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고래 미갈루 도토리숲 그림책 4
마크 윌슨 글.그림, 강이경 옮김 / 도토리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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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한 매체에서 '혹등고래의 노래'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고래라고는 돌고래밖에 모르던 나는, 혹등고래의 노래를 본 뒤부터 그 신비함에 급속도로 빠져버렸다.

고래가 노래를 부르면 바닷물 사이로 그 진동이 전해진다고 한다. 깊은 울림이 주는 그 신비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혹등고래의 노래를 들으러 바다에 간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그 노래를 듣고 고래를 보고자하는 생각이 고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돌고래를 볼 수 있다. 한 때, 내가 사는 이 지역에 분홍 돌고래가 온다며 들썩들썩 시끄럽기도 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에, 어디서나 볼 수 없기에 보고 싶다는 마음이 클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는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바닷가 얕은 물에서 하얀 새끼 고래 한 마리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수컷으로 태어난 하얀 새끼 고래. 그 아이는 어미 고래와 함께 남쪽으로 멀고도 험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바다 속에서 울려 퍼지는 멋진 소리를 들으며, 어미가 들려주는 사랑 노래를 들으며 떠나는 여행. 그러나 여행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새끼 고래를 미갈루라고 부르며 미갈루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온몸이 하얀 혹동고래를 보기 위해서 해질녘이면 많은 사람들이 미갈루를 찾았다. 쉴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결국 미갈루와 엄마는 탁 트인 바다로 간다. 사람들을 피해서, 그리고 미갈루의 안전을 위해서.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날마다 고래의 노래를 듣고, 노래 소리의 차이도 그 안에 담긴 뜻도 알아가면서 미갈루는 자란다.

 

때로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상어를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를 몰고 오는 먹구름을 만나기도 하면서 미갈루와 미갈루 엄마는 남쪽으로 여행을 계속한다. 엄마는 필사적이다. 미갈루의 엄마도, 우리의 엄마도.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갈루를 잃고 미갈루 엄마가 불러주었던 따듯한 사랑의 노래처럼 말이다.

 

 

미갈루는 혹등고래로, 몸길이가 13미터쯤 된다고 한다. 크릴새우와 작은 물고기를 먹는데, 하루에 125톤을 먹어 치운다고 전해진다. 미갈루는 실제로 세계에서 한 마디밖에 없는 흰 혹등고래이다. 그래서 너나할 것 없이 사람들은 미갈루를 보러 바다에 나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타고온 요트가 미갈루와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고 그 사고로 흉터를 지닌 채 살고 있다고 한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자하는 그 욕심이 미갈루에게 흉터를 안겨준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기만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하얀 고래 미갈루>는 혹등고래 미갈루에 대한 이야기이다. 호주 원주민 언어로 '하얀 친구'란 뜻을 가진 미갈루는 지난 8월, 호주 동부 해안에서 포착됐다고 보도된 바 있다.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종인 미갈루는 햇빛 노출에 약하며 시력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28세로 추정되는 미갈루. 지금쯤 미갈루는 남극으로 열심히 이동하고 있지 않을까?
부디, 포식자의 해코지를 벗어나 건강하게 남극에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

고래를 좋아하는 조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생겨서 참 좋았다. 우리 뽀또는 미갈루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할 지,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궁금하다.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책 <하얀 고래 미갈루>.

미갈루의 힘찬 오늘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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