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코 샤넬 - 세기의 스타일리스트, 코코 샤넬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정적이지 않았던 가브리엘의 아버지, 그는 아내가 죽자 세 자녀를 고아원에 버렸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가브리엘 샤넬. 고작 12살이었다. 여성에게 자유를 입힌 패션의 혁명가 <코코 샤넬>의 첫 장이 이렇게 불우했다니 충격이었다. 이름 밖에 몰랐고, 패션의 혁명가라는 수식어가 과하게 느껴졌던 샤넬의 생애를 넘겨갈수록 ‘코코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알 수 있었고,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인물에 반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샤넬은 어릴 적부터 겪은 생활고로 인해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했으며,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자 하는 자립심 또한 강한 인물이었다. 남성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성질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싶다. 불우한 환경에 놓인 가브리엘이 안타깝다가도 가브리엘에게 성공에 대한 열망과 자립심을 일깨워준 것이 저러한 가정환경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의지만 가지고 되겠는가. 고아출신 여성이 홀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이후 아서 카펠의 원조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사업이 탄탄대로의 가도에 오르며 원조 받은 돈을 갚은 그 순간 샤넬이 느꼈을 심정을 상상하며 같이 감동의 박수를 쳤다.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던 샤넬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경제적 독립이 더욱 뜻 깊게 다가왔다.
샤넬이 성공했다는 결과와 더불어 그 과정 또한 주목해 봐야한다. 치장과 화려함이 주였던 시기에 샤넬의 간소하고 편한 패션이 퍼지는 속도는 느렸는데, 그 속도에 가속을 붙인 것이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다른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을 때 샤넬은 문을 열었으며, 전쟁시기였기에 화려함보다는 당연 간소하고 편한 패션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며 읽었다. 전쟁 통에 문을 열어 장사를 한다는 선택지를 택한 것도 샤넬이 성공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샤넬의 성공이 전쟁덕분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본인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왔고, 준비 되었기에 타이밍을 타고 성공했다는 거다.
이쯤 되니 아서 카펠에게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업신여길 수도 있는 시대에 샤넬의 생각을 관철하도록 원조해주고, 전시상황에도 가게를 열도록 조언해주는 것을 보면서 샤넬의 인복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음을 느꼈다. 다시 불행이 닥쳐오지만....
수도원 시절 바느질을 질색했고, 코코라는 별명을 싫어한 가브리엘. 코코 샤넬로 이름을 날리며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가 된 그녀의 인생에 눈을 땔 수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