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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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가 1년처럼 더디게 지나가는 날이 있다. 무엇을 해도 좀처럼 가지 않는 시간, 그러나 시간은 간다. 언제나 늘 같은 시계는 원을 그린다.

지난달 가제본으로 미리 받아본,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 <정말 지독한 오후 Truly Madly Guilty>
그 안에 담긴 시간은 참 더디게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어찌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가 그 날을 놓아주지 않고 자꾸만 계속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끊어질 듯, 그러나 결코 끊어지지않는 무언가로 연결되어있는 것만 같은.

 

 

평범했던 그 날, 정말 지독했던 오후는 평범하지 않게 흐르고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생기는 궁금증은 더디가는 시간속에 더해져갔다. 도대체, 그녀는 왜? 라는 물음이 끊어지지 않았으므로.

 

 

이야기는 1장부터 89장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장의 페이지에 자꾸만 의미를 부여했던 나는, 그들의 비밀스러운 시간에 나도 함께하고 있었던 것처럼 책을 덮는 그 순간에도 쉽사리 책을 놓지 못했다.

어느 일요일, 이웃집의 평범한 뒤뜰에서 열린 평범한 바비큐 파티…

그리고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살면서 나 또한 생의 전환을 맞이할 것이다. 그들에게 평범했던 그날이 생의 전환점은 아니었을까. 그 전환점이라는 것은 늘 옳고 늘 뽀송뽀송한 길만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바꿀 수 있는 선택이란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바꿀수도 바뀔수도 없는 선택의 기로, 그래서 똑같은 오늘의 오후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지독한 오후로 자리매김을 해나가는 것이 아닐지.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 <정말 지독한 오후 Truly Madly Guilty>를 출간전 가제본으로 만나볼 수 있어 참 좋은 10월을 보냈다.

조금은 무거운 생각을 던져주었던 그녀의 글로 이 가을이 좀 더 가을스러워진 것 같다. 영화화가 확정된 그녀의 소설이 어떻게 영화안에서 표현될 지, 무척 기다려진다. 머릿속 상상이 영상으로 옮겨진다니! 가제본을 받아보았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영광스러운 가을이었다.

 

 

정식 출간본에서는 '감사의 글'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쓰려면, 몇 박스의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김탁환 선생님의 말씀이 감사의 글을 읽으며 스쳐 지나갔다.

 

 

 

 

**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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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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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을 그만두자, 지인들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후회하지 않냐고…
나는 그 질문에 임신 준비중이라는 대답을 했다. 한살 더 먹기 전에, 임신을 하고 싶다면서.
내 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뭘 하는지, 심심하지는 않은지, 답답하지는 않은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졌다. 일하던 사람이 일을 쉬면 몸살이 난다더나, 어쩐다나.
속으로 참 피곤한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난 참 좋은데, 그간 사놓고 끝까지 다 읽지 못했던 책도 꺼내어보고, 하고픈 것들도 하나씩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데, 쉽사리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유은정 정신과 전문의가 써내려간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읽으며 나는 열심히 끄덕거렸다. 특히, 2장의 내용들이 무척 좋았다. 꼭 내게 잘 기억하고 있으라는 것처럼 잊지 말고 두고두고 간직하고 있으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고, 때로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나역시 서른이라는 나이에 무척이나 집착했다. 서른이 되면 많은 변화가 생기고 달라질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었을 때,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었고 주위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했으며 하나 둘,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거리를 술자리에서 꺼내놓을 뿐이었다. 돌이켜 떠올려보면 서른의 우리들은, 불안전한 오늘에 늘 불완전한 물음표를 매달고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역시 우리들은, 불안전한 오늘에 불완전한 물음표를 매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나는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수년째 신춘문예 준비 중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를 볼 때마다 걱정이 한 가득이다. 너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신춘문예에 매달릴 것이냐, 이제는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 언제 결혼해서 언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 것이냐… 아주 진부하기 그지없는 걱정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걱정중에는 친구를 향한 나의 걱정도 포함되어 있다.

올초에는 친구가 내게 '그래도 본선에 올랐다'라는 말을 했다. 어찌나 그 이야기를 하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던지, 이후 친구를 볼 때마다 그간 내뱉었던 진부한 걱정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친구는 지금도, 오늘 이 시간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시 쓰기를 할 것이다. 자기만의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친구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를 너무 사랑하면, 내 옆의 사람을 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내 옆의 사람만을 보게 되면, 나를 보지 않게 된다. 어느 정도 적절하게 관계가 이루어졌을때, 그제야 비로소 나와 내 옆의 사람을 보게 되는 것 같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여러가지 일화를 제시하며 적어나간 글은, 고리타분하게 박혀있던 내 생각의 가시들을 하나씩 뽑아주었다.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희망으로 다독다독, 다독이는 시간들. 그 이끌림에 나도 모르게 긴 시간을 빠져 들었다.

 

 

 

보다 건강한 마음의 나를 마주하고 싶다. 나 자신을 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나로 앞으로의 나를 기다리고 싶다. 그리고 어느날,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올 우리의 아이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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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기는 5분 습관
한창욱 지음 / 레몬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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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넘으면서 질문이 줄어들었다. 삶에 대한 궁금증은 늘 따라다녔지만, 그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약이겠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런 생각이 꽤 익숙하게 이십대를 채웠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며 교양 과목으로 '인간 심리의 이해'라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 행동들까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당돌하게 생각했다. 배울수록, 알수록, 내 답답한 머릿속도 정리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 생각은 더 뿌리를 내렸다. 심리학 책을 마구마구 찾아서 보던 시절. 그래도 늘 인간관계는, 그 안의 마음은 어려웠다.

