

- 만약 통치자가 어떤 이에서 자기 자신을 살해하거나, 상처 입히거나. 불구로 만들 것을 명령
한다면 또는 음식, 공기, 약 등 없으면 살 수 없는 것들을 사용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면, 비록 그 판결이 정당하게 내린 것일지라도, 그 사람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만약 통치자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아서 국가의 목적이 좌절된다면 , 우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통치자는 자연법의 지배를 받을 분 시민법 보다는 상위라는 주장도 나오고 국가를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불복종을 자행하는 것은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홉스 자신은 일정한 논리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어린 백성의 입장에서는 오해하기(어느쪽으로든) 딱 좋다 싶습니다.


리바이어던을 원하는 사회

리바이어던과 같이 산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을 펼쳤습니다. 
이해 안될 것 같으면 대충 몇 구절 따오려고 리바이어던에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공간적, 시간적 차이에 대한 대안으로 샀는데 이 책의 거의 첫 부분에 리바이어던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유시민은 홉스의 주장을 절대 군주제를 위해 복무하는 이론으로 분석하고 대한민국의 탄생과 형성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국가주의 국가론이라 지적합니다.

식민지배와 한국 전쟁을 통해 국가가 완전히 리셋되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현장이 된 적이 있고 그 경험이 '휴전'이라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여서 통치자들이 국가주의 국가론을 통치 이념으로 삼는 것은 가장 편리하고 나름 합리적인 것으로 믿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무엇을 해야하는 지도 국민이 아니라 통치자 자신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믿고 독재자의 길로 들어섰던 통치자들이 많았던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성향들이 일종의 밈(Meme)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아직도 셋 중 하나는 이 국가주의 국가론의 후예들을 지지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폅니다.

유시민의 지적에 따르면 진보 진영의 영원한 숙제인 저소득층, 노동자 계급의 보수화, 보수 세력 지지 문제에 관한 해법 도출시 고려해야할 부분이 하나 더 늘어난 셈입니다.
(원래 고려했겠지만.. 제 입장에선 그렇단 얘기..)

또 명백하게 국가주의 국가론의 후예이신 유력 대선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언급하면서도 사법 살인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국가 폭력에 대해서는 역사의 판단 운운하며 
물러서지 않는 것도 요 프레임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과를 하긴 했습니다만 조갑제 옹께서도 정치쇼라고 사자후를 토해 내셨듯이 진정성이 담겼다고 보긴 어려울 듯 합니다. 살다보니 갑제옹과 의견을 같이하는 날도 온..)

국가주의 국가론과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가 맞닿으니 제 책장에 꽂혀있는 책 하나와도 연결이 됩니다.
작년엔가 사서 설렁 설렁 읽어서 기억도 잘 안나는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를 다시 꺼내 봅니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사무총국' 이요, '국가를 합리적인 조절자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랍니다. 역시 노자형님.
국가란 본질적으로 공권력의 폭력(일상의 폭력화) 교육을 통한 피지배자의 자율적인(자율적으로 보이는)동의를 유도하여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일제시대 식민 교육이 해방이후 그대로 한국사회에 이식되어 국방사관, 인간의 병기화를 지속적으로 국민 교육으로 시행해왔다는 점을 시종 주장합니다. 

이 입장을 받아들여 놓고 보면, 해고, 파업 노동자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그로 인해 물동량이 뚝 떨어지고 하루의 국가적인 손해가 몇 조에 이른다는 얘기들 듣게 되면 공권력의 투입은 당연한 국가의 할일로 생각하고, 용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에는 안타까워 하지만 그들과 연대했던 전철연에 대해서는 정리해야 할 사회 혼란 세력이라 생각하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겁니다.

리바이어던. 이름만 낯선 것이었군요.


접점 찾기

중언부언 대충 끄적이기는 했는데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열쇠가 되는 내용들도 뭐 결국은 다른 책의 내용이구요.
고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결국은 서브 텍스트에서 갈피를 잡은 게 아쉽긴 합니다만 원전에서 뭔가를 얻어내는 수준이라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암튼 '이데올로기, 군사적 위험이 항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앞으로도 국가주의 국가론은 강력한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고 예상한 유시민의 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순간 순간 현실 세계와 맞닿아 보이는 부분들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고전의 눈으로 현실을 읽어낸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쓰고 싶긴 합니다만 결국 다 다른 책에서 가져온 얘기네요. 흠.
뭔가 더 얘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만 뭐 더 생각하다가는 못 올릴 듯 하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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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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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후진 건 스펙이 아니라, 안목. 한세경 씨는 안목이 후져요.

