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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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다. 어쩌면 이 소설의 분위기처럼 '무서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생명이 태어나고, 그 작은 생명을 위해 희생해야 할 것이 늘어나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닌 '엄마'로 불리우는 순간이 늘어나는 것 만큼 혼란스러운 일이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조차 피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내가 누군가를 감당한다는 것, 그리고 이전까지 경험한 적 없는 '또 다른 나'를 감당해야하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렇기에 무거우면서 무서운 일인 것이다.


소설을 즐기지 않는 나는 '엄마'를 소재로 한 것은 더욱 피하는 편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각종 감정을 쏟아붓는 신파가 지겹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읽고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엄마'라는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르다. 에이미 몰로이의 소설 <퍼펙트 마더>는 스릴러다. 한 순간에 사라진 아이와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며 엄마라는 무게는 동서양이 따로 없음을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이는 동네가 함께 키운다' 요즘처럼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출산율이 1명조차 되지 않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썩 틀리지 않은 말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한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 있는 스릴러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지루하게 넘기기 십상인 비문학과 달리 흥미진진한 미사여구가 반복되고 문장에는 리듬이 있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판타지 소설과는 다르게 나와 내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환경과 캐릭터가 등장하면 또다시 집중력이 높아진다. <퍼펙트 마더>가 딱 그랬다. 재미와 경각심을 모두 갖춘 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의 결말을 유추하기에 힘쓰기보다 '나였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더 많이 던졌다. 사회 문제를 논하는 글을 읽고 싶지만 오랜만에 책을 드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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