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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집밥 - 유럽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집밥 레시피 50
베로니크 퀸타르트 지음, 이지원 외 옮김 / 다산라이프 / 2019년 5월
평점 :
벨기에(Belgium). 주변에 보이는 카페에서 파는 와플의 수식어 때문인지 익숙하면서도 '벨기에'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아는 것이 부족하다. 독일과 비슷한 국기를 가진 나라, 맥주, 와플, 와플, 와플… 대다수의 한국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던 중, 한국에 벨기에를 당당하게 소개한 벨기에인이 있다.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한 줄리안 퀸타르트의 대표작은 <비정상회담>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이 있다. 사실 지금 이야기할 사람은 그가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그의 어머니, '베로니끄 퀸타르트'다.
<삼청동 외할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베로니끄 퀸타르트는 해당 방송에서도 수준급의 요리를 선보였다. 젊은 시절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 여행하며 문화를 접한 그는 자연스럽게 각 나라의 음식을 만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그리고 그가 준비한 건강한 식탁에 당신을 초대하고자 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유럽식 집밥'을 따뜻하게 품은 책이다. 서양의 식탁을 생각해보자. 버터와 치즈투성이에 고기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그릇은 그렇지 않다. 조리를 최소화해 건강하게 먹는 유럽의 '집밥'을 보고 있노라면, 낯선 서양 음식에서 엄마의 품이 떠오르곤 한다. '집밥'과 '식구(食口)'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는 같은 음식을 나눠먹는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고 긴밀하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벨기에에 사는 나의 식구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나는 아이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정말 사랑해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결코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에요. 제가 세 번이나 엄마가 되도록 해준 인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유럽식 집밥>의 가장 큰 특징은 요리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리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의 인생과 철학이 오롯이 담긴 한 편의 에세이다. 이 때문에 앞서 말한 '식구'가 된 기분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첫 시작은 '나', 즉 작가 베로니끄 퀸타르트에 대해서 말한다. '음식을 만드는 법'만을 나열하는 기술서를 넘어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그 요리가 내 삶을 표현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수많은 요리를 설명하며 사이사이 간단한 글을 품고 있다. 자신이 여행한 나라와 '가족'에 대해서 적은 이야기는 요리의 맛을 풍부하게 끌어올리는 조미료의 역할을 한다.
같은 음식일지라도 요리를 하는 사람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맛이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요리와 인생은 참 닮았다. 모두의 인생이 획일화되지 않는 것. 어느 셰프가 한 인터뷰에서 '간단한 레시피에도 요리사의 삶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현란한 기술이나 값비싼 재료가 없더라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라 생각한다. '요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길 바란다'는 저자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