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 다시, 도덕경
박영규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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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갖고 싶은 것들, 가지지 못한 것들에 열광한다. 

최근에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며 'passion connected'라는 영어로고가 새겨진 한정판 패딩을 판매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매장은 길게 줄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고 한정판 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 새벽2시부터 줄을 선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패딩을 쟁취한(?) 사람들은 환한 미소로 기다림을 자랑스레 얘기했다. 이런 장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 데이에는 전전날에 백화점이나 마켓 앞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값 싸게, 혹은 한정판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과연 그 물건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일까? 없으면 죽고 못 살 정도로?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한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에서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이 반성했다. 한정판이나 세일 상품을 줄서서 산 적은 없지만 내 방을 둘러보니 없어도 될 물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욕심을 부리며 물건을 산다. 그게 옷이 되었든 음식이 되었든 또는 그 무언가가 되었든 말이다. 지속적으로 새 것으로 채우는 삶은 어찌보면 행복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울수록 '내 자신과 내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무소유의 삶은 진정한 자유나 참된 자아를 찾아 나서는 순례의 과정에 비유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한다는 것이며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p 33)''

'지녔으면서도 더 채우려는 것은 그치는 것만 못하다 -도덕경 9장 (p 81)'


우리나라에서는 '필요없는 것을 끊임없이 비워내는 '무소유'에 대해 말했을 때, 유럽권에서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줄임으로써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미니멀라이프' 가 유행했다. 그 무렵 일본에서는 '끊고 버리고 떠난다'라는 뜻을 가진 '단샤리 열풍'이 불었다.  모두 다 비움의 삶을 지향하는 뜻을 가졌다. 

 

비우는 삶에 대해 충고를 듣고 싶은 이들, 지금 자신의 방에 불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한데 또 채우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노자의 해설서는 아니지만 미니멀리즘의 정신적인 토대'가 될 수 있는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에서 따끔한 충고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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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여기까지이거나 여기부터이거나 - 카피라이터 박유진의 글과 사진으로 써내려간
박유진 지음 / 더블: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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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느낌의 건축물이나 자연경관을 보면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아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익숙치 않은 것들에 대한호기심과 놀라움이 겹친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자연경관에 자주 놀랐다.

아이슬란드 곳곳의 사진들을 보면서 '정말 존재하는 곳이겠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 'Landmannalaugar (란드마닐라우가르)',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더 멋져보이는 'Gullfoss(굴포스)' 그리고 빙판이 깔려있고 주변에는 건물하나 없는, 있는 거라고는 표지판 뿐인 허허벌판 도로마저도 눈을 못 떼게 만들었다. 날 것 그대로의 훼손되지 않은 것들, 오염되지 않은 아이슬란의 자연이 많이 담겨있었다.




 

     Hvítserkur 흐빗세르퀴르



썰물 때에만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는 바튼스네스 반도 해안가의 '흐빗세르퀴르'

이 절벽(?)을 보고 '태초의 지구' 가 떠올랐다.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편'에서 봤던 아이슬란드의 모습은 그냥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모습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탄성을 지르는 장면들이 많았다.


오로라를 보러 갔던 저자는 '여행을 시작한 지 겨우 하루 만에 오로라는 수많은 놀라움 중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이슬란드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겨울과 여름의 아이슬란드를 담았고 서부와 북부의 아이슬란드를 원없이 달렸다. 그래서 이토록 다양한 아이슬란드의 모습들을 담을 수 있었나보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피야들사우를론' '미바튼 자연온천' 등 아이슬란드에서 볼 수 있는 경이로운 자연 경관들을 사진으로 보니 아이슬란드 여행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도 피어야 할 이유가 있다. 생을 짓누르는 엄청난 무게에도 고결히 솟아오르는 저 들꽃처럼 -p.89'

 

여행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고, 마음을 울리는 글들도 간간히 나온다. 그중 마음에 들었던 글이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싶게끔 만드는게 저자가 책을 쓴 주된 이유라고 하니, 독자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을 거 같다.

나부터도 아이슬란드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다면 말을 잇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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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하지만 뾰족한 -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그림 같은 대화
박재규 지음, 수명 그림 / 지콜론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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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고즈넉-' 이라는 단어가 무심결에 떠오르면 고요한 기분이 들고, 경복궁, 호수 위 연꽃, 멀리 울긋불긋 물든 산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꿈'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들, 어떤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는가, 현재의 나는 어떠한가 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한 단어에 대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나중에는 내 경험과 뒤섞이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한다.  


<담담한 하지만 뾰족한> 에서는 카피라이터인 박재규 저자가 누군가와 대화를 했고, 그 대화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단, 질문은 .....으로 표시했고 질문에 대한 답만 나온다. 시도, 삶, 영감, 성공 등 164개의 단어에 대한 짧은 글이 담겨있다. 어떤 대화속에서 혹은 어떤 질문 속에서 이런 답이 나왔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답한 사람의 나이나 직업을 짐작해보는 것도 재밌었다.



 


 

 

#19. 기립에 대해 - "인간을 자신의 힘으로 기립하게 만드는 생물학적 요인이 뼈와 근육이라면

인간을 자신의 힘으로 기립하게 만드는 사회학적 요인은 경험과 신념이겠지요. -p.40"


'기립'은 일상생활에서는 생소한 단어다.

'기립'은 자리에서 일어서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내 힘으로 두발을 딛고 서는 육체와 스스로 살아가게 만드는 정신과 마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육체와 정신이 내 한몸에 있다는 게 심오하게 느껴졌다.




#68. 이해심에 대해 -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깊어지려면 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넓은 그릇과 같습니다.

