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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날씨가 추웠다 따뜻했다. 변덕스러운 기온만큼 입맛 역시 왔다갔다 한다. 따끈한 국물을 먹기도 적당하고, 시원하고 상큼한 물육회가 당기기도 하고. '이상하리만큼 당기는 입맛이 이상한 건가?' 싶었는데 이런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책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소설이 안 써진다."라고 말한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모리 마리'의 새로운 산문집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을 마주했을 때, 포근한 커버의 색이나 감성적인 제목보다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좀 곤란한 인생이지만 잘 먹겠습니다'
이후 책 날개에 적혀있는 작가의 소개엔 앞서 말한 맛있는 음식과 소설 창작과의 연결. 오랜만에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마주한 것 같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설렘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옅은 미소와 함께 닫을 수 있었다. 목차를 펴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프랑스 지명과 함께 익숙한 과일 이름들이 잔뜩 나열돼있다. 다양한 배경으로 펼쳐지는 글은 소소하지만 개성이 넘친다. 모리 마리 작가의 덤덤하지만 자주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글을 읽다 보면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곤란한 인생이지만 잘 먹겠다'는 표현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 책을 옮긴 번역자의 글은 책의 앞쪽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적힌 문장 하나가 처음 마주한 '모리 마리' 작가와 그녀의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응원하는 자기계발서는 많지만, 힘듦을 위로하며 응원하는 것은 보통의 내공이 아니다. 모리 마리의 글을 읽으며 내 삶과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날씨 가 추워지며 괜시리 움츠러드는 계절, 마음과 자존감이 모두 단단해지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