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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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파란 나라' 노래 中

높은 곳에 올라 이 마을을 바라보면 마치 푸른색 빛을 끼얹은 것처럼 보이는 '파란 나라'인 '온새미로'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태몽에 파란 하늘이 나왔다는 이유로 '파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생김새가 다른 76개의 놀이터를 가졌을 정도로 아이들을 키우기에 아주 최적화된 마을이다.
아이들의 꿈을 위해 진로 상담을 하고 꿈과 관련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섬세한 보살핌 속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얼핏 보면 이 마을은 완전무결해 보인다.
그렇다.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그 완벽함에 균열이 가고 속내가 드러나는 이야기다.
'파랑'에게는 '우령'이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신경 쓰이던 그 친구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다.
학교에서도, 부모님도 모두 우령이네 가족이 다른 곳으로 급하게 이사를 가게 되어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났다는데 '파랑'이는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무렵, 이상한 말들을 조우한다.
'삭제'... 라니?
'파랑'의 꿈은 내내 탐정이었기에 자신에게 뚝 떨어진 단서들을 모아 진실을 찾아보고자 한다.

서평 이벤트용 책자에서는 '이 아이를 00 할까요?'라고만 되어있고, 이야기의 후반부는 숨겨져 있어 정식 발간물론 어서 엔딩을 보고 싶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마을이 어떻게 생성되고 삭제는 또 무슨 의미였는지를 찾아가다 보니 어질어질해진다.
작가님이 집필할 때 <파란 나라> 노래가 영감을 주었고 본편에도 자주 등장해 읽는 내내 그 노래가 맴돌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책이 매일 수백 권씩 쏟아지는데도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니 독자는 오늘도 매우 행복하다.
두 번 읽으면 감춰진 단서들이 보여 더 재미있으니 읽으실 분들은 꼭 두 번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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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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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나는 어느새 기윤이다.
꿈은 있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일은 없을 듯하고 그렇다고 놓아버리지도 못해 자꾸 조바심만 난다.
변변찮은 현재를 인지할 때마다 초라해지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자꾸 몸이 오그라든다.

내 10대의 기억은 봉인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무의식의 내가 나를 살리고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을 치른 듯하다.
대부분의 기억은 온통 검은색으로 채워진 화면만 재생된다.

그럼에도 끝내 다 묻지 못한 장면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시 과거로 빨려 들어가 그 속에 놓였다.
유체이탈한 상태처럼 나의 어리석은 결정을, 그것이 불러올 결과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크게 소리치며 막아보려 애쓰지만 장면 속 나에게는 아무것도 닿지 않고 무한 재생되는 숏츠처럼 나는 또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한다.
상처받고 상처받고 상처받는다.

어설프게 자아를 인식해 나르시시즘에 빠지기도 하고 멋이라는 이름 아래 또래의 시선 앞에 한없이 찌그러지기도 한다.
남들만큼만, 보통만큼만 하다가도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특별하기를.
고장 난 뻐꾸기시계처럼 창문 안과 밖을 미친 듯이 오락가락하는 마음.
좀처럼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바닥없는 어둠.
힘이 있는 친구에게 매료되었다가, 혼자만의 세상을 이미 구축한 자아가 단단한 친구에게 매료되었다가, 처음 마음을 준 이성에게 매료되었다가.

나이를 먹으면 그 모든 것을 뛰어넘고 달라진 내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때의 패배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결코 유쾌하지는 않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과거의, 현재까지로 이어지는 저항의 이야기.
엄청나게 무언가를 바꿀 수 없어도, 저항 의지를 갖는 순간부터 모든 건 이미 달라지는 이야기.

당신에게도 있나요, 저항의 과거가?
잠시 내 이야기를 좀 들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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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재능
피터 스완슨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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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단두대의 칼날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다.
몇 번이고 목을 어루만지며 내 머리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이 책이 자꾸만 내 목을 내리쳤다.
_

340여 페이지의 꽤 큰 판본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읽어나갔다.
책은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짧은 이야기인 <조지>와 <앨런>이 앞뒤로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에 3부 구성이 두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작품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지나치게 강렬하다.
핵불닭볶음면 느낌이랄까?
(불닭볶음면은 껌이지만 핵불닭볶음면은 두 젓가락부터 정신이 혼미해지고 온몸의 땀구멍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분이 마구 배출되며 뒷골이 당기고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 머리가 단두대에 들어가 있고 한 묶음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내 목 위로 사정없이 칼날이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이게 뭐야!!!!! x 느낌표 100만 개.
몇 번이나 목을 더듬거렸던가?
아직 몸뚱어리 위에 잘 붙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책을 큰 카테고리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면 나는 '소설' 분야를 단연 좋아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조금 낯선 영역을 뽑자면 '추리소설'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읽어나가는 마디마디, 다 읽은 후에 생각했다.
와, 추리 소설 겁나 재밌어!
나 왜 몰랐지, 이렇게 짜릿한걸!
이래서 추리 소설만 파는 사람들이 있는 거구나!
이 나이 먹도록 몰랐던 세상을 처음 만났다.
나 이제 그대들과 발걸음을 같이 하리다!

