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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나의 대학 사용법
이범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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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대학 고민, 취업 고민에 밤잠 설치는 청춘들을 위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전략과 대안을 전하는 ‘나의 대학 사용법’ 시리즈 중 1권으로서 교육평론가 이범씨의 책입니다. '나'와 '우리'가 병치되어 있는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청년들의 문제를 개인적인 해법과 집단적인 해법' 모두를 담고 있습니다. ('실용과 정치'를 모두 담았다고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1장 '우리가 받아 온 교육의 정체'에서는 외국과 조선시대 과거 기출문제를 예를 들면서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끝에는 대학 서열화, 사교육이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사실 제시를 통해서 현재 '비교과'까지 반영하는 우리나라 대학선발 방식은 교육이 지켜야 할 중요한 공공적 가치인 '기회균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띄었습니다. 

2장은 '정답없는 문제를 탐구하는 시대'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수많은 환상과 공포들을 어떤 경제학자가 했다는 '너 내일 살아봤냐?'는 말로 정리합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니 기술의 진화가 개개인의 삶에 초래할 변화에 집중하기를 권합니다. 산업주기가 짧아지고 자동화가 심화되면서 직업의 주기가 짧아지고 개인이 일생 동안 직업을 여러번 바꿀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죠.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는  고용보험과 재교육 기회, 개인적으로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탈스펙과 탈학벌, 노동시장의 변화' 3장입니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탈스펙과 탈학벌 현상을 살피면서 설명합니다. 정부 주도 경제정책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민간기업에까지 이르면서 정부의 학벌이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으나 IMF 이후 자유시장 경제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정부의 영향력이 저하되면서 학벌의 영향력이 같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개인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수시채용이 확대되면서 탈스펙, 탈학벌 현상이 일정한 흐름으로 굳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4장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의 배경으로 '양극화'를 설명하고 노동자 집단 내의 임금 양극화와 기업 소득이 가계 소득보다 늘고 있는 불균형 현상, 자산(특히 부동산) 양극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불평등한 상황속에서 터져나온 것이 바로 '헬조선'이라 설명합니다. '헬조선'의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원청업체으로 구성된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하청업체으로 구성된 노동시장으로 분리되어 '이중적 노동시장'이 되었고 이 양극단 간 격차가 바로 살인적인 취업경쟁과 사회 전반적인 불안감, 위기감을 견인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 노동시장'에 대한 대응으로는 개인적인 차원으로는 '탈스펙', 사회적으로는 '정치적, 집단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5장에서는 청년세대에게 진보를 위한 세 가지 개념을 제안합니다. 첫째, 애국심을 가진 진보. 국가주의에 대한 혐오를 넘어 국가의 역할과 기능, 가능성에 대한 긍정을 통해 애국심을 회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장입니다. 둘째, 계급으로서의 청년세대. 문제 해결 능력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와 청년들이 스스로를 운명공동체로 인식하는 연대
의식을 주문합니다. 셋째,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하는 양보를 통해 만드는 혁명. 부동산 문제는 법과 행정력을 통해 해결이 가능할 수 있으나 민간 부분이 개입되어 있는 고용과 교육은 사회적 대타협 없이는 혁명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이 고용과 교육의 사회적 대타협의 수단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대학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과 학생선발권의 교환'을 제시합니다. 

우리 교육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분석은 기존에 많이 논의되던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만 그 이후 선진국의 대학 입학 전형 설명부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현재와 미래의 변화의 맥락 분석에 따른 사회적, 개인적 대응책을 짚어주는 부분은 독창적인 시선이 흥미로웠습니다. 각종 데이터들과 사교육 강사부터 정책 기획자, 교육 평론가에 이르는 저자의 경력 또한 주장의 신뢰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다만, 강연 내용을 글로 옮긴 책이 가지는 한계에서 비롯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각 장별로 훌륭한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대상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뒤섞여 있어 다소 유기적으로 호응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한 논지 전개시에 저자가 더 힘있게 깊게 차고 올라가는 모습이 아쉽긴 했습니다만 이 역시 제한된 시간 내에 진행해야 하는 강연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입학 전형을 성적위주로 해야하는 이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자세, 애국심을 가진 진보, 실용주의 등에 대한 주장을 접하면서 그동안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다음 저작을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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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철학 - 이진우 교수의 공대생을 위한 철학 강의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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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10년 후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으로 찾아본 최근 출간 도서 검색 결과입니다. MB 정부의 ‘선진화’, ㄹ혜 정부의 ‘창조경제’ 같은 만능 수식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군요. 

