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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정치학 - 신자유주의와 1990년대 문화, SNS가 만들어낸 리모델링 세대
김종배 지음 / 반비 / 2012년 9월
평점 :
홍대 앞에 90년대 노래가 나오는 주점이 인기라더니 얼마전에 보니 수완지구에도 비슷한 곳이 생겼습니다.
몇년 전 7080이 한참 유행할 때 그럼 좀 지나면 9000 뭐 이런거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이제 그 때가 된 걸까요.
덕분에 저도 예전 노래들을 찾아서 다시 듣게 되더군요. 테잎으로만 가지고 있는 앨범들이 대부분이라서 음원 사이트에서 다시 사기도 했죠.
음... 이거 돈 드네..
뭐 결국은 이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30대가 돈이 된다는 건가. 흠..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생긴 선입견에서 책을 읽는 내내 자유롭지 못했던 건.
비슷한 수준의 의심 때문이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군데 군데 기발한 분석이다 싶은 곳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 나이대에서 표가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죠.
20대 시절 X세대라 불렸던 1970년대생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탈 정치화, 대중문화. 이 정도가 그 당시에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설명하는 주제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자도 머릿말에서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1970년대생의 '복권'과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입장입니다.
저자는 이 '다이내믹 코리아'의 트위스트 정치현상의 주범이 범진보진영(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이라 전제하고 이 범진보진영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30대를 지목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보는 기본적으로 계급이 추동 요인으로서 시민혁명을 겪으며 계급의 계급의식이 계급의 연대투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고취되고 사업장과 계층을 뛰어넘어 노동자 전체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연대의 결과로 얻어진 권익이 다시 노동자 전체에 되돌아는 경험을 통해서 계급의식이 고취되고 진보가 추동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경험이 없어서 해당사항이 없다는 매력적인 분석을 보여줍니다.)
우리 나라에서 계급을 대신해 진보의 젖줄 구실을 하는 건 젊은 세대고 그중에서도 30대가 선두에서 서고 20대, 40대가 그 뒤를 따르는 삼각편대의 형태를 보여준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리고 30대의 상대적 진보성 추동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 사회경제적 배경
1. 근로소득의 불평등 정도는 가장 낮으면서도 비금융 자산의 불평등 정도는 가장 높은 것
등 다른 세대에 비해 심각한 동 세대내의 경제사회적 삶의 양극화가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음.
이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복지 확대와 구조 개혁에서 찾게 되었고 이 문제에 관한 로열티가 있는 범진보진영을
지지하게 되는 상대적 진보성으로 귀결된 것
2. 정치문화적 배경
가. 도덕, 당위에 의해 움직였던 386세대와 달리 30대는 생활과 연관된 차원에서 진보적
가치의 필요성을 발견했고 이 진보적 가치 위에서 자신과 동 세대가 형성한 참여의
물결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제고했음.
나. 20대때 대중 문화와 함께 놀았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지금은 정치 영역에서 놀고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의 유모차 부대나 미권스 등의 활동도 이런 차원인 거임.
다. 키워드: 팬덤, 놀이, 게임
그리고 30대의 이러한 특성은 그들이 20대 시절에 형성했던 취미,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인 소집단 문화에 기반한 것으로 이는 곧 트위터로 대표되는 sns 서비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사회적인 네트워크(커뮤니티)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합니다.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워낙 제가 그 분야에 소양이 없어서인지 흥미진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이 세대가 어떤 일들을 겪었고 그것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을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끌고 가는 힘이 좋았습니다.
다만, 정치문화적인 배경 분석에서는 고개가 약간 갸웃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자화된 개인과 소집단화된 개인은 다르다곤 하지만 소집단 문화에서 유래한 네트워크(커뮤니티)문화라면 그게 사회적으로 과연 유의미한 영향력이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자는 또 30대의 진보성을 강화하는 매개체로 트위터를 꼽고 응원석 맨 앞에 위치한 익사이팅 존이라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오순도순 진보성을 유지하고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파하기도 한다. 소통영역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그렇지만 문제는 익사이팅 존은 정말 열혈 팬만 모이는 곳입니다.
