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는 싶은 나를 향한 위로의 한마디
해다홍 지음 / 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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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무던해?”

동글동글하고 귀여움이 넘치는 캐릭터가 있다. 편평한 그림임에도 슬픔 가득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책 제목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가 납득되기 시작한다. 우선, 나는 의미 없는 투정을 싫어한다. 괜한 감정소비도 지치고, ‘투정’ 자체에서 이어진 에너지 낭비는 더욱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몇몇은 무던하다 말한다.

사실 그렇지 않다. 나는 엄청나게 감정적이고 그걸 즉시 표현한다. 다만, 머릿속에서 ‘이 정도면 괜찮잖아. 더 좋은 방법 있어?’라고 자문하고 대답할 수 없다면 받아들인다. 그러다보니 딱히 어려운 일 없이, 혹은 ‘쿨’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려움과 곤란함에 관해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만큼 쿨하지 못한 일이 있을까.

이렇게 개인적인 감정을 블로그에 담는 이유도 하나다. ‘내 이야기를 스스로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해다홍 작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하나다. 나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이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에. 이책은 제목부터 투덜거림의 끝이다. 목차를 읽지 않았다면, 나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고 호기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너무도 다른 사람, 그러나 비슷한 삶

이글을 읽는 당신은 ‘마음 속에 벽을 쌓은 사람과의 대화’를 해본 적 있는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관심 밖이고, 나와 동일한 가치관을 갖는 순간 불쾌하다. 즐거운 대화 사이 싸늘한 긴장감이 불쑥 찾아온다.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라는 제목과 함께 벽이 쌓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고.. 그리고 책의 첫장을 넘겼다.

“혹시 제목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나지 않으셨나요? (중략) 너무 무기력한 말 아닌가, 하고요. (중략) 어떻게 보면 체념에 찬 볼멘 소리 같기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살겠다는 의지의 말 같기도 하죠. 이 책의 내용도 그렇습니다.”

나를 비롯한 여러 독자를 꿰뚫는 이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 프롤로그 첫 문단으로 나를 이렇게 파악한다면,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인가? 혼란에 빠질 때즘 책장은 순식간에 넘겨졌고, 나는 확신을 얻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당신

해다홍 작가는 나와 너무나도 달랐다. 네컷으로 담긴 일상적 고민에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녹이는 과정이 어렵다는 건 안다. 그러나 문득문득 내비치는 작가의 목소리의 톤은 나와 다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작가와 나의 공통점을 찾자면 ‘열심히 산다는 것’

어느 누가 ‘대충’산다고 대답하냐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제목에서 말하지 않았나.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고. 그러나 꽤나 두터운 작가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보면 ‘그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열심’을 측정하는 단위가 없다보니 상대적인 기준일 수 있다. 나는 열심과 최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본다. 최선을 다하는 모든 순간이 열심인 것이다.


때로는 버겁고
비뚤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일상은 이어진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한다. 불평 가득한 내용일지라도, 불만의 눈빛을 내비칠 때도 있지만 목차의 대제목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일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 일상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작가는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한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열심히 사는 삶’,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권고한다.


장점 찾기에 골몰하지 않더라도 그저 나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장점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아가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살기만 했으면 좋겠다. 딱 그만큼만.”

우리는 태어났으니 산다. 그러나 그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 필요는 있다.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삶. 그 삶을 위해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내 삶을 처연하다 생각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런 생각은 시간을 갉아먹는다. 소중한 순간을 어둡게 물들인다. 슬픔의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는 삶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그 순간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해진 방법은 없다. 정석을 좇기 보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본인처럼,
누군가에게 작은 목소리로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고 응원하는 해다홍 작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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