도서 검색 결과를 다시 죽 훑어 봅니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살아남기', ‘미래', '어린이를 위한’. 뭔가 편해 보이진 않는 제목들입니다. 
제목만 봐도 마음이 급해지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서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초래된 폭발적인 변화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출현하는 것을 산업혁명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3D 프린팅 등의 기술 혁신으로 촉발될 4차 산업혁명은 속도(Velocity-기하급수적 속도 전개), 범위와 깊이(Breadth and Depth-‘무엇을 어떻게’ 뿐만 아니라 ‘누구인가’까지 포함), 시스템 충격(Systems Impact- 국가, 기업, 사회 전체 시스템 변화) 모든 면에서 이전의 산업혁명과도 구별되는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라고 합니다만 위 문장의 그 어떤 용어들도 쉽사리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검색해서 찾아 봤습니다만 귀찮아 집니다.

"에이, 내가 이거 뭘 다 알 필요가 있나. 앞으로 쓰게 될 거니까 어떻게 잘 쓸 줄만 알면 됐지..." 하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학기술에 의한 변화에 왜 적응하여야 하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나는 발전하지 않는건가? 인간의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을 잘 따라가면 얻어지는 건가? 그렇다면 과학기술 발전이 인간의 발전인건가? 아니 그 전에 발전이란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인건가.(거의 20년전에 나왔던 노래 가사 비슷해지네요..)"

이진우 교수의 공대생을 위한 철학강의 '의심의 철학'은 바로 이런 질문과 사유하는 자세, 
동사로서의 '철학함'에 대한 책입니다.

의심의 철학 - 정답을 의심하라: 과학의 시대, 철학의 쓸모

"학생들에게 철학적 지식을 전달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모든 철학적 사유는 자신이 갖고 있는 구체적 삶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는 전제 아래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의문과 질문을 구성하도록 유도했다. 처음에는 어렵고 곤혹스러워하던 학생들이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머릿말, 8페이지)

'의심의 철학’은 포스텍 석좌교수인 이진우 교수의 철학 사상 논쟁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고 정답이 있다’는 과학과 기술 시대의 ‘신앙’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동사로서의 ‘철학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철학이며, 과학의 시대에 철학의 쓸모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사르트르, 베냐민, 포퍼, 아렌트 등 정답의 시대를 성찰한 ‘의심의 학파’ 인 위대한 현대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만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이 사상가들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지성'이라는 뜻인 듯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2030년이 되면 현재 총 노동시간 중 최대 49.7%가 자동화 될 것이고 100% 자동화로 대체되는 직업은 0.3%, 20% 이상 자동화 가능한 직업은 86%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대변혁에 대해 주요 변화동인을 분석하고 개인 및 사회 구성 단위의 전략을 수립, 시행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삶에 대한 자신만의 의심과 질문없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에 의해 지식과 정보만을 습득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유용한 지식도 몇년 후에는 별 효용가치가 없는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기술이 초래한 상황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을 확립하고 능동적으로 수용할 때 비로소 자신의 의문과 질문을 구성할 수 있고 삶의 의미에 대한 탐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동사로서의 ‘철학함’의 의미이고 ‘의심의 철학’의 목적이겠지요.

