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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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을 하면서 글을 읽는데, 베스트 댓글이 이 문제의 핵심은 남녀 갈등을 아닌데, 왜 자꾸 성별에 대해 혐오하는 것을 부추기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정집단을 혐오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와 있고 대댓글로 반대편을 헐뜯는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를 하지 말라는 글이 베스트 댓글의 주를 이루고 있다. 원론적이라고만 느꼈던 댓글들이 책을 읽고 나니 인류의 미래를 위한 훌륭한 자정작용으로 느껴졌다.

 

김민정 교수님과 이은주 교수님의 챕터에서 이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감정전이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긍정적인 메시지의 뉴스 기사를 읽은 사용자들은 긍정적인 감정의 글을 작성하고, 부정적인 메시지의 뉴스 기사를 읽은 사용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의 글을 더 많이 작성했다. 어떤 글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글의 색체에 물들기 쉽다는 것이다. 이은주 교수님이 행한 시험을 통해 인터넷 글을 사용자가 얼마나 무방비하게 받아들이는지도 알 수 있다. ’기사 반대 댓글과 비추천수가 여론 지각에 미치는 영향과 그래프를 보면 인지 욕구가 낮은 집단이든 인지 욕구가 높은 집단이든 댓글을 통해 여론을 판단하며, 인지 욕구가 큰 집단보다 인지 욕구가 낮은 집단에서 기사 반대 댓글과 비추천수가 이슈에 대한 개인의 의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례한 댓글이 있던, 없던 사회적 신뢰 수준이 비슷했는데, 점잖은 댓글을 읽은 사람의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아진 것을 통해 혐오표현에 맞서는 대항표현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대항 표현과 더불어 올바른 공감 또한 중요하다. 공감하기에 혐오한다. 내집단에 대한 공감이 외집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는 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공감은 이타적이고 도덕적이기만 한 단어가 아니라 타인을 혐오하는 이유가 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타인의 표현에 노출되는 시대이기에 잘못된 공감을 지양하며, 올바른 공감을 지향하도록 항상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코스트, 이슬람포비아, 아프리카의 인종주의, 그리스도교 박해, 십자군 정쟁, 페스트, 마녀사냥의 참상을 경험했음에도 인류는 여전히 너와 나를 구분 짓고, 비난하고, 종국엔 혐오한다. 쉽게 타락하느냐, 어렵게 선을 행할 것인가. 그 길목에 서있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지침서가 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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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지도 - 흑사병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지도로 보는 유행병과 전염병의 모든 것
산드라 헴펠 지음, 김아림 옮김, 한태희 감수 / 사람의무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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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질병의 백과사전! 질병의 전파 양상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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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지도 - 흑사병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지도로 보는 유행병과 전염병의 모든 것
산드라 헴펠 지음, 김아림 옮김, 한태희 감수 / 사람의무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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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1849년 영국 런던에 콜레라가 지나가고 1854년 세 번째 콜레라 유행이 찾아온다. 지난번과는 다른 전파 양상을 그리는 런던 소호에 직접 방문한 존 스노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가며 어느 회사의 수돗물을 마시는지 묻고 다닌다. 그렇게 최초의 역학 지도가 탄생하고 이를 토대로 질병의 전파 경로가 물임을 입증한다. 이러한 존 스노의 노력 덕분에 콜레라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염병으로 일상생활을 위협을 받고 있는 오늘 날, 존 스노의 업적에 업혀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최악의 질병 페스트부터 현재의 위협이 되고 있는 코로나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질병이 대략 어떤 경로를 걸쳐 전파 되었으며, 재유행의 양상까지 나라를 일일이 나열하는 것 보다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제시해준다. 공기와 물로 전파되는 질병, 곤충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당대에 행했던 대응과 더불어 현시점의 치료책과 대응전략을 소개해준다.


놀랐던 것은 21세기에도 세계는 많은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독감도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매년 65만 명이 사망한다. 2016년 9만 명이 홍역으로 사망했으며, 2017년에는 약 25만 명이 나병진단을 받는다. 2017년 상반기에 만 7,623명의 신규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70명이 죽었다고 한다. 보건, 의료가 많이 발달한 현재에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해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디프테리아, 천연두를 제외한 책에서 소개된 질병은 현재 진행 중이며 공기를 타고, 물과 곤충, 사람을 통해 전파되고 있었다. 이것이 질병의 현주소였다.