평온해 보였던 누군가의 일상에 갑작스럽게 끝이 찾아오고 그 끝을 불러일으킨 사람을 찾기 위해 이야기는 여기저기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아, 그래서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
그래, 여기도 수상하고 저기도 수상하고.
어머 어머, 이게 그렇게 된다고?
와, 진짜? 그랬단 말이야?
그러다 목이 댕강! 날아가고.
뭐?????????????????
어?????????????????
에?????????????????
잉?????????????????
헐?????????????????
아?????????????????
전해지나요, 저의 충격들이?
근데 진짜 이랬습니다.
스토리를 읊고 싶지만 모든 것이 스포로 이어질 것 같아 한마디도 못하겠습니다.
와, 이걸 뭐라고 표현할 방법을 저는 모르겠으니 추리 소설 좋아하신다면 필히 일독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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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1 - 이상한 이야기의 시작 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1
다카하시 미카 지음, 간자키 가린 그림, 김정화 옮김 / 아울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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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어여쁜 2층 집이 하늘에 둥둥 떠있고 그 집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얼핏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천공의 성 라퓨타가 생각나기도 했다.
일본에서 보았던
대체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까?
너무 궁금증이 돋아 어린이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서평단을 신청했다.

정보를 검색해 보니 책은 일본에서 2022년 3월과 10월에 1,2권으로 출시되었고 한국에서도 같은 구성으로 출시가 될 것 같다.

이야기는 어느 날 홀연히 머리 위에 나타난 2층 집 '부유관'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파트너 물건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부유관'에는 관리인인 분홍 단발머리의 라미 씨와 하늘색 털을 가진 아름다운 고양이 시드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파트너를 기다리는 수많은 물건들이 있다.
물건들은 저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보물 상자를 갖고 있다.
물건을 만든 사람이나 소유했던 주인이 쏟은 애정이 상자에 가득 차면 '자각'을 하여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물건과 아이들이 서로 '공명'하면 '부유관' 2층에 있는 종이 울리고 서로는 파트너가 된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5개 들어 있었다.
각자 어떤 식으로든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물건들과 파트너가 되면서 그 고민이 덜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중 기타 마틴과 리쓰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결이 좀 달라 더 몰입하게 되었다.
2편에 결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빨리 2편도 읽고 싶다.
조카가 좀 더 자라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오면 좋겠다.
같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일본에서 봤던 ホッタラケの島도 생각나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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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길었던 날
카테리나 사르디츠카 지음, 최지숙 옮김 / 그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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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산속에 자리 잡은 한마을이 있다.
조상들은 태양의 신 다즈보그를 숭배하기 위해 동지 축제를 만들었다.
동짓날에 다즈보그가 저승에서 태어나, 봄에 성장하고, 하지에 전성기를 이루다 다시 동짓날이 되면 서서히 쇠약해지며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다고 믿었다.
다즈보그의 죽음과 탄생 사이, 이승의 영역이 보호 범주를 벗어나는 바로 그 마법 같은 밤에 이승과 저승 사이의 장벽이 사라져 위험한 존재들은 마음대로 죽음의 영역으로 건널 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에서는 동짓날 해질 무렵부터 수호의 모닥불을 피웠고 이는 그들의 세계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12일 동안 밤낮으로 꺼트리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다섯 살이 되면 마을의 모든 아이들은 문신을 새겼는데 그 문신이 모든 악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호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며 고대 신들에 대한 믿음이 시들해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마을 가정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전통과 관습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 마을에서 일어난, 열두 날 열두 밤에 대한 이야기다.

도라가 처음으로 입을 뗀다.
그녀의 부친은 숲을 지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도라의 집만 마음에서 떨어진, 숲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모친은 동생들을 낳다가 과다출혈로 돌아가셨고 어린 쌍둥이 동생들과 할아버지와 함께 다섯 식구가 산다.
도라에겐 큰 상처가 있다.
여섯 살 무렵, 유치원에서 낮잠 시간이 끝난 후 친구 넷을 잃었다.
그들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증발하듯 모습을 감추었다.
아스트리드와 아스트리드의 동생 막스, 톰과 소냐.
그날 도라는 무언가를 보았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린 도라의 말을 믿지 않고 그녀를 미치광이 취급했다.
상상한 모습을 현실로 착각하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도라는 점점 투명 인간처럼 변해갔고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행동했다.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왜 나는 멀쩡히 남겨진 걸까?
여전히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의문만이 가슴속을 가득 채운 채 도라는 18살이 되어있다.
동지 축제를 시작한 그날, 한밤중에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레 문을 열자 눈앞에 벌거벗은 채 온통 진흙이 묻어 엉망인 사람 하나가 서 있다.
누구냐고 묻자 존재가 대답한다.
"도라, 나야... 아스트리드."
12년 전 실종되었던 친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이후 톰과 소냐도 돌아왔지만 막스의 안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스트리드와 톰은 기억 상실 상태였고, 소냐는 의식 불명 상태였으므로.
대체 아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 어둠 속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눈들이 보이는 듯도 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려워 무서워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꽤 큰 사이즈에 약 440페이지에 육박하는 묵직한 책인 만큼 이야기는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폐쇄적인 마을,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전통, 판단이나 생각 없이 무지성으로 몰리고 흔들리는 사람들, 의심, 미움, 분노, 우정, 선과 악, 빛과 어둠.
이 작품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이미지들을 이어나가다 보니 잘 각색해서 영상물로 만나도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실제 이 책을 읽을 당신을 위해 선물로 남겨두기로.
모쪼록 아이들의 내일이 빛과 가까운 곳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 하나는 10군데 정도 비문이 있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읽는데 말이 안 되는 문장이 튀어나오니 자꾸 집중이 깨져 아쉬웠다.
2쇄를 찍게 된다면 바로 잡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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