거기에서는 응원 팀의 승리와 패배가 죽고 사는 일이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아무일도 아닙니다.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요.
지난 총선 때 트위터 분위기로 보면 모 정당의 원내 진입은 떼논 당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정당 등록 취소됐습니다. 지지율이 1점 몇 퍼센트 였죠.
총선 결과 나오고 멘붕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적어도 제 트위터 상에선 당연한 일이었어요.
팔로윙 한 사람들이 죄다 그쪽이니 제 트위터에서만 보면 대승리였던거죠. 일종의 매트릭스.
이게 꼭 저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트위터만 보면 새누리당이 대패하는 건 기정 사실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죠.
트위터 사용이 사용자의 기본 성향을 강화할 순 있을지 몰라도 확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뭐 흥신소 분위기 나는 싸이월드 느낌이라 이런 성격이 더 강한 듯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익사이팅 존이 비꼬는 비유인가 싶었는데 더 읽어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암튼 이런 부분이 염려되어선지 저자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사회적 소통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참여를 유도하고, 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연대의 신축적 확장을 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 그들처럼 안성맞춤형으로 소통을 경험한 세대는 없다'....는 식으로 자기의 주장에 대한 전제를 재확인합니다.
하지만 그냥 전제로 놓고 퉁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숙제입니다.
언젠 익사이팅 존 같다고 해놓고선 연대의 신축적 확장이라니. 이건 좀.
팬클럽에서도 레어 사진 보려고 등업하려면 얼마나 어려운데..
그리고 30대의 진보성에 대한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집니다.
'30대의 진보성은 의식이라기 보다는 외부 환경에 영향 받기 쉬운 정서'라는 지적입니다. 30대의 정치문화적 배경으로 제시된 놀이와 게임의 속성 상 정서에 의한 사랑, 지지는 외부 환경에 영향 받기 쉽고 변하기도 쉽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30대의 진보성이 약화될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30대의 진보성이 정서가 아닌 의식으로 승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예로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30대의 지지세를 증거로 제시합니다. 계급의식이 발로와 연계하여 볼 수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 부분도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통진당에 대한 지난 총선에서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창당할 때 부터 그 정체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고 끝내는 현실로 나타났죠.
통진당의 지난 총선에서의 지지율에 대한 분석은 계급의식의 발로라기 보다는 30대 진보성의 문제로 지적한 정서에 기반한 것이었다는 더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진당하면 우선 떠오르는게 스타 진보 정치인들입니다. 노심조유, 그리고 이젠 괴물 취급 받는 이정희까지.
저자가 30대 진보성의 정서적 요소로 분석한 팬클럽류의 지지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합니다.
30대 진보성의 그림자인 정서를 지적하면서 이의 반증으로 통진당에 대한 지지율을 제시했다는 건 적절하지 않아보입니다. 실패!
사실 책의 도입부에서 진보와 자유주의 세력을 하나로 묶어 범진보로 뭉뚱그려 놓고 얘기를 시작할 때 부터 뭔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까지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일단 하나로 묶어 놓고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거 아녀...'
(물론 가고자 하는 그 목적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 전혀 이견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책은 취할 부분과 그렇지 않아야 할 부분을 잘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세기 소년'
어디 가입할 때 보면 자기 소개를 써놓는 곳이 있는데 저는 주로 이 얘길 씁니다.
용두사미의 거장 나옥희의 만화이기도 하고 제 자신을 설명할 때 그나마 가장 간지나는 괜찮은 표현인 듯 해서요.
시기를 더 정확히 특정하면 90년대 소년이 되겠죠.
90년대 소년, 소녀들이 다시 돌아오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 아니면 표. 뭐 요런 것들의 셔틀로 보는 어른들이 건재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