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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펌 -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프라인 서점을 가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멋스럽게 진열돼있다. 책들은 다양한 분야 속 수많은 주제를 외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분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별로 선호하지 않는 주제는 분명하다. '자기계발서'와 '소설'이 대표적인데 <스탠드펌>의 책머리에 적힌 문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이런 자기계발 문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쓰였다' 대다수의 사람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고, 쉽게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작가는 왜 반대한 것일까?
작가는 다양한 이유를 이야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 목소리가 꽤나 날카로워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그중 공감되는 문장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자기 탐색을 통한 자기계발이나 자아실현은 고속화 문화를 몰고 가며 온갖 문제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이 되는 심리적 동인이다. 그러니 자기계발이니 자아실현이니 하는 허튼소리를 그만두면 우리 삶뿐 아니라 사회도 좋아질 것이다.(p.58)' 이나 '중요한 것은 삶의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삶의 부정적 면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p.88)'이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꺼리면서도 왜 선호하지 않는지 분명한 이유가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본듯한 작가의 통찰력과 옮긴이의 문장 서술의 힘이 만나 오랜만에 한 시간만에 책을 읽었다. 그정도로 문장과 책의 흐름에 흡입력이 있는 것이다.
작가는 내 마음을 들여다 본 것 처럼 내가 꺼리던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아주 간단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한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진화하자 러시아의 문학 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이 소설의 다성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곧 소설가는 하나의 목소리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로, 심지어 서로 충돌하는 목소리로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소설이 다루는 세상은 여전히 하나다. 다양한 인물이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로 하나의 세상을 해석할 뿐이다. (p.183-4)' 이뿐 아니라 어떤 주체가 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앞서 내가 적은 내용으로 인해 책의 내용이 무조건적이 '자기계발서' 비판과 '소설'을 추천하는 '독서 안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삶을 더욱 '자유롭고 멋지게' 살기 위해 삶의 기술을 익혀야 함을 말하는 책이다.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일곱 가지의 단계가 있는데 꽤 흥미롭다. 다른 책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는 부정적인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나, 노력에 중독에서 벗어나기를 권유하고, 'YES'보다 'NO'라고 외치라고 말한다. 이밖에 다른 단계들은 꼭 책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작가는 덴마크 서점의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뽑힐 만한 능력있는 작가면서, 철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엄친아'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공허한 지점을 꼬집고 그 부분을 위로하는 기술이 범상치 않다. 나 역시 평소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따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책은 '교훈'을 담고 있고 그 교훈을 표현하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책 표지에 적힌 문장처럼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을 지향하는 작가의 묵직한 메세지가 오히려 내 삶을 묵묵히 응원하는 것으로 느껴져 마음이 든든해진다. '자기계발에 삶을 쓸 시간에 _______하겠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에 무엇이라고 답할 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지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