많이 담을 수 있고, 많이 품을 수 있으니 먼저 다가가게 되고, 사랑과 관계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경험이 작은 사람은 작고 뾰족한 그릇과 같아서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기는 커녕

자신의 화도 주체하지 못해 늘 분노를 달고 살게 됩니다. -p.115"


요즘 이해심에 대해 정곡을 찌른 글이었다. 조금더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이해심을 넓게 가지자고 마음먹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 거 같다. 둥글고 깊이있는 그릇과 작고 뾰족한 그릇 사이에서 나의 모난 부분들을 더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64개의 단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 단어를 내 삶에 어떻게 비춰서 보고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다. 제목그대로 '담담한 하지만 뾰족하게' 타인의 생각들을 조금 엿볼 수도 있다.  

글과 함께 나오는 따듯한 느낌의 흑백 일러스트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잠 들기 전,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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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 제주 하늘 아래 무심코 행복함을 느낄 때
조연주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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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놀거리 먹거리가 있는 지역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있는 곳은 바로 '제주'다.

제주를 떠올려보면 유채꽃, 바다, 올레길, 감귤, 우도 등 여러 단어가 떠오른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제주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섬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재작년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가 생각난다.

5~6년 만에 간 제주도.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포근한 날씨에 기분이 좋았고,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정도로 파란 하늘과 이국적인 나무가 멋스러웠다. 미세먼지 낀 하늘을 자주 보다가 새파란 하늘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는 제주도에 4년째 방문하며 조금씩조금씩 제주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처음 비행기를 타고 간 곳이 제주도였고, 이후 틈틈히 제주도를 여행하며 소소한 추억도 쌓고 우울한 기분도 털어내곤 한다고. 맛집이나 여행지에 대한 소개가 아닌 방랑객 시선으로 제주도로 보고 느끼고, 더 멀리 보면 '나 스스로'를 알아가는 내용이었다.


'살다보면 무수히 많은 일을 겪게 되는데, 예고편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불쑥 찾아오는 일들 앞에서 늘 우왕좌왕했다.

 제주의 용두암이 내게는 기다림의 장소였듯이 인생에서도 고비마다 기다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조금 마음 편하게 기다림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p.51)'​ 

'홀로 제주 여행을 하면서 매번 나에 대해 한 가지씩은 더 알아갔던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도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용기와 인내를 마주했을 때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지기도 했다. (p.113)'

홀로 여행하는 시간, 여행하면서 무언가를 눈에 담고 무언가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내면의 내가 성숙해지는 게 아닐까.

나도 홀로 여행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인데, 이 책이 좋은 자극이 되었다. 저자가 홀로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은 '조급하게 다니지 않고 느리게' '무언가를 남기려 하는 여행보다는 덜어내는 여행' 이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욕심내서 이곳저곳을 담으려 하기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깊이 담으려고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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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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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의 책표지, 고요하게 내려앉은 밤하늘 같다.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세로로 'ㄱㅗ도ㄱ' 철자에만 은박이 박혀져 있다. 고독.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 

소설 속 환갑을 막 넘긴 '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의 부인도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오고가는 수 많은 사람들을 관찰한다. 장사가 잘 될 거 같지 않았던 한적한 도로변에 있는 편의점에는 아침에는 고등학생들이 새벽에는 화물차 기사들이 오고갔다. 아침시간이 되면 오후 근무자와 교대를 하고 집에 돌아온다. 바톤터치하듯 아내가 일을 나간다. 별다른 사건사고없이, 고요하게 물 흐르듯 화자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어느날 '나'는 치매에 걸린듯한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 상상은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진다. '상상은 잠에서 막 깨어나 떠올리는 꿈의 잔영들처럼 두서없으면서도 생생했다. 그리하여 장면이 바뀌는 순간순간 나의 가슴에 꽂히는 고통도 선연했다.. 내 어처구니없는 상상이 행여 말의 씨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했다. (p.63)'

'나'는 아내가 있는 방문 손잡이를 잡으며 '교만했고, 의지는 약했고, 허튼 감상만 많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기도했다. 방문을 열었고 아내가 빙그레 웃었고 순간, 주전자에서 물 한방울이 노란색 장판위로 떨어진다.

그 순간을 묘사하는 글에서 장면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의 천진한 표정이 '쇠스랑 같은 고단함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숨 쉬고 있는 것(p.65)'을 본다. 다행히도 화자가 상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환갑이 넘어 뒤돌아본 과거 속에는 먹고사는 일에 무심했던 '내'가 존재했고,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삶을 비하했고, 뭔가 더 큰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무슨 열망을 갖고 살지는 않았다. 이렇게 '나'는 이렇다할 목표도 없이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공원에서 삼겹살을 먹으면서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여자를 보며 생각한다.


"내 인생의 삼겹살은 무엇일까?

그것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그것이 있어서 살고 있는 내 인생의 내밀하고도 강렬한 욕망은 무엇일까? (p140)"

이 문장에서 책 표지의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저그런 평범한 인생을 살았을 지라도, 살고 있을지라도 어느 순간 자신의 삶에 대해 번뜩이게 되는 순간.

소설의 말미에서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화자는 종지부를 찍는다.

이 책은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인데 일상을 묘사하는 글은 평범하지가 않았다. 흡인력있는 소설이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살지 않으면 죽은것이고 죽지 않으면 살아가야하는 것이고.

문득 인생에 대한 시작점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같아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1차원적인 문제가 가장 혼란스러운 듯하다.

가볍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서평을 쓰면서 삶이란 '지극히 사소하면서 지독히 아득한' 문제들로 가득차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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