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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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가족에게, 타인이 타인에게 상냥하게 휘두를 수 있는 폭력에 대하여. ‘미소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라는 말이 시린 겨울을 더 시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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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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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나의 도시 』  『 오늘의 거짓말 』  을 고등학생 때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읽게 된 정이현 작가의 『 상냥한 폭력의 시대 』

'상냥한' 과 '폭력' 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같이 붙어 있으면 안되는 단어가 만난 것 처럼.

총 7편의 단편 소설이 엮여져 있고 책 제목(상냥한 폭력의 시대)과 같은 제목의 이야기는 없었다.

큰 기대를 하고 책을 읽어서 그런가, 크게 잔상에 남는 이야기는 없었다. 제목과 같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

첫번째 이야기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는 '나(희준)'와 새어머니이면서 동네사람들에게는 '미스조'라고 불리우는 조은자씨 와의 관계 이야기이다.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미스조는 새 아들 희준에게 늘 상냥했다. 희준의 아버지는 미스조를 호적에 올리지 않았고 친척들에게 소개하지도 않았다. '어떤 사람이 제멋대로 나를 침범하고 휘젓는 것을 묵묵히 견디게 하는 건 사랑이지만, 또 그 이유로 떠나기도 (p.31)' 하는데 미스조가 그런 경우였다.

미스조는 아버지를 떠난 사람이었다. 희준은 미스조와 자신의 관계를 '알고 지내는 사이'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희준에게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미스조가 유언으로 희준에게 남긴 건 그녀가 키우던 '거북이'였다.


희준은 '최근 몇 년간 내 삶에서 일어난 가장 극적인 사건 목록'에 거북이와 살게 되었다는 사실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지만,

마흔번 째 생일 아침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떠올리며 (p.33)'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희준은 가장 극적인 사건 목록 1번에 '미스조의 죽음'을 추가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안 것 같다.



네번째 이야기 '영영, 여름' 에선 무역회사에 다니는 일본인 아빠 와 귀부인처럼 사는 한국인 엄마, 그리고 나(와타나베 리에)가 등장한다. 해외 영업원인 아빠를 따라서 해외 곳곳으로 이사를 다니는 바람에 리에도 학교를 여러번 옮겨야  했다.

엄마는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모국어인 한국어로 리에에게 곧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리에는 '가끔 엄마가 딸의 몸무게가 아닌 영혼의 무게에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 (p.106)'해 한다.


그렇게 또 한번의 이사와 전학. 남태평양 부근의 K시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리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계기로 메이와 친해지게 된다.

리에의 몸무게를 걱정하는 '엄마의 부실한 도시락'과 메이의 '휘황찬란한 도시락'을 서로 바꿔먹으면서 둘은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겨우 사귄 친구 메이는 리에의 조그마한 실수로 학교를 떠나게 되고, 리에는 모래사장에 앉아 메이를 그리워하면서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 부서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p.130)' 생각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20년이 지나가버리고,

리에는 여전히 '침묵만이 남은 미래에서 암흑과 뒤섞일 때까지 앉아 있었다 (p.131)'


메이를 떠나보낸 후 리에는 줄곧 메이를 기다려왔지만 메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에도 침묵만이 남은 미래에 홀로 남겨진 걸 보니, 메이 외에 다른 친구는 없었나보다.




*

첫번째 이야기 속 희준도, 네번째 이야기 속 리에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떠올리고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 부서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한다.


미스조의 상냥함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두며 지냈던,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희준은 미스조의 죽음을 믿기 힘들어했고

뒤늦게 서야 슬픔을 인지했다. 그리고 희준이 생각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앞으로 닥칠 또 다른 슬픔을 말하는 거 같고,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일들'은 아버지나 미스조와의 (이뤄지지않을) 만남을 말하는 것 같았다.


