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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산장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위해 외출한 남편.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남편의 음성 메시지를 받은 주인공은 여느 때와 같이 환자들을 상담하며 하루를 보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철 안. 남편의 친구, 얀 에리크로부터 전화가 온다.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남편의 음성 메시지와 상반되는 친구들의 물음.
남편의 음성 메시지와 친구들의 상반된 이야기를 듣게 된 주인공 사라는 처음에는 질 나쁜 장난으로 치부해 화를 내고, 계속해서 남편과 연락이 안 되자 불안해하고 초조해 합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경찰서에 실종신고까지 한 사라에게 남편의 사망소식이 들려오고, ‘남편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벅찬 순간, 집안에서 들리지 말아야할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결혼으로 인해 부딪히게 된 두 남녀의 사소한 생활차이가 만들어낸 일상의 스트레스, 짜증에서 화남, 불안, 초조를 넘어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하는 공포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선들이 쌓이고 쌓여 순식간에 두려움과 공포로 물들어가며, 주인공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과정이 생생히 그려져 있습니다.
곧 끊어져버릴 실과 같은 주인공에게 누구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민중을 위한다는 경찰도 그녀를 귀찮게 여기고, 당신의 삶을 이해할 수 없는 아빠, 주인공과는 다른 삶의 양상을 살고 있는 언니. 그리고 어렵기만한 시어머니. 찰나의 평범한 삶만 줄 뿐, 가장 안전해야할 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녀는 가장 불안해하며, 급기야 손에 칼을 들지 않고는 잠을 못 이룰 지경이 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사람도 불안할 정도로 주인공의 신경은 날카로워 지기만 합니다.
작가는 새로운 인물을 소개해주며 숨 쉴 틈을 열어주는가 싶다가도 주인공을 낭떠러지로 내몹니다. 오로지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경찰은 알려주는 것 없이 캐 묻기만 하고, 오히려 주인공을 남편을 죽인 살해자로 의심합니다. 의문의 침입자로 불안해하는 그녀를 귀찮아하며, 수사과정 하나 공유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분명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주인공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심리치료사인 주인공의 심리는 언제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위태하며, 사건의 당사자는 아는 것이 하나 없는.... 매우 불친절한 전개와 주변인물들입니다.
답답하고 기 빨리는 상황 속에서도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지에 대한 궁금증’이라 생각합니다. 남편은 왜 거짓말을 했는지 답답해하며,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긴장감,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었을 때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심해를 두려워하면서 알고 싶어 하고, 어둠을 무서워하며 자세히 관찰하듯. 무지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이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서술해낸 작가가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사건에 대해 무지의 상태에서 하나라도 알게 되어 당당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때면 다행이면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 다행과 걱정, 경찰에 대한 짜증, 불안을 번갈아 느끼다보며 어느새 범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심리변화가 돋보인 소설 이었으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에 어울리는 소설, <테라피스트> 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