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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육아 - 시 쓰는 아이와 그림 그리는 엄마의 느린 기록
이유란 지음 / 서사원 / 2021년 8월
평점 :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 한다. 수많은 맘카페에 그 문장이 종종 보이다보니, 어느새 '정말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고, 모난 구석을 완성하지 못하며 살고 있지 않던가. 아마도 그 말은 너무도 쉼없이 달려온 생에 대한 푸념이 아니었을까.

<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육아>에는 메아리 같은 울림이 담겨있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인 나,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인 나에 대한 모습이 곳곳에 풍경처럼 펼쳐진다.

육아를 하다보면 숱한 혼란에 빠진다. 옆집 엄마의 말부터 친한 슈퍼맘의 조언, 지인들과의 모임에 등장하는 핫한 학원부터 교재까지.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추천의 메시지는 엄마를 '혹'하게 만들고 유혹에 빠진 것처럼 교재를 사고, 학원 투어를 다니고, 스펙 좋은 선생님을 수소문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내가 지금 무얼하고 있지?라는 생각과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길을 잃은 아이처럼 멍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한 학기를 보내고,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아이는 훌쩍 자라 성인이 된다. 그러는동안 엄마인 '나'의 얼굴에 자리한 주름이 어느날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고, 삐죽 솟아오른 흰 머리칼에 괜히 인상이 찌푸려진다. 아마도 수많은 우리 엄마들은 교육이라는 문턱을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오르내렸을 것 같다.

빨리 문제를 풀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한글을 몰라도 괜찮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괜찮다, 그 말 한 마디가 참 힘든 요즘이다. 아이의 성적이 내 삶의 성적이 되는 것 같아서, 때때로 아이의 성적이 전부인 것만 같아서 쉽게 무너지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는 연속된 아픔이 공존하는 위치에 있는 것만 같다. 그에 반한 기쁨과 행복, 설렘과 사랑도 가득한데 말이다.

<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육아>는 한 권의 시집처럼 나지막한 에세이처럼 다가왔다. 위로의 메시지로, 응원의 울림으로 내 곁을 채워주는 느낌들. 여행의 일상에서는 나도 마치 캐리어에 담기는 듯 하고, 아이와의 글 쓰기 시간에서는 내가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상상. 그래서 글을 읽는 내내 따듯했다. 젖은 채 오래 방치된 그늘의 웅덩이에 환한 빛이 내려앉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과연 잘 하고 있을까,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육아>안에서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엄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엄마라서가 아니라, 사고하는 인간으로서. 책의 페이지를 펼치길 응원한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책을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