그런 건 대체 어디서 사는 거예요?

 유학을 안 다녀온 게 문제라기 보단 유학을 다녀올 수 없는 그런 처지에선

그 정도 안목밖엔 안 나오는 거예요.

안목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안 달라져요.

안목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니까

이미 정해져있는 거라구요.


(본가 기준)같은 지역민인 문근영 양(..은 아니구나 이제)이 출연하고 있는 '청담동 앨리스' 1회에 나왔던 대사입니다.
발끈! 했습니다. 그리곤 이내 풀이 죽었지요. 

책은 도끼다.

이 책은 집에 있던 책입니다. 아내가 먼저 읽었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아내가 잘 읽히고 좋다고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책 내용은 보지도 않고요. 책 제목이 맘에 안 들었거든요.

"**는 ## 다"

광고인 특유의 어법부터 거슬렸거니와 이런식의 정의는 언제부턴지 불편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이런 과단성에 기인하는 재치나 순발력 같은 게 없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랬다는 거구요..(이번에도 서설이 길다..)
잘 읽었습니다. 재밌었어요.

발췌독으로 다 읽고 나서(이유는 뒤에..) 소감을 요약하면 '님하 부럽' 정도가 되겠습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고 심지어 그걸 가지고 강의를 하고 책까지는 내는(본업도 아니면서!)
지은이에 대한 무한한 부러움(질투)으로 진입했다가 중간 중간 제 생각과 같지 않은 해석들(인도의 엄청나고 태연한 가난.. 운운한 부분은 아직도 별로.)을 
발견하고 '흥! 칫! 쳇!'하다가 종국에는 다시 부러움으로 마무리가 되더군요.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문화자본' (간지 난다..)

어디선가 언뜻 들어본 정도라서 이 글 쓰기 전에 찾아봤습니다.
어떤 블로그에서 퍼온거라 본인의 글인지, 어디서 퍼온건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암튼 아래와 같이 퍼왔사오니 독서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1. 문화자본: 사회적으로 소유하거나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상징적 부의 소유를 위한 도구
   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본에는 크게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그리고 상징자본이 있음
   나. 문화자본 또한 세가지 범주로 구분됨
      (1) 체화된 상태의 문화자본
         - 문화자본의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품위, 세련됨, 교양 등을 의미함.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노출된 환경에 좌우됨.
           (쉽게 말하자면, 돈이 많은 집안 아이가 교양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뜻)
      (2) 객관적 상태의 문화자본
         - 그림, 책, 사전, 도구, 물건 등의 문화적 재화 형태의 자본을 의미. 이러한 객관적 문화자본은 경제자본을 이용하여 구매하고 소장함으로써 물질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체화된 문화적 성향을 통해 그림이나 책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행위를 통해 상징적으로도 이용 가능 
      (3) 제도화된 상태의 문화자본
        -  대개 학위나 자격증을 의미. 이러한 제도화된 문화자본은 상징적인 능력의 지표로서, 그것을 보유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으로 확인해 줌. 끝.

제게 있어 이 책의 소감은 결국 '문화자본이 결핍된 인간으로서의 안타까움'으로 수렴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김훈에 대한 부분처럼 저도 가슴이 살짝 뛰는 순간이 있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기계적인 문자 해독의 수준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자괴감이 컸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랭 드 곱배기라는 개드립을 떠올리는 수준..

개인적으로 일요일 밤의 무기력함을 무한도전 다시보기로 날리는 편인데(무도 좋아하시는 분은 강추.. 토욜날 안 보고 참았다가 일욜 밤에 맥주 한잔 하면서 무도 보고 그대로 쓰러져 자면 월요일 아침.) 가끔 보면 이제 무도는 하나의 초장편 드라마 같은 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근 7년여간 쌓아온 에피소드들을 통해 구축된 캐릭터와 서사들이 있어서 무도를 쭉 본 사람들은 빵 빵 터지는 부분을 다른 사람들(처음 보는 사람들이나 가끔 보는 사람들)은 그게 왜 웃기는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결국은 같은 얘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비유를 해도 이런 저렴한 비유를...)
하나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량은 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정보량에 따라서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좌우된다는 점에서요.
그래도 무도빠는 에피소드 정주행을 통해 태어날 수 있지만 예술 작품의 어떤 문구나 이미지에서 가슴에 닿는 충격을 스스로 만들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해야 얻어질 수 있을런지.