리에 또한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과 '부서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홀로 생각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단단한데 부서지기 쉬운것들이라는 말을 쓰니 의미가 또 한번 중첩되는 느낌이다. 친구 메이와의 우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부서지지 않는 것들은 리에의 엄마나 리에가 놓인 외로운 상황을 의미하는 걸까..


희준과 희준의 아버지는 미스조에게, 리에의 엄마는 리에에게. 가깝지만 먼 사이에서 '상냥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었다.

A가 B에게 '상냥한 폭력'을 휘두르는 이야기들이 모여 『상냥한 폭력의 시대』 가 되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에는 문학평론가 백지은의 해설이 나온다. 아직 읽지 않은 해설을 이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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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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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장편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미래의 한국과 북한이 '통일 과도기'에 들어선 모습의 픽션이다.

북한은 김씨 왕조(김정일, 김정은을 일컫는) 가 무너지고 남조선과의 통일에 들어서면서 '통일 과도정부'가 출범한다.

통일 ​과도정부는 1947년 당시 한국에 들어선 '남조선 과도정부 (미 군정이 주도하여 수립한 과도정부 형태)' 의 모습과 유사성을 띈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행정권은 한국인에게 이양되었으나 중요사항에 대해서는 미국인 고문이 거부권을 쥐고 있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마냥 우리나라가 스스로 일어서기까지 외부세력의 보조가 필요했던 것이다.

책 속의 북한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새 정권은 스스로 '통일과도정부'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단어에는 '남한 정부와 북한 인민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어설픈 일 처리는 눈감아 줘야 한다 (p.10)'라는 전제가 깔렸다.


김씨 왕조가 조용히 무너지면서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았으며,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됨으로써 남한은 다국적군(네덜란드, 핀란드, 태국, 몽골 등)의 예산을 부담해야 했다.

이에 '북한땅에서는 인민보안부도, 한국군도 아닌 외국 군대가 가장 영향력이 막강 (p.44)'해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김씨 왕조 시절의 불량 국가, 막장 국가'에서 김씨 왕조의 붕괴 후의 북한은 '좀비 국가'가 되고 만다. 치안, 마약, 불법이민 등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가 된 북한. 그리고 북한은 남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간섭과 감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마약 밀매 조직은 점점 크기를 키워가며 남한으로 까지 밀반입을 꿰한다.

이 때 등장하는 주요인물 중 '최태룡'은 장풍군에서 마약 밀거래를 하며 규모를 불리고 있는 조직의 우두머리로 나오고,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파가 있었듯이 최태룡과 거래하며 잇속을 챙기는 겉만 남한의 평화유지군인 '헌병대장' 등장한다.

 

북한 신천복수대 출신인 '장리철'은 눈 아래 길게 흉터를 가진 남자로 묘사되며 '최태룡 일당'을 처리하는 무적의 인물로 나온다. 최태룡에게 복수하려는 북한의 여성 은명화, 박우희, 문금옥 등은 북한의 남성들보다 빠르게 세태를 파악하며 불안정한 사회에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여성들끼리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간다.

 

 

 

실제로 이 책을 쓰기까지 장강명 작가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와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탈북자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전쟁』속 배경 설정에 대해서는 '통일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던 시나리오'라고 한다.

책 속에서 그려진 북한은 이도저도 아닌 나라였다.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정부, 그래서 마약관련 폭력 조직들이 지역을 장악해가고 일반 시민들은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빈곤의 끝을 달리는 모습. 이런 모습이 실제로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된다는 가정하에 이상적인 모습이라니, 그래서 책 제목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인가보다. 차라리 전쟁이 일어나는게 최선책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린 부분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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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 내 마음을 알아주는 시와 그림의 만남
이운진 지음 / 사계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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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책 제목에서 고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가 맞다.

화가에게 시를 읽어줄까요? 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시와 그림의 만남'으로 그림 한 편과 시 한 구절을 짝지어 소개해 준다.


목차도 전시실 분위기로 1전시실, 2전시실, 3전시실로 나뉘어진다.

