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험 - 대한민국을 바꾸는 교육 혁명의 시작
이혜정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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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러 봤어도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학창시절, 시험에 대한 에피소드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 삶과 시험은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나 역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초, 중, 고등학교 생활을 거쳐 대학교 4년까지 무탈하게(?) 시험을 마친 대한민국 국민이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시험은 매순간 괴로움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식은 대학교를 통해 조금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른 학교나 학과는 '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평가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독특한 방식의 시험으로 기억한다. 교양 과목이었던 <생명과학의 이해> 강의는 아주 기초적인 생물수업이었다. 그러나 과학과 관련없는 학과도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라 교수님께서 묘수를 생각했다.

'십자퍼즐 풀이'

매주 강의 마무리 시간에 십자퍼즐을 풀었다. 대수롭지 않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MIT의 한 연구(일주일 간 교감신경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수업'이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비슷한 수치를 지니는 것)를 보며 교수님의 생각이 묘수임을 알 수 있었다. 수업과 달리 스스로 공부하는 경우 교감신경의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한다는 내용을 통해 약 10여분간 진행했던 십자퍼즐 풀이가 교감신경을 충분하게 자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약 16주간의 수업동안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거나 단답형의 문제를 풀이하는 것이 아닌 책의 저자의 의도나 본인이 인상적인 부분에 대한 에세이나 프로그램 기획안을 제출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시험들을 겪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고등학교까지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애매한 성적의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까지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사회에 나와서도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과 무언가를 질문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게 됐다. 

책의 저자는 'IB'라는 시험방식을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시험방식임을 주장한다. 나 역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교육 시스템은 사회 구조의 일부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대학 서열화라든지 학벌주의, 좀 더 넓게는 고용 불안, 임금 격차, 저성장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p. 230)'의 말처럼 교육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그 교육을 평가하는 '시험'방식의 변화는 우리나라 인재들의 능력을 더욱 성장시키고, 이는 국력을 기르는 힘으로 번질 것이다. 

책에서는 해당 방식만을 진행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양한 국가의 시험방식을 제시하며 현 대한민국의 시험을 정곡으로 비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시험방식을 아주 조금이나마 겪어본 나로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결코 헛된 일이거나 터무니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글과 다큐멘터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쓴소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강력한 울림이 남는다. 더불어, 이 책 역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작가의 강한 목소리가 전달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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