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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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책에 흥미를 보였던 때로 거슬러 가면, 추리소설을 없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글자로 느끼는 긴장감은 엄청난 경험이었고, 느낌에 중독되다시피 살곤 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엎드려 읽는 추리소설은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꼬박 밤을 지샌 기억도 많다. 이때부터 섬뜩한 상상을 있는 공포 소설은 나의 '최애' 장르가 되었고, 덕분에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은 유지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소설의 배경이 그리고 주인공들의 심리가 뻔하다고 느낄 때쯤, 나는 추리소설과 멀어졌다. 두꺼운 책도 하룻밤이면 뚝딱 읽어내던 '기계' 망가진 것이다. 그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언젠가 읽겠지' 막연한 생각으로 공포물을 읽지 않은 시간이 제법 흘렀다. 생각해보면, 글자로 누군가의 감정을 흔든다는 일은 굉장한 일이다. 특히 무언가에 몰입하고, 와중에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이미지를 묘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러한 장르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던 때도, 상상력이 내용을 받쳐주지 못할 때였다. 그만큼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의 흥미를 이끈다는 일은 실로 굉장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공포 장르와 벽을 둔지 얼마나 지났을까. 작년에 나를 오싹하게 만든 소설이 있다. C. J. 튜더의 <초크맨>이다. 글자만 읽어나갔을 뿐인데 이미지가 눈앞에 희미하게 펼쳐지고, 스산한 음악까지 들리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 소설은 두꺼운 편임에도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을, 한순간에 서늘하게 만든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올해 여름에도 찾아왔다. 제목은 <애니가 돌아왔다>. 으스스한 고택의 문을 형상한 표지가 올해 여름을 알리듯 가만히 놓여있고 나는 홀린 듯이 열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대는 순식간에 채워졌다.

소설인 탓에 내용을 적을 없지만, 소설은 읽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여름 밤에 읽기를 추천한다. 창문 밖에서 은은하게 나는 흙냄새와 선선한 바람. 왠지 모를 아련한 날씨를 순식간에 섬짓하게 만드는 강력한 방이 곳곳에 숨겨져있다. 나는 <애니가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읽었다. 출근과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느끼는 공포는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삶과 대조되는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했다. 이제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작가가 C. J. 튜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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