......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해석에 대한 의견을 몇가지 적어보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보니 이 해석들은 자신만의 해석이며 다들 각자 자신만의 독법을 가져야 한다는 
도덕 교과서스러운 훈훈한 마무리 덕에 무용지물이 된 듯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마무리로 책의 맥락과 상관없이 마음에 남았던 몇 가지 문구들을 적어봅니다.
뼈 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Seize the day. Carpe diem,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다.
- 꽃 피어 올라오니 기쁨이고, 곧 지리니 슬픔이다. 

- 거지가 질투하는 것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더 행동이 나은 다른 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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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팔레스타인 1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아! 팔레스타인 1
원혜진 지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여우고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니 도대체 왜..?' 

지난해 말 알라딘에서 질렀던 9만원 가량의 무이자 3개월 할부가 끝나가던 시점과 토담의 지정도서가 없던 시점과 겹쳤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로 생긴 돈은 새로운 무이자 할부로... 
그래서 산 책 중 하나가 '적군파 - 내부 폭력의 사회 심리학'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된 내용은 적군파가 궤멸하게 된 '아사마 산장 사건'에 관련한 내용입니다만 제가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1장에 나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테러 사건'이었습니다.

1972년에 팔레스타인해방전선 소속의 세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직후에 총과 폭탄으로 승객들을 향해 테러를 저지른 사건이죠.
엔하위키의 '사건/사고' 항목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제가 이 사건을 특징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이 세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본의 젊은 대학생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아~ 팔레스타이인~~'

저는 이미 팔레스타인에 관한 만화책을 2권 가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제 취미 중의 하나가 만화책 읽기라서죠.
제가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관련 만화책은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기 들릴의 굿모닝 예루살렘. 둘 다 르포 형식의 만화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그냥 좀 특이하다 싶어서 산 책들이라서 읽긴 읽었으되 내용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중간 중간 역사적인 배경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만 기본적으로 르포 형식이라서 현재에 대한 얘기가 주 내용이죠.

그래서 이번에 토담에서 4월의 도서로 선정된 책 중 팔레스타인 관련 책이 있어서 바로 선택했습니다.
텍스트로 된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좀 더 깊은 통찰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받아보고 나니 만화네요. 만화책 표지가 뭐 이래. 낚였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책장에서 3권 다 꺼내서 다시 봤습니다.(보고 있습니다.)
원혜진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 조사코의 책을 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기 들릴의 책에서도 안 보이던 곳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아(하)~ 팔레스타이인~~' 

관련 기사를 보니 이 책은 2권으로 기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재 나온 1권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배경, 2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현재에 대해서
다룰 것이라고 하네요. 웹에서(오마이뉴스) 연재 중이긴니다만 세로 스크롤을 위한 칸 짜기가 아닌 것으로 보아  출판을 전제로 작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인 셈입니다. 작품 전체적으로 풍기는 '학습만화스러움'도 이책의 목적을 위한 작가의 연출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알아야 하는 주제에 주인공을 직접 개입시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설명은 주인공이 아닌 안경 낀 나이 든 박사나 선생님이 풀어나가는 형식은 전형적인 학습만화의 서사방식이죠.
(이건 작가의 역량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눈에 도드라지지는 않습니다만 중간 중간 전체적인 칸 연출과는 튀는 설정들이 매우 억제된 형태로 발견(39페이지, 98, 99페이지)되는 걸로 보아서는 전체적으로  지식전달을 위해 기능하도록 배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적 배경을 가진 다른 두 외국 작가는 팔레스타인의 현재에 대한 르포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작가는 지식전달을 위한 학습만화 형식을 빌려왔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설명이 필요하고 필요없고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니까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효과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저 부터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랜 대립 관계의 시작, 시오니즘은 어디에 기원하고 강회되었는가, 현대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자신들의 나라와 영토를 잃었는지에 관한 이해의 줄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이 책의 완성도나 내용과는 별개의 지점입니다.(완결된 책도 아니니까요.)

