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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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나는 어느새 기윤이다.
꿈은 있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일은 없을 듯하고 그렇다고 놓아버리지도 못해 자꾸 조바심만 난다.
변변찮은 현재를 인지할 때마다 초라해지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자꾸 몸이 오그라든다.

내 10대의 기억은 봉인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무의식의 내가 나를 살리고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을 치른 듯하다.
대부분의 기억은 온통 검은색으로 채워진 화면만 재생된다.

그럼에도 끝내 다 묻지 못한 장면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시 과거로 빨려 들어가 그 속에 놓였다.
유체이탈한 상태처럼 나의 어리석은 결정을, 그것이 불러올 결과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크게 소리치며 막아보려 애쓰지만 장면 속 나에게는 아무것도 닿지 않고 무한 재생되는 숏츠처럼 나는 또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한다.
상처받고 상처받고 상처받는다.

어설프게 자아를 인식해 나르시시즘에 빠지기도 하고 멋이라는 이름 아래 또래의 시선 앞에 한없이 찌그러지기도 한다.
남들만큼만, 보통만큼만 하다가도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특별하기를.
고장 난 뻐꾸기시계처럼 창문 안과 밖을 미친 듯이 오락가락하는 마음.
좀처럼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바닥없는 어둠.
힘이 있는 친구에게 매료되었다가, 혼자만의 세상을 이미 구축한 자아가 단단한 친구에게 매료되었다가, 처음 마음을 준 이성에게 매료되었다가.

나이를 먹으면 그 모든 것을 뛰어넘고 달라진 내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때의 패배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결코 유쾌하지는 않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과거의, 현재까지로 이어지는 저항의 이야기.
엄청나게 무언가를 바꿀 수 없어도, 저항 의지를 갖는 순간부터 모든 건 이미 달라지는 이야기.

당신에게도 있나요, 저항의 과거가?
잠시 내 이야기를 좀 들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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