1전시실에서는 따사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생일 선물, 엄마의 낡은 스웨터, 감자 냄새, 러브레터 등 이야기가 나오고

2전시실에서는 '가장 밑바닥 감정의 기록'이라는 부제목으로 등의 슬픔을 보여줘, 눈물의 맛 농도, 한없이 혼자인 날 등 가슴 쓰라린 이야기로 이어진다. 3전시실은 자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자화상, 거울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


이 중 2전시실- '등의 슬픔을 보여줘' 3전시실-'작지만 큰 세상, 서재' 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와닿았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가볍든 무겁든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운명의 짐을 벗어 버리려고 했던 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돼."

책 속의 모든 말은 -다.로 끝나는 문장이 아닌 ~어,~돼 같은 대화체로 끝난다.

처음에는 '대화체의 긴 문장들이 과연 책에 집중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가와 나누는 대화 같은 분위기여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 이운진은 언니가 동생에게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겪었던 여러 감정들을 공유하며, 그림과 시를 만나 위로를 받았던 경험들을 말해준다.

 

 

 

 

 

'가슴 아픈 일로 울고 있을 때 가만히 다가와 등을 쓸어 주던 손길이 있었어.

 내 등줄기의 곡선을 따라 천천히, 울음이 잦아드는 속도처럼 느리게 등만 쓰다듬어 주었어.

 토닥토닥 등을 다독여 주는 그 손은 백 마디 말보다 든든한 힘이었지. (p.87)'



힘든 일이 있을 때 눈물로 그런 감정이 터져나올 때. 백 마디 말보다 누군가의 포옹만으로도 마음이 진정이 되고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저자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 누군가의 따듯한 손길로 위로를 받았고, 그 손길이 '왜 그토록 따뜻했는지'를 후에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우리의 얼굴에 쌓이는 세월은 눈으로 확인하며 애달파하지만, 보이지 않고 보지 못하는 등에는 어떤 상념이 내려앉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등을 토닥이고 등을 쓰다듬고 등을 안아주고 싶지만, 우리 스스로가 안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등'에 대한 그림과 시는 애절함까지 느끼게 했다.


사진은 오귀스트 로댕의 <다나이드>라는 조각상의 모습이다.

얼굴을 땅에 파묻고 몸을 편히 누이지 못한 한 여인의 모습. 내 상상으로는 처음엔 무릎을 꿇고 앉아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을 꿇고 있다가 어떤 큰 슬픔에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묻게 된 듯하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다나이드의 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다나이드의 딸들은 죄를 지어 대가를 치뤄야 했는데 '지옥에서 구멍 뚫린 통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하는 벌(p.92)'을 받았다고 한다. 로댕은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상을 만들었다.  

 

 

 

 

 

 

 

<다나이드>에 이어 같이 엮인 시는 서안나의 '등'

시 속에서 우리에게 등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이며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등을 볼 수 없음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고 하나의 몸이지만 나의 등은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나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나의 몸이지만 정면과 다른 나의 배후,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나.

시를 읽으면서 내 등이 새삼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스스로 쓰다듬어 줄 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이 아무도 생각나지 않을 때나 양동이 가득한 ​물처럼 아슬아슬 넘실대는 마음일 때,

 아픔이 짙은 소설책들은 어지러운 내 생각을 지긋이 눌러 주곤 했어.

 책은 말없이도 나를 다독여 주고 귀 없이도 내 얘기를 들어 주는 것 같았지. (p.190)'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책 속의 내용들이 많이 닮아있어서 놀랐다. 전시실에서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조용하게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위로해주고 토닥여주는 느낌이다.

'아픔이 짙은 소설책'들이 소용돌이 치는 마음을 지긋이 잠재줘주고,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 큰 상념에 빠지게 되면 책 속의 글자마저도 눈에 안 들어온다.