선민의식, 디아스포라, 홀로코스트...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들도 당해봤으면서. 

결국 질문은 되돌아 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악의 평범성'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테러 사건의 범인 중 유일한 생존자는 위의 책 저자와의 면담에서 무고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게 된 것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혁명의 교전지대이고 그 곳에 온 사람은 자신의 목숨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혁명은 전체적인 것이다. 죄없는 자, 방관자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채 모두 혁명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죄책감의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복역하다가 몇 번 참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번복해서 문제긴 하지만.. 나중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범인은 승객들을 개별적인 인격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단지 혁명의 대상이거나 불가피하게 휩쓸린 구성요소로 본 것입니다.

친형의 영향으로 다소 급진적인 좌익 성향이긴 했지만 교사 집안에서 자유롭게 별 문제 없이 자란 젊은 일본의 청년(...라고 썼지만 이 형은 이 사건 전에 일본 국내선 비행기 납치해서 북한으로 망명했습니다..나름 유명한 사건이라고.. 집안 꼴 잘 돌아간...)
26명의 무고한 생명을 총과 폭탄으로 빼앗은 이스라엘에 처음 와본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의 제3국적 테러범
이 두 존재의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변화.

평범한 사람이 악을 행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한나 아렌트의 저작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된 개념인 '악의 폄범성'이 궁금해졌습니다.
대충 개념만 들었던 지라 뭔가 찝찝한 기분에 찾아보니 이분.

유태인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유태인 홀로코스트와 그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에 관한 내용입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범 재판에서 아이히만이 '난 그냥 시켜서 그랬다능..' 이라고 답변한 것에 대한 해석입니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억압하는 사회, 정치적 구조악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위키백과에서 퍼옴)

유태인 홀로코스트의 전범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태인 연구자가 주창한 개념을 유태인의 이민족 학살과 시오니즘을 보면서 떠올리는 아이러니.
(검색해보니 이책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사유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태계쪽에서 판금도 당했다는 군요.)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억압하는 사회, 정치적 구조악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금방 사유에 이르지 못하는 지금 시점에선 머리속만 복잡할 뿐 입니다.

얼마전에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도 평범한 미국인(무슬림이고 체첸 출신이지만 동생은 분명히 시민권자였고 동네 주민들도 그저 평범한 미국 아이였다고 증언했지요)이었습니다. (현재까지로는 국제 테러조직 등과의 연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답니다.)
체포 직전엔 엄마에게 전화해서 울면서 사랑한다고 했다더군요.

도대체 뭐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악을 행하도록 하는 걸까요. 흠.


사족.

위의 언급한 조 사코와 기 들릴의 만화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 작가의 국적도 모두 다르고 스타일도 모두 다릅니다. 

1. 조 사코의 작품은 사실 작화 방식, 칸 짜기, 말풍선의 위치, 시선의 흐름 등이 
   이질적이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다만 이런 저널리즘과 결합된 르포 형식의 작품을 많이 한 작가이긴 합니다.
   (그래도 잘 안 읽혀요.. 로또 되면 보세요..)

2. 기 들릴은 애니메이터 출신이라 그런지 셀 애니메이션의 프레임을 쪼개 놓은 듯한 
   구성이 특이합니다. 어디서 어디로 이동할 때 보통 출발과 끝만 보여준다면 이 작가는 
   걸어가는 모습도 넣습니다. 
   선도 매우 간결하고 작화도 단순하게 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작가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러 평양에도 1년 있었고 버마에도 있었고 
   중공 시절의 중국에도 있었답니다. 각기 책이 따로 있구요.
   평양은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 됐다는 군요...

3. 전체적인 내용과는 맞지 않아서 위에 언급을 안했지만 추천사를 쓴 박노자 교수의 지적은 
   참 날카롭습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나 우승열패의 신화 등에서 보여주던 모습이라 
   반갑네요.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보면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던 터라.. 
   암튼 관련 부분 옮깁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민족', '혈통' 위주의 집단의식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 대한민국도 분명 '한민족의 국가'다. 탈북자나 조선족을 차별하는 현상에서 보듯이 한민족 안에서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한민족'에 속하지 않는 이는 대한민국에서 영원한 비주류일 수밖에 없다. (…) 한국 기업과 아시아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신한 것은 비단 이스라엘의 유대인만도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지금, 여기에서" 꼼꼼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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