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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한에스더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내용은 알지만 읽어본 적이 없는 소설 중에 하나이다. 이번에 만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우선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표지 이미지는 드롭드롭들롭 이다. 무거운 고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들어보니 가볍고 휴대하기 간편한 크기여서 놀랐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이중인격인 지킬 박사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글귀가 자꾸만 생각났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체로키 부족에게 전해지는 ‘두 마리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 인디언은 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야, 사람의 마음속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단다. 늑대의 이름은 ‘선’과 ‘악’이란다. 선은 기쁨과 평화 사랑 희망 겸손 믿음 연민이 가득하단다. 악은 분노와 부러움 질투 슬픔 후회 탐욕 교만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선과 악은 매일 먹이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단다. 마지막에 누가 이기느냐고? 그건 네가 누구에게 먹이를 주느냐에 달렸단다.”
하이드에게 자꾸 먹이를 주던 지킬 박사는 처음에는 유희로 시작한 내가 아닌 다른 나인 하이드에게 먹히는 과정이 소설에서 자세히 나타나있다. 지킬 박사와 친한 친구인 어타슨 변호사의 눈으로 바라본 지킬 박사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지킬 박사가 쓴 편지글에 자세히 나와있다.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다가 보니 '나는 누구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내 안에 거칠고 화내는 나를 만나게 돼서 화들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는 나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서일까? 아이를 대할 때는 내가 밖에 나가서 성인들을 대할 때와 다른 것이 다르다. 마치 지킬 박사처럼 체면이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를 염려해서 나의 생각이 나 감정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과 있을 때는 때로는 아래 그림과 같은 하이드처럼 무자비하고 잔인한모습이 나올 때가 있다. 아래의 그림은 하이드가 밖에 나가서 사회적으로덕망 높은 노신사를 어둠 속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다.
117쪽, 아무리 되돌아보고, 되돌아봐도 결국 비극적인 그날 밤을 피할 길이 없었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 밀려드는 기억 속 끔찍했던 장면을 눈물과 기도로 지우고 싶었네. 하지만 그런 기도 사이에도 사악하고 흉측한 얼굴이 내 영혼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나.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후회의 감정이 사라지고 기쁨이 몰려왔네.
위는 하이드고, 아래는 지킬박사다. 한사람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 삽화였다. 책을 덮고 생각했다.'나는 누구에게 먹이를 주고 살것인가?' 그리고 허밍버드에서 나온 프라켄슈타인도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