"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책에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철학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명제를 확립한 데카르트의 사유 방식은 '방법적 회의'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진리라 여겨지던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뒤엎어 버리고 첫 번째 기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철저한 의심 속에 자신을 내던지고 사유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의심하는 도마(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카라바지오] 


두께에 반해서 샀지만 몇번 들춰보고 책장에 꽂아둔 '서양미술사'라는 책에서 봤던 것 같은 그림입니다.
서양미술사에서 바로크 시대를 열어젖힌 화가이자 바로크의 대표적인 예술가의 작품이고  의심하는 사람들, 비천한 사람들의 나약한 믿음을 어둠으로 상징화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나약한 믿음을 극복할 수 있는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는 설명과는 상관없이 이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제가 느꼈던 것은 '잠깐, 한번 찔러봐도 돼요?' 하고 답도 듣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푹 찔렀을 것만 같은 생동감과 묘한 쾌감이었습니다. 
의심하지 않아야 할 것도, 질문하지 않아야 할 것도 없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철학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읽었던 지라 각 철학자들의 핵심명제와 사유가 머리에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서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소감문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책 후면 표지에 써있는 문장 하나는 가슴과 머리에 남기고 몇번 반복해서 읽어보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올바른 질문을 제기할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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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화제의 신작!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며칠 뒤,

스나이더는 페이스북에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을 게시했습니다.


딸 사진 같은 것을 올리던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길고 진지한 글이었습니다.

그는 이전까지 많아야 기껏 몇십 개 정도 <좋아요>를 받았지만,

그 글로 단 며칠 만에 1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는 등 화제를 모았고,

많은 사람들은 그 글을 책으로 내주기를 원하고, 또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2월 28일,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출간 2주 만에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3위!

아마존 종합 3위!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매뉴얼


2017년 4월,

드디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선보입니다.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책,

『폭정: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누구보다 먼저 읽고 서평을 남겨 주실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 본문 중에서


─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지만, 가르침을 준다.


─ 모든 선거는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표를 던진 사람의 생애에서 마지막 선거일 수 있다.


* 서평단 신청 방법

1. 본 게시물을 스크랩해 주세요. (전체 공개)

2. 스크랩한 페이지를 본인의 SNS에 홍보해 주세요. (다양한 SNS 가능/전체 공개)

3. 스크랩 주소와 함께 서평단 신청 이유를 아래 댓글로 남겨 주세요.

4. 본인의 댓글에 대댓글로 도서 받으실

   주소/연락처/성함을 비밀 댓글로 남겨 주세요.


★ 반드시 위 네 가지 모두 지켜야 합니다.


* 모집 인원: 10명

* 모집 기간: 4월 11일~4월 17일(7일 간)

* 당첨자 발표 및 도서 발송: 4월 17일 월요일 예정


* 서평단 활동 방법

도서를 받으신 후, 4월 26일까지

알라딘 서재와 개인 블로그(또는 타 SNS: 인스타/페이스북 등)에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남겨 주신 리뷰는 당첨자 발표 페이지 아래에 댓글로 주소를 남겨 주세요.

★ 도서 수령 후 리뷰를 올리지 않으신 분들은 이후 이벤트에서 당첨 제외됩니다.




덧. 서평 제출 기한이 조금 짧은 편인데요,

이 책은 20가지의 짧은 교훈을 모아 놓은 구성으로,

보통 1~2시간, 빠르면 3~40분 내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분량을 감안하여 중요한 5월이 오기 전 보다 널리 많은 분들께 알리기 위해

제출 기간이 이른 점을 양해 바라며, 감안하여 신청 부탁드립니다.

그럼 많은 신청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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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의심을 가르치다!

“올바른 질문을 제기할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

공대생에게 의심하고 질문하는 법을 가르친 이진우 교수의 포스텍 철학 강의


《의심의 철학》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다. 현대 과학은 다른 학문을 지배하며 끊임없이 정답을 추구한다. 하지만 철학은 정답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다. 정답을 확신하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지만, 의심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묻는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철학이며, 과학의 시대에 철학의 쓸모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한 공대생에게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 이진우 교수. 포스텍 학생들은 그의 철학 강의를 곤혹스럽지만 최고의 지적 희열을 안겨주는 명강의라고 이야기한다. 이진우 교수의 포스텍 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사르트르, 베냐민, 포퍼, 아렌트 등 정답의 시대를 성찰한 ‘의심의 학파’ 11인이 무엇을 의심하고 어떻게 질문을 던졌는지 살펴본다. 모두가 정답이라고 확신한 것을 의심했던 현대철학자들의 사상은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과 삶의 의미를 곱씹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왜 다수가 소수의 지배를 받는가

