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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만나다 - 한용운에서 기형도까지, 우리가 사랑한 시인들
이운진 지음 / 북트리거 / 2018년 2월
평점 :
독립선언문을 선포한 3.1 운동과 나라의 광복을 외친 8.15 광복절이 있기까지, 우리나라에는 독립운동에 기여한 여러 시인들이 있었다. 3.1운동 33인 민족대표 이자 독립운동가,시인이였던 '한용운',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잡혀 투옥되었을 때의 수감번호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던 '이육사', 영화'동주'로도 나온 이름만 들어도 울컥한 '윤동주' 까지.
총 25인의 한국 시인들을 《시인을 만나다》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3.1운동에 앞장선 독립운동가 이자 승려, 시인이였던 한용운.
14살에 결혼하고 아들까지 두었지만, 27살에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 받은 법명이 용운이여서 한용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님의 침묵>처럼 그의 시에서는 '님'이라는 청자가 자주 등장하는데 여기서 '님은' 조국, 부처 혹은 사랑하는 이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 <복종>이라는 시 中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중략)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당신'도 조국에 비춰볼 수가 있다.
감옥에 투옥되었을 때도 그는 '감옥에서 변호사를 구하지 말고, 사식을 들이지 말며, 보석을 요구하지 말 것을 3대 행동 원칙 (p.16)'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도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컸기 때문에 보인 행동 같다.
그는 '끝까지 창씨개명을 반대했으며, 변절한 문인들을 외면하며 평생 일본을 찬양하는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았 (p.22)'다고 하는데 흔들리지 않은 굳건한 마음이 시에도 잘 녹여져있는 거 같다.
한용운에 이어 인상깊었던 시인은 바로 윤동주.
1917~1945년 까지 스물아홉에 짧은 생을 살고 간 그는 대한민국이 아닌 일제 형무소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1941년 11월 20일>라는 제목의 시는 윤동주가 시집을 준비하면서 서문격으로 쓴 시여서 <서시>라는 이름이 나중에 붙게 되었다고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다시 읽어도 명작이다. 한 문장, 한 단어 속에서 어떤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했는지가 느껴진다. 모국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창씨 개명을 강요했던 일제강점기. 스물다섯 청년 윤동주는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어했다.
마지막 연에서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가 내게는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로 읽혔다.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바람에 학교는 무기 휴교 되어 졸업하지 못했고, 조선어 사용 금지에 문학활동도 자유롭지 못했다. 직접 출판하려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시집조차도 신변의 위험과 일본의 검열을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류되었다.
그럼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일본 유학중에도 시를 썼던 윤동주.
저자 이운진은 윤동주의 또다른 시,<사랑스런 추억>에서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는 딱 일제강점기(1910~1945)시대였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과 꿈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고 시대의 벽에 계속 가로막혔을 생각을 하니 안타까웠다.
25인의 시인 중 유일한 여성 시인이 있다. 바로 "노천명"이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가 유명하다.
여성 시인은 왜 안 나오지?라고 생각하다가 유일하게 책에 나와서 반갑게 읽었는데, 그녀의 삶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일본에 변절한 문인이었기 때문이다. 근현대 문학 초창기에 여성 문인이 나오기까지 녹록치 않았던 시대상에 비추면, 노천명은 재능을 인정받은 당당한 여성 문인이었다. 그녀가 친일 시를 발표하고 인민군을 도와 우익 계열 문인들을 체포하는 일을 도왔던 일은 참 안타까웠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 이후로는 접할 기회가 없었던 1900년대 시인들을 만나서 뜻깊었다.
시인들의 시 뿐만 아니라 시인들의 성장 과정, 성격 등 전반적인 삶을 살펴보니 어떻게 그런 명작이 나오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저자 이운진의 이전 책<고흐씨 시 읽어줄까요>도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번 책도 다시 꺼내보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