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우리가 쓰는 일상 속 단어들 중, 미각과 관련된 표현들이 많다. ‘싱거운 농담’, ‘짠돌이’, ‘그 사람은 영 맹탕이야’ 등. 이렇게 우리 삶은 맛과 밀접하다 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다양한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의 입맛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삶’이 ‘맛’을 따라가는 걸까? 사람들의 ‘일상 만족’의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삶 속에서 재미를 찾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양창순 박사는 이와 같이 만족의 감정이 높아진 이들을 위해 ‘담백하게 살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컴퓨터 언어로 사용하는 이진법 처럼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그 과정이 ‘담백함’이라고 말한다.
‘담백한 삶’이란 무엇일까. 우선 결정에 대해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완전히 미련을 버리는 것’이라고 양 박사는 말한다. 다시 ‘맛’ 이야기로 돌아가, 담백한 맛에 대해 정의해보자. ‘담백’. 굉장히 포괄적인 단어다. ‘감칠맛’처럼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고, 개개인이 떠올리는 맛 역시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담백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담백한 맛은 한두 해 음식 솜씨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담백한 삶이란 어느 정도의 내공을 지녀야 하며, 그 속에서 건강하고 치유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을 뜻한다. (물론 개개인 마다 정의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양창순 박사는 <담백하게 산다는 것>을 통해 ‘담백한 삶’의 관한 정의와 에피소드,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전달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던 이야기를 하자면, ‘듣고 싶은 말을 정해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경험’에 관한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일명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에피소드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양 박사는 ‘답정너’의 삶은 상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피로하다고 말한다. 공감과 적절한 조언은 관계를 깊게 만들 수 있으니 모든 대화에서 담백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먼저 이야기를 털어놓기 전 (혹은 다른 이와의 대화를 들으며), ‘간’을 조절하는 내공은 필요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노력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뭐든지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물론 긍정적인 사례도 있지만, 한순간에 돌아서 남이 되어버리는 관계의 경우가 많아진다. 그만큼 ‘관계’를 예측하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상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과의 관계’, 어찌보면 객관적으로 보기 가장 어려운 그 관계에 대해 ‘담백해질 것’을 양 박사는 책을 통해 강조한다.
모든 관계에서 ‘내’가 어떤 중심을 지니는 지, 그리고 어떠한 태도를 행하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내가 지닌 수많은 조미료를 잠시 넣어두고, 본연의 맛을 곱씹으며 건강한 맛을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사람마다 선호하는 간(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맞출 수 없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나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순간 힘듦은 두 배, 혹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기 앞서 ‘내가 어떤 간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른이의 취향을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후의 일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 없이 담백하게 살아보는 것, 어려울 수 있지만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첫 걸음을 떼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