기술의 진보는 행복만을 가져다주는가

언어는 세계를 그대로 묘사하는가

타인에게 벗어나면 자유로워지는가

민주적 열린 사회는 가능한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기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독자에게 곤혹과 최고의 지적 희열을 동시에 안겨줄 철학 명강의

네이버 파워라이터ON, 첫 번째 출간 도서《의심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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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이욱연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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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 홍콩

국민학생 때 중국은 중’공’이었습니다. '두려울 공()’과 같은 발음이어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인 건가 싶기도 합니다. 80년대 국민학생이 단체관람했던 ‘이승복 어린이’ 영화에도 이 ‘공’자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공산당이 싫어요! 하니 공비들이 입을 찢어 죽이지요. 사건의 진위, 당사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별개로 이 영화는 제 나이 또래 한국인들이 인생 첫 고어영화가 됩니다. 이러니 무서울 수 밖에요.

중학생 때 중국은 홍콩이었습니다. 영화는 아름다웠고 배우들은 멋있었습니다. 규칙도 모르는 카드 게임을 하며 입 속 깊히 초콜릿을 집어 넣어 먹었고, 맥락없이 날아가는 하얀 비둘기에도 쓰러졌지요. 특히 좋아했던 유덕화는 가수이기도 했는데 새로 산 음반을 다 듣기도 전에 새 음반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음반을 북경어, 광동어 버전으로 발매했던 것이지만 알 수가 없었죠. 그저 초인적인 성실함의 증거로만 생각했지요. 그러니 좋아할 수 밖에요.

더이상 학생은 아닌 지금, 중국은 더 이상 중공이 아니고 홍콩과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상태라는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유비, 관우, 장비는 아직 복숭아 밭을 떠나지 못했고, 3글자 나라 이름은 머리속에 계통없이 흩어져있습니다. 책 제목처럼 이만큼 가까운 나라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만큼 가까운 나라 - 중국

‘이만큼 가까운 중국’은 우리나라와 밀접한 국가의 역사와 정치, 경제부터 문화와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국가와 사람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의 중국편입니다. 세계 각국을 다룬 다른 책과 차별되는 깊이를 추구하면서도 다양한 독자층이 이해하기 쉽도록 눈높이를 맞추었다고 하네요. 

황하 문명의 발원부터 봉건제가 시작된 주나라, 통일제국 진나라, 전성기 한나라, 당나라, 이민족의 원나라, 청나라를 거쳐 근대와 현대 중국까지. 책을 읽고 난 후에 확인하니 건너 뛴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한나라와 당나라 사이의 위진남북조시대, 수나라는 당나라 도입부에 '오랜 혼란기' 이 다섯글자로 정리되는 정도지요. 제게는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중국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까지는하고 싶지 않은 일반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최고 지점을 향한 안내서라고 할까요. 중국으로 가는 주요 지점만 콕 집어 설명해줍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굴욕의 근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천하의 중심을 자처하던 사람들이 서양 깡패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동양 듣보잡(일본)에게 얻어 맞고 대문을 열어주었으니 그 패배감이 얼마나 컸을까요. 패배의 원인을 찾고 극복하려는 시도가 뒤따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 서양 수준의 군사력이 필요하다. - 양무운동
  • 군사력을 키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 제도를 바꾸자. - 1911년 아시아 최초의 공화제 국가 '중화민국' 수립
  • 중국인들의 생각, 사상, 가치관이 문제다. 유교문화 타파! - 신문화운동(이 것이 현대 중국의 사상적 기원이 된다고 합니다.)
  • 제국주의, 자본주의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대안은 사회주의다. -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 봉건주의,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사회주의적 발전 단계를 완성하자. - 문화대혁명(마오쩌둥)
  • 빈곤이 사회주의가 아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게 좋은 고양이다. - 사회주의 시장경제(덩샤오핑)
머리속에 계통없이 흩어져 있던 3글자 나라 이름들이 순서대로 줄을 섭니다. 선 굵은 정리에 묘한 쾌감마저 느껴집니다.
중국사 특강 이후, 책은 본격적으로 현대 중국의 이해에 대한 요점 정리를 시작합니다. 지리∙문명, 정치∙경제, 사회, 문화∙예술, 한중관계를 다룹니다. 그중에서 눈길이 오래 머물렀던 주요한 단어를 되새겨봅니다. 누가 중국 아니랄까봐 죄다 '중'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입니다. 중앙집권, 중앙통제, 중국식 네티즌 민족주의 그리고 중화.

