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사연있는 악당의 진수

말레피센트 ㅣ 디즈니의 악당들 4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2월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쓴 소설 시리즈 <디지니의 악당들> 4편 말레피센트. 말레피센트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나오는 악당으로 오로라공주의 생일날 초대를 못 받은 앙갚음으로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다. 16세의 생일날 물레에 찔려 죽는 저주를 내리지만 요정들의 방해로 죽는 대신 잠자는 것으로 바뀌어버린다. 공주와 왕자의 해피엔딩을 위한 장치일 뿐이었던 악당, 말레피센트가 이번에는 사연 있는 악당의 진수로 돌아왔다!

 원작의 이야기에 잠깐 나온 모습으로 못된 인물로 낙인찍힌 말레피센트의 인생사는 첫걸음부터 가시밭이었다. 요정의 나라에 나타난 이단아, 녹색 피부에 온몸은 뾰족뾰족 각지고, 머리에는 커다란 뿔이 달린 말레피센트. 다른 요정들과 다르게 날개도 없는 그녀는 모습은 기피대상이 되어버린다.

 이름의 유래도 짓궂다 못해 악독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투르누스와 파괴와 전쟁을 일으키는 악의적인 신 마르스의 이름을 합쳐 말레피센트라 불렸다. 신데렐라에게 호박마차를 만들어주고, 죽음을 넘어 기적을 만들어준 요정들의 행동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에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는데 나의 환상은 박살나 버렸다. 와장창- 내가 아는 요정은 이렇지 않다고.

 요정들의 배척과 놀림에 언제 이탈할까 조마조마하게 말레피센트의 성장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전설의 요정(이하 유모)을 따라 말레피센트가 밝은 쪽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희망을 느꼈고 너덜너덜해진 환상을 치유 받게 됐다. 말레피센트의 미래를 보았음에도 편견을 가지지 않는 전설의 요정이 주는 사랑은 보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말레피센트의 밝은 면이 커지는 걸 볼수록 나의 마음은 점점 슬퍼지는 것을 느꼈다. 요정들의 배척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유모 밑에서 착하게 자란 그녀가 어쩌다가 저주를 내리는 악의 여왕이 된 것인가. 말레피센트의 불행은 16세, 요정 시험을 치르며 그 그림자를 드리운다. 정해진 미래는 바꿀 순 없는 것일까.....

 서글프디 서글픈 말레피센트의 인생사외에도 즐길게 많은 소설이었다. 디즈니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얽혀있어서 다른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면 카메오처럼 반가운 기분으로 맞이하며 읽었다. 초반부터 백설공주가 등장해 의아함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인물들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읽어가는 것도 매력포인트 인 것 같다. 덕분에 이전시리즈의 내용을 스포당한 것 같지만. 허허.

 내가 알던 상냥한 요정이 사실은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임에 충격을 받고, 죽어 마땅할 악당이 사실은 사랑으로 사회의 시선을 이겨낸 인물임에 응원하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말레피센트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자꾸만 상상된다. 누가 말레피센트 좀 행복하게 해주세요..... 뒷부분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지는 <말레피센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