 

시간이 조금 지나 가라앉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을 때 날이 섰던 마음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책으로 <고흐 씨 시 읽어줄까요> 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시와 그림,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로 위로 받을 수 있는 책, 저자의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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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12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2
시리얼 매거진.임경선 지음, 최다인 옮김, 선우형준 사진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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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제일 처음 맞이하는 시리얼처럼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읽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책.

로사 박과 리치 스테이플턴은 ​'영감을 주는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매거진 시리얼'을 만들었다.


시리얼 8호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조금 난해하기도 했었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장소나 음식이 소개되는 것도 아니었고, 글없이 소개되는 사진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10,11,12호에 이르기까지 점점 발전하며 시리얼 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술과 디자인, 여행지, 스타일 등 화려한 느낌 보다는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을 담고 있는 시리얼.

이번 시리얼 12호 에서는 한국어판 특별기고로 임경선 작가가 함께 한다.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글을 담고 있고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혼자만의 시간에 대하여'

임경선 작가는 어린시절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외국으로 자주 전학을 다녔다.

그러면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그 시간을  인내해야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은 '자아를 성찰함으로써 비로소 타인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그들을 포옹할 힘' 을 기르는 토대가 되었다.


현재는 결혼을 했고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역할 외에도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주는 편이라고 한다.

'산책 좀 하고 올게'라고 말하면 당연히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고 배려해 준다고 한다.


'각자가 완벽히 혼자인 시간을 충분히 누림으로써 우리는 기꺼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힘을 가진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생활을 읽으며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면 고독을 즐길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작가 또한 처음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외롭지 않게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보낸 건 아니었다.

'혼자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의식과의 싸움'이었고 '내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라는 걱정을 떨쳐내야 했다.

그러다가 또래 여성이 혼자 술도 마시고, 공연도 보러 가는 걸 보면서 '혼자'보내는 시간의 고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독'이라는 것이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종류의 고독'이라는 것을.



도서관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고 읽고, 읽고 싶은 책들을 들고 집까지 걸어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특별히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해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시간을 기다리고 즐기는 편이었다. 

친구들과 정신없이 노는 게 좋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그 시간이 온전히 내 것처럼 느껴져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의 임경선 작가는 혼자 글을 쓰며 일하고 있다.

'혼자 일하는 자유로움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p.54)'

'자유로움은 자칫 방종과 게으름, 자기 합리화'로 이르기 쉽기 때문에. 





 



여행지 소개에서는 인도의 라자스탄과 춥디추운 남극 대륙이 나온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더울 수도 있는 인도 이야기가 따듯하게 느껴졌다.

인도에는 푸른 도시의 '조드푸르JODHPUR' 분홍빛 도시의 '자이푸르JAIPUR' 가 있다고 한다.


도시가 푸르게 변한 것은 더위 때문에 혹은 사회 최상충의 지위를 지켜내려던 브라만들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내려다본 도시 사진은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이푸르'라는 도시는 분홍빛을 띄는데, 이곳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사람이 많고 시끄럽다고 한다.

잡상인들이 우르르 달려와 물건을 팔려고 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래도 전통 보호와 관광 산업을 위해 항상 분홍색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까지 있다고 하니 한번 쯤은 '분홍 도시 자이푸르'를 보고 싶기도 하다.








덴마크 왕국의 일부로 남아있는 페로 제도에 서식하는 퍼핀(The Puffin).

색조 화장을 한 것 처럼 부리와 눈이 화려하다. 머리는 동글동글. 조류 중에 귀엽다고 생각하는 새는 없었는데 퍼핀은 보면 볼수록 귀엽다.

페로 제도에는 나무가 전혀 없고 강한 바람 때문에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이어서 바닷새들만 머무른다.


퍼핀도 바닷새 중 하나이며, 퍼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새끼 동물이나 봉제 인형을 볼 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p.146)'고 한다.

실제로 퍼핀을 본다면 나도 귀여워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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