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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컵에 물이 반이 차있고, 그 물의 양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다른 시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흔하디 흔한 이야기의 주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라고 요약할 수 있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을 들었고 그럴 때면 '난 긍정적인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 일자 샌드의 <센서티브>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스스로 배려하고, 내 성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책은 '민감함'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프롤로그에서 책의 중심 문장이 드러난다.
극도의 민감성을 본질적으로 병적인 성격의 구성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류의 4분의 1을 병적인 사람으로 규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카를 구스타프 융(p.10-11)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책의 서술 방식이 '민감한 사람을 위하여'가 아닌 '민감한 우리를 위하여' 적은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중요성만을 서술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아이팟은 내게는 정말 유용한 발명품이다. 나는 항상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면서 방해가 되는 소리를 차단하는데 사용한다. 누군가 옆에서 전화 통화를 시작하면, 음악을 들으면서 그 소리를 차단한다(p.92)'고 말하며 관계와 '자극'의 차이를 구분하는 '민감한' 서술을 하는 것이 차이점이자 특징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존감이 낮은 나는 다른 사람의 무심한 말 한마디나, 간단한 문자 한 통에도 감정이 크게 요동치는 경우가 있다. 감정의 파도는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혼란에 빠뜨리고, 이로 인해 잃은 관계들도 꽤 많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상처를 받은 쉽게 나를 탓하고 죄책감을 가지며 살았다. 쉽게 변하지 않는 성격을 원망하고 나를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민감한 사람의 죄책감'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죄책감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분노'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죄책감을 '자신의 무력함과 슬픔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p.156)
더불어 죄책감을 가진 사람을 위로하는 특별한 편지를 소개하는데, 이 편지의 내용을 나도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다.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주위에 잘 보이는 곳이나 핸드폰의 메모장에 적어두기를 강력 추천한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깊은 가치를 아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과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p.64-65)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이야기와 주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은 많다. 그러나 같은 정서를 지닌 사람은 없으며, 사람마다 본질과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술하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평소 감정에 둔하다는 평가를 듣는 사람일지라도 스스로에겐 '예민한' 사람일 수 있으며, 외부에서는 '민감한' 사람이지만 가정에서는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먼저 나서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민감한 사람들만을 위해 적은 책'이라 생각하는 혹자라면, 또 다른 특징을 말해주고 싶다. 책에서는 민감한 사람들의 특징을 나열하거나,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판단하라고 말한다. '민감'이라는 큰 덩어리 속에도 '어딘가에 특정적으로 집중하는', '애정을 갈구하는', '낯선 상황에 익숙지 않은'과 같은 다양한 특징을 세분화해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서술자, 주위 사람, 그리고 독자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회가 급작스럽게 변해가며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난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요즘. 자신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은 민감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지쳐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