장티푸스 메리와 같은 책임감 없는 무증상 감염자, HIV가 전파되는 것을 알아도 본인의 행동을 고수하는 사람들, 코로나가 발생했을 당시 나 몰라라했던 책임자와 같은 사람을 보니 기술의 진보만이 이루었지 도덕적 진보는 여전히 부족한지 않나 싶다. 질병을 통해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상황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으니 슬플 따름이다. 역학을 통해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고, 의학을 통해 치료하며, 최종적으로는 질병을 감소시키려는 WHO의 목표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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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죽음에 맞서는 진실에 대한 열정!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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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알제에서 일하는 프랑스인 뫼르소는 마랑고의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양로원을 찾아간 뫼르소는 1년 넘게 만난 적 없는 어머니의 주검을 보지 않은 채 장례를 치른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장례를 치르는 뫼르소는 그들의 침묵에 괴롭다고 서술을 한다. 이어지는 뫼르소의 서술을 읽노라면 어머니가 맞기는 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커피와 담배로 시간을 때우며, 어머니의 죽음만 아니었으면 산책하기 좋은 풍경이라는 감상은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불편해 보이는 시간을 보낸 뫼르소는 다음날 또다시 커피를 마시며, 커피 맛에 감탄한다. 진짜 어머니 장례를 보내는 사람이 맞는가. 고인과의 추억은 하나도 곱씹지 않는 뫼르소가 매장을 마치고 알제에 돌아와 한 생각은 드디어 푹 잘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그 다음날 잠에서 깬 뫼르소는 여자친구와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관계를 맺는다. 그 다음날은 뫼르소가 좋아하지 않는 일요일. 일요일은 억지로 보낸 뫼르소는 드디어 어머니의 장례식이 완전히 끝났다는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서술을 한다. 그리고 햇빛이 강한 일요일 뫼르소는 살인을 저지른다.

 

당시 프랑스인이 아랍인을 죽인 것이 큰 화제가 되지 못하는 사회임에도 뫼르소의 장례 태도로 말미암아 사형을 선고받기에 이른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못한 것이 뫼르소의 죄라고 세상은 말한다. 사형선고를 받은 뫼르소에게 사제가 찾아와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고 강요하자 뫼르소는 그러한 독단을 거부한다. 부모가 죽으면 울어야 하는 걸 누가 결정하는가? 신을 믿는 걸 누가 결정하는가? 그제야 이때까지 느껴온 불편함에서 해방감을 얻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어머니를 이해했고. 본인은 옳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증오와 함성을 맞기를 바라게 된다. 본질이라는 인간의 삶을 규정한 사회에 나의 삶(실존)을 깨달은 뫼르소는 공동체의 세상에 초대받지 못한 이방인으로 쫓겨나지만 그는 그것이 기쁜 듯하다. 누가 죽든 아름다운 풍경을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이라 표현하며 행복해하는 뫼르소의 이야기를 통해 실존주의를 맛 볼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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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 벽 뒤의 남자
윌 엘즈워스-존스 지음, 이연식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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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과 동시에 반파되었던 <풍선과 소녀>가 3년 후인 2021년 9월 다시 한 번 소더비 경매에 오른다. 16억에 낙찰되었던 <풍선과 소녀>가 절반이 파쇄 되어 <사랑은 쓰레기통속에>라는 이름으로 300억에 낙찰되었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뱅크시의 이러한 기행과 그에 열광하는 대중을 이해해보고자 <뱅크시: 벽 뒤의 남자>를 읽게 되었다.


현대 미술의 이단아 취급을 받는 뱅크시는 그래피티 아트의 세계에서도 환영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대중을 향한 메시지와 스텐실을 이용한 작업방식은 순수 그래피티광들이 보기에 그래피티가 아니었으며, 그래피티 라이터의 황금률을 무시하는 안하무인한 태도까지 보인다. 긴 해설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내용과 코드 해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포용적인 그림이 현대미술과 그래피티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 한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현대미술과 그래피티에서 외면당하는 뱅크시의 속성을 알수록 대중들이 왜 뱅크시에 열광하는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해하기 쉬운 그림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뱅크시가 그래피티를 선보이는 방식 또한 독특하다. 전시를 허락받지도 않은 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18세기 풍경화에 전시된 갤러리에서 적당한 벽을 찾아 재빠르게 작업을 하고 사라지고, 대영박물에 몰래 작업한 선사시대 인간을 묘사 한 자신의 그림을 찾는 보물찾기도 실행한다. 박물관 측에서 서둘러 치워버리는 바람에 아무도 찾지 못했지만, 뱅크시의 대담한 행동은 현대미술의 파괴자라 불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제는 이 무법자가 무엇을 그릴지. 다음엔 무슨 일을 할지 점점 궁금해져 갔다.



이렇게 명성을 쌓아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난민들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 주는 등. 본인의 철학을 실천한다.


이야기가 2018년 <풍선과 소녀>의 파쇄 사건을 이야기 할 때쯤 되니, 모든 것을 본인이 통제해야하고, 외부발설에 엄격한, 편집증, 외골수의 뱅크시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영심 가득한 미술계를 비판하고자 했던 그는 비판하고자 했던 형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대중의 열광을 한 몸에 받는 이 인물의 정체를 대중은 모른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동화되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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