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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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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는 모든 노력, 만들어야 할 작품이라는 능동적 형상 아래 사람들이 문학에 빠질 때부터, 다시 말해 문학에 자신을 바칠 때부터 문학이 요구하는 희생, 고집을 느리게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일까요?”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483p

 

책의 제목에서 짐작하듯 이 책은 롤랑 바르트가 1980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강의의 녹취록을 풀어놓은 것이다. 강의 제목은 소설의 준비였다고 한다. 수많은 개념들과 철학자와 문학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과다하게 언급되는 이 강의의 제목을 조금 더 그럴듯하게 지어보자면 하이쿠와 프루스트가 될 것 같다. 이 책이 다루는 소설을 쓰기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크게 두가지로, 하이쿠가 뜻하는 메모하기와 프루스트, 메모하기긴 글로 이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 인용한 롤랑 바르트의 말이 이 책이 다루는 소설을 쓰기 위한 수많은 준비를 표현한 문장이다. 몇몇 키워드 중, ‘만들어야 할 작품능동적 형상을 꼽아본다. 이 두 키워드는 책을 관통하는 하이쿠와 프루스트로는 바르트가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작품의 정신을 알 수 있고, ‘소설의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이 왜 쓰려고 하는 지를 알려준다.

 

만들어야 할 작품

이 책을 읽어나가기 힘든 이유가 책의 앞부분에 몰려있다. 아주 간략히 말하자면, 롤랑 바르트가 말하는 만들어야 할 작품은 짧게는 일본의 하이쿠의 정신을 가졌고, 길게는 프루스트의 정신을 가진 것이다. 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앞부분에서 롤랑 바르트는 하이쿠에 대해 놀랄 정도로 세심하게 다룬다. 요새 말로 그는 하이쿠 오타쿠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들어야 할 작품은 하이쿠와 프루스트였지만 그가 하이쿠에만 골몰하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기억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나는 지금 내 약점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기억력입니다. 기억하는 능력 말입니다. 옳건 그르건 간에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기억의 소설이며, 글을 쓰는 주체의 어린 시절, 삶에서 회상된 재료들과 더불어 구성되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프루스트는 기억으로 자기의 소설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기억의 소설입니다. 48p

 

바르트는 자신이 왜 하이쿠를 좋아하는 지를 직접 설명하는 것은 덧없는 일(76p)(‘욕망을 설명하는 것은 덧없기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하이쿠와 프루스트의 공통점이 있기에 바르트는 이를 욕망하는 것 같다. ‘사토리’(깨우침)를 기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쿠는 기억의 순간을 잡는 일, 그의 용어로 사토리’(깨우침)의 순간을 기술하고, 프루스트는 깨우침(마들렌)이 확장을 가져온다(85p)는 차이가 있다.

 

미로의 은유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챕터, 1978년부터 1979년에 진행한 바르트의 세미나 녹취록이 시작되기까지 하이쿠에 대한 이른바 덕후질은 계속된다. 하이쿠를 만드는 질료이자 하이쿠 그 자체인 메모하기에 대한 설명과 각종 하이쿠와 관련한 개념들이 즐비하다.

 

능동적 형상

종종 독서행위를 섹스에 비유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글쓰기 욕망을 가진 이들 대다수가 독서의 짜릿함에서부터 욕망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독서를 하며 각종 이유로 오르가즘을 느꼈던 이들은 이를 잊지못하고 독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 욕망도 이곳에서부터 시작이다.

 

이 출발점은(글쓰기 욕망) 다른 사람들이 집필한 몇몇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쾌락, 기쁜, 환희, 충족의 감정입니다. 나는 읽었기 때문에 씁니다. 229p

 

명쾌하다. 왜 나는 쓰고 싶은 사람인가에 대한 답이 제시된다. 읽었기 때문에 쓴다. 또한 그 읽음에 나에게 쾌락을 주었기에 계속 읽는다. 그것은 섹스와도 같다.

 

이 텍스트는 나를 애무합니다. 그리고 이 애무는 매번 내가 이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효과를 발휘합니다. 일종의 영원한, 신비스러운 열기입니다. 사랑의 욕망은 진정한 충족입니다. 왜냐하면 내 사랑의 대상, 즉 이 텍스트는 수천의 다른 가능성 중에서 내 개인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있기 때문입니다. 229p

 

인간에게 욕망이 당연한 것처럼, 읽음에서 쾌락을 느낀 이가 글쓰기 욕망을 가진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래서 바르트는 이렇게 질문한다. “어떻게 작가들보다 독자들이 더 많을 수 있을까요?”(242p)

 

계속 독자로 남으면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애무를 계속 받으면서도 절정의 섹스를 시도하지 않는 것과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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