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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MIT 경영대학원 교수들이 쓴 <제2의 기계시대>는
1부 : 새로운 기계의 능력
- 기술이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만물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현상
2부 : 기술의 진보와 불평등
- GDP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기술발전에 따라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 등의 문제점
3부 : 생존을 위한 전략
- 이렇게 변모해 나가는 조류 속에서, 인간은 미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기계와 동반하면서 인간이 지속 번영할 수 있기 위한 제언이라는
무난한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매우 말끔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진보와 삶의 변화를 '1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파급효과에 따른 변혁을 '2기'로 보는 관점으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하고 있는 기술력 및 네트워크-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진단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고찰합니다.
고대 우화에서 신기묘묘한 미스테리로 인식된 자동문은 현대인들에겐 일상의 도구가 되었고
구글에서는 바야흐로 무인 자동차를 본격 시현해내고 있습니다.
20세기말 체스 명인을 격파한 딥블루를 시초로
이제는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도 로봇이 인간의 뇌를 능가하고 있음을 재차 입증했지요.
인공지능은 이제 진단의, 의과학의 영역에도 본격 침투하는 중이고
각종 지표들을 주입시키자 인공지능이 작성한 경제 기사가 경제지에 멀쩡히 실릴 수 있을 정도로
SF에서나 등장했던 일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정량적 분석능력에 있어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능가하므로
향후 경제·주식분석가들은 점차 사라질 수 있고
오히려 정원사, 요리사 등이 롱런하는 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는데
구글자산운용사가 출범하는 날, 이 또한 부분적으로 현실화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리를 배워야 하나...^^)
로봇, 인공지능이 계산·암기 같은 차원에서 인간을 압도한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반면
SF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상상되어온 것처럼
로봇이 인간처럼 지각하고 감각하며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등
'비정형성'에 대응하는데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건
사람처럼 걷고 달리는 로봇을 구현하는 것조차 여전히 어렵다는 데에서 입증됩니다.
0 아니면 1 이라는 정형화된 법칙에 의거
너무나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고
이는 아직까지 '난수'의 적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추가로 기계의 발전과 더불어 디지털 네트워크가 일상화되면서
21세기는 '비용 제로'의 시대가 되고 있어서
이 또한 어떤 면에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클리셰의 극치에 가깝더라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네트워크 파급력의 사례에서 배제하기 어렵듯
그런데 이것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음은,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급격한 변화는 발전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적응 여부에 따라 격차를 벌리는 원인이 되어왔으니까요.
리카도나 마르크스는 기술 발전으로 근로자들의 상대적 임금격차 계속 악화되어
생존임금 수준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고
실제 21세기초 미국 경제성장의 과실의 2/3 가량은 상위 1%가 가져갔습니다.
전체적인 부가 증가하더라도 그 수혜가 일부에만 집중된다면
이를 공유하지 못하는 다수의 불만은 누적되기 마련입니다.
교육 부문을 보면 온라인 강의, 소위 '동강'의 등장으로
지리적 경계가 사라져 소위 스타강사들이 출현하였으나
수많은 오프라인 학원들의 경영 및 강사들의 처우 악화라는 이면이 있습니다. (저출산 영향 별도)
음악계에서도 카라얀의 지휘,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 호로비츠의 연주 등이 디지털화되다보니
신진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생각처럼 많지 않습니다.
접근성의 향상은 심지어 장기 불황 중인 출판업이나 작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여
해리포터-죠앤 롤링이 대표적인 수혜자로 급부상하였으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음을, 저자들은 2장에서 잘 짚고 있습니다.
추가로 GDP가 안늘어도 상관없다라는 말을 한다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무식한 소리라고 펄쩍 뛰겠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GDP 성장이라는 맹목적인 목표에 내재된 문제점은
저 또한 상당히 공감하는 측면입니다.
진정 가치있는 척도인지, 기술 진보에 의해 얻은 '잉여의 시간',
창의적인 무언가에 종사할 수 있는 여유, 행복도 등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평가 또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로봇은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는데
'항공기는 날개를 퍼덕이지 않는다'라는 흥미로운 문장처럼
마지막 장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모색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제1의 기계시대가 화학 결합에 갇힌 에너지를 해방시켜 물질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면,
제2의 기계시대는 진정으로 인간의 창의성이라는 힘을 해방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323p, 결론 중
인공지능로봇이 제퍼디에 출연해서 우승을 할 순 있겠지만
제퍼디에 출연할 생각을 하지는 못하듯,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보다
인간이 기계를 잘 활용하는 방식의 효율성이 더 낫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마 특별한 이견이 나오진 않을 것 같네요.
저자들은 이를 토대로 21세기 제2의 변혁기를 맞아
과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대단히 강조합니다.
어차피 21세기 내 완벽한 안드로이드가 탄생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간의 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인공지능에 아웃소싱하고
기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는 것,
이 맥락을 후손들에게 이해시키는 교육과정은 필수일 것입니다.
(이외에도 역소득세 도입이나 규제 완화, 경제적 지대 부과 등을 말하는 데 여기서는 독자들의 의견이 갈릴 듯 합니다.)
지금껏 여러 SF 영화-애니메이션-만화 등은
시청자-독자들의 흥미를 돋워야 하기 때문에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미래가 유토피아이길 바라는 입장에서
기계와의 공존은 인간이 여가 및 오락생활, 창의적인 활동 등에 종사하면서
행복을 느낄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큰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만 보더라도 '결핍'이 만연했던 반 세기 전보다,
'공급과잉과 잉여'에 시달리더라도 작금의 상황이 낫다는 데에는 거의 누구나 공감할 테니까요.
이처럼 <제2의 기계시대>는 인공지능의 강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네트워크 확대라는
21세기의 조류에 대해 흥미롭고도 깔끔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