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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후진 건 스펙이 아니라, 안목. 한세경 씨는 안목이 후져요.
그런 건 대체 어디서 사는 거예요?
유학을 안 다녀온 게 문제라기 보단 유학을 다녀올 수 없는 그런 처지에선
그 정도 안목밖엔 안 나오는 거예요.
안목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안 달라져요.
안목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니까
이미 정해져있는 거라구요.
(본가 기준)같은 지역민인 문근영 양(..은 아니구나 이제)이 출연하고 있는 '청담동 앨리스' 1회에 나왔던 대사입니다.
발끈! 했습니다. 그리곤 이내 풀이 죽었지요.
책은 도끼다.
이 책은 집에 있던 책입니다. 아내가 먼저 읽었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아내가 잘 읽히고 좋다고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책 내용은 보지도 않고요. 책 제목이 맘에 안 들었거든요.
"**는 ## 다"
광고인 특유의 어법부터 거슬렸거니와 이런식의 정의는 언제부턴지 불편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이런 과단성에 기인하는 재치나 순발력 같은 게 없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랬다는 거구요..(이번에도 서설이 길다..)
잘 읽었습니다. 재밌었어요.
발췌독으로 다 읽고 나서(이유는 뒤에..) 소감을 요약하면 '님하 부럽' 정도가 되겠습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고 심지어 그걸 가지고 강의를 하고 책까지는 내는(본업도 아니면서!)
지은이에 대한 무한한 부러움(질투)으로 진입했다가 중간 중간 제 생각과 같지 않은 해석들(인도의 엄청나고 태연한 가난.. 운운한 부분은 아직도 별로.)을
발견하고 '흥! 칫! 쳇!'하다가 종국에는 다시 부러움으로 마무리가 되더군요.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문화자본' (간지 난다..)
어디선가 언뜻 들어본 정도라서 이 글 쓰기 전에 찾아봤습니다.
어떤 블로그에서 퍼온거라 본인의 글인지, 어디서 퍼온건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암튼 아래와 같이 퍼왔사오니 독서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1. 문화자본: 사회적으로 소유하거나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상징적 부의 소유를 위한 도구
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본에는 크게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그리고 상징자본이 있음
나. 문화자본 또한 세가지 범주로 구분됨
(1) 체화된 상태의 문화자본
- 문화자본의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품위, 세련됨, 교양 등을 의미함.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노출된 환경에 좌우됨.
(쉽게 말하자면, 돈이 많은 집안 아이가 교양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뜻)
(2) 객관적 상태의 문화자본
- 그림, 책, 사전, 도구, 물건 등의 문화적 재화 형태의 자본을 의미. 이러한 객관적 문화자본은 경제자본을 이용하여 구매하고 소장함으로써 물질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체화된 문화적 성향을 통해 그림이나 책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행위를 통해 상징적으로도 이용 가능
(3) 제도화된 상태의 문화자본
- 대개 학위나 자격증을 의미. 이러한 제도화된 문화자본은 상징적인 능력의 지표로서, 그것을 보유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으로 확인해 줌. 끝.
제게 있어 이 책의 소감은 결국 '문화자본이 결핍된 인간으로서의 안타까움'으로 수렴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김훈에 대한 부분처럼 저도 가슴이 살짝 뛰는 순간이 있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기계적인 문자 해독의 수준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자괴감이 컸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랭 드 곱배기라는 개드립을 떠올리는 수준..
개인적으로 일요일 밤의 무기력함을 무한도전 다시보기로 날리는 편인데(무도 좋아하시는 분은 강추.. 토욜날 안 보고 참았다가 일욜 밤에 맥주 한잔 하면서 무도 보고 그대로 쓰러져 자면 월요일 아침.) 가끔 보면 이제 무도는 하나의 초장편 드라마 같은 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근 7년여간 쌓아온 에피소드들을 통해 구축된 캐릭터와 서사들이 있어서 무도를 쭉 본 사람들은 빵 빵 터지는 부분을 다른 사람들(처음 보는 사람들이나 가끔 보는 사람들)은 그게 왜 웃기는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결국은 같은 얘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비유를 해도 이런 저렴한 비유를...)
하나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량은 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정보량에 따라서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좌우된다는 점에서요.
그래도 무도빠는 에피소드 정주행을 통해 태어날 수 있지만 예술 작품의 어떤 문구나 이미지에서 가슴에 닿는 충격을 스스로 만들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해야 얻어질 수 있을런지.
......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해석에 대한 의견을 몇가지 적어보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보니 이 해석들은 자신만의 해석이며 다들 각자 자신만의 독법을 가져야 한다는
도덕 교과서스러운 훈훈한 마무리 덕에 무용지물이 된 듯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마무리로 책의 맥락과 상관없이 마음에 남았던 몇 가지 문구들을 적어봅니다.
- 뼈 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 Seize the day. Carpe diem,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다.
- 꽃 피어 올라오니 기쁨이고, 곧 지리니 슬픔이다.
- 거지가 질투하는 것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더 행동이 나은 다른 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