큰 땅덩어리, 다민족, 다언어라는 환경적 특성 때문에 중국에게는 중앙집권, 중앙통제가 가장 매력적인 답안이 된듯 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는 인터넷 미디어 시대의 대표주자들이지만 중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대신 중국사람들은 웨이보, 위챗, 바이두 같은 중국 자체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언론, 종교도 중앙의 통제를 받고 있고 천안문 사태 이후에는 애국주의 교육도 강화되어 이 교육을 받고 자란 '포스트 80세대'는 민족주의 성향이 짙다고 하네요. 중앙집권, 중앙통제에 관한 설명은 이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민족주의로 넘어갑니다.
'포스트 80세대'는 중국의 1자녀 정책의 주인공이자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가끔 들리던 그 '소황제'들이 해당되는 세대입니다. '중국식 네티즌 민족주의'가 수면으로 떠오른 시점은 베이징 올림픽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에게 '굴욕의 근대'를 청산하고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알리는 자리였다고 하네요. 중국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티베트 독립 관련 시위 등으로 봉송되던 성화가 꺼지고 중국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등 오히려 갈등이 강조되자 포스트 80세대가 분노했고 이들이 중국식 네티즌 민족주의를 낳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보니 어줍잖게도 뭔가 흐름이 보이는 듯 합니다. 굴욕의 근대를 벗어나 새로운 중화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중국과 중국인들의 분투. 
'중화사상 & 복원'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니 여러 기사가 눈에 띕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2013년 3월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연설입니다.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9차례나 언급했다고 합니다. 중화제국의 유산을 새로운 제국을 여는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대외적으로 '신 천하주의론'과 '신 조공질서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눈에 들어옵니다.(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대중국의 제국몽: 중화의 재보편화 100년의 실험' 소개 기사)
중국은 다시 천하의 중국이 되고 싶어하나 봅니다.

中國一点都不能少 (중국은 조금도 작아질수 없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한 지난 12일 밤 부터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연예인들이 SNS에 위의 문구와 관련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f(x)의 빅토리아, 미스에이의 페이, 피에스타의 차오루 등. 물론 다른 중국 연예인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습니다만 빅토리아, 페이, 차오루는 한국을 기반으로 아시아, 세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요. 어떻게 봐도 본인과 소속 그룹에 악재가 될 것이 뻔해보였으니까요. 실제로 TV 예능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인지도를 쌓아가던 차오루는 이 글을 올린 이후 출연하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하차 요구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보이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왜 그랬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고 할까요. 
중국의 의지는 분명해보입니다. 다만, 이 의지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 다른 나라, 특히 주변 나라를 고려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중국에게 굴욕의 근대를 안겨줬던 제국주의 국가에 대항해서 건설한 것이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일텐데요. 미워하면서 닮아버린 것일까요. 아니면 중화의 한계일까요. 원인이 무엇이든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의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이제 중국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른 영역은 제쳐 두고라도 두 나라의 경제와 문화가 갈수록 하나로 통합되는 시대에 살아갈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런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 특히 청소년과 청년 세대가 중국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는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일찍이 실학파 학자였던 박지원은 당시 조선 선비들이 가지고 있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중국 멸시라는 두가지 극단주의를 비판하면서 '이용후생()'이라는 실용주의 중국관을 주장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박지원과 같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이 책이 중국과 함께 살아갈 한국의 미래 세대가 중국을 보는 새롭고 깊이 있는 눈을 갖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머리말에서)

중국에 대한 다른 책과 앞으로 나올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지네요.
(일본, 미국이 나왔고 터키, 프랑스편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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