 

 

<나를 이기는 5분 습관>은 이십대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할머니를 보내드린 봄은 어느새 가을이 되었고, 할머니의 무덤을 수놓던 초록빛의 잔디도 어느새 누렇게 옷을 갈아 입었다. 신랑은 내게 괜찮냐고 물었다. 보는 이들마다 한결같이, 날 걱정해주었다. 그 마음에 보답이라도 해야하는 것처럼 늘 괜찮다는 답을 했다. 나는 씩씩하니까 밝게, 더 밝게 그렇게 지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임신이라는 것에 집착아닌 집착을 했는지도.

 

 

삶에 대한 생각은 글을 읽으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내 안에 흔적도 없이 자리한 무언가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씩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고, 밤에 잠드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롤로그에 쓰여있는 '아침 5분'이라는 문구가 눈도장처럼 내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 시간, 그 5분이라는 시간을 한번 나도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리했으니까.
 

 

총 10장으로 구성되어있는 글은 각 장마다 9, 10개의 꼭지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쩌면 무척 사소한 질문일지라도 그 질문에 대한 내용을 하나씩 찾는 시간이, 그렇게 보내는 5분 남짓한 시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책은 또 하나의 창이었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오늘의 나는 어떤 날은 무척 행복하고, 어떤 날은 무척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매일,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 안의 내가 늘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감정의 변화처럼 생에 대한 생각도 늘 변화할테니까. 아침에 보내는 그 5분 남짓한 시간도 늘 변할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이, 작년부터 홍역을 앓고 계신다. 늘, 새벽 4시면 눈을 떠 글을 쓰신다는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봄의 시간'에 글을 쓰셨다는 생각을 해보니, 따듯한 마음이 나를 찾았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는 봄의 시간에 나도 함께해야겠다.

변하고 싶으면 마냥 제자리에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무언가 하지도 않은 채,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바라는 변화는 욕심이라고. 그러니 조금씩 내가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노력을 해야한다. 행복도, 삶도, 앞으로의 나도.

그런 나를 맞이하는 데 있어서 <나를 이기는 5분 습관>이 작은 창이 되어주리란 생각을 해본다.

 





** 글꽃송이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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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래 미갈루 도토리숲 그림책 4
마크 윌슨 글.그림, 강이경 옮김 / 도토리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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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한 매체에서 '혹등고래의 노래'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고래라고는 돌고래밖에 모르던 나는, 혹등고래의 노래를 본 뒤부터 그 신비함에 급속도로 빠져버렸다.

고래가 노래를 부르면 바닷물 사이로 그 진동이 전해진다고 한다. 깊은 울림이 주는 그 신비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혹등고래의 노래를 들으러 바다에 간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그 노래를 듣고 고래를 보고자하는 생각이 고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돌고래를 볼 수 있다. 한 때, 내가 사는 이 지역에 분홍 돌고래가 온다며 들썩들썩 시끄럽기도 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에, 어디서나 볼 수 없기에 보고 싶다는 마음이 클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는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바닷가 얕은 물에서 하얀 새끼 고래 한 마리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수컷으로 태어난 하얀 새끼 고래. 그 아이는 어미 고래와 함께 남쪽으로 멀고도 험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바다 속에서 울려 퍼지는 멋진 소리를 들으며, 어미가 들려주는 사랑 노래를 들으며 떠나는 여행. 그러나 여행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새끼 고래를 미갈루라고 부르며 미갈루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온몸이 하얀 혹동고래를 보기 위해서 해질녘이면 많은 사람들이 미갈루를 찾았다. 쉴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결국 미갈루와 엄마는 탁 트인 바다로 간다. 사람들을 피해서, 그리고 미갈루의 안전을 위해서.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날마다 고래의 노래를 듣고, 노래 소리의 차이도 그 안에 담긴 뜻도 알아가면서 미갈루는 자란다.

 

때로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상어를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를 몰고 오는 먹구름을 만나기도 하면서 미갈루와 미갈루 엄마는 남쪽으로 여행을 계속한다. 엄마는 필사적이다. 미갈루의 엄마도, 우리의 엄마도.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갈루를 잃고 미갈루 엄마가 불러주었던 따듯한 사랑의 노래처럼 말이다.

 

 

미갈루는 혹등고래로, 몸길이가 13미터쯤 된다고 한다. 크릴새우와 작은 물고기를 먹는데, 하루에 125톤을 먹어 치운다고 전해진다. 미갈루는 실제로 세계에서 한 마디밖에 없는 흰 혹등고래이다. 그래서 너나할 것 없이 사람들은 미갈루를 보러 바다에 나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타고온 요트가 미갈루와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고 그 사고로 흉터를 지닌 채 살고 있다고 한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자하는 그 욕심이 미갈루에게 흉터를 안겨준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기만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하얀 고래 미갈루>는 혹등고래 미갈루에 대한 이야기이다. 호주 원주민 언어로 '하얀 친구'란 뜻을 가진 미갈루는 지난 8월, 호주 동부 해안에서 포착됐다고 보도된 바 있다.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종인 미갈루는 햇빛 노출에 약하며 시력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28세로 추정되는 미갈루. 지금쯤 미갈루는 남극으로 열심히 이동하고 있지 않을까?
부디, 포식자의 해코지를 벗어나 건강하게 남극에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

고래를 좋아하는 조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생겨서 참 좋았다. 우리 뽀또는 미갈루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할 지,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궁금하다.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책 <하얀 고래 미갈루>.

미갈루의 힘찬 오늘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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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 -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심리코칭
김미숙 지음 / 대림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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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끌림, 그 안에 담긴 무수한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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