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와 스토리가 보장된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소설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스크린셀러'는 올해도 영화계와 출판계를 아우르는 화두입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 <7년의 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극장가를 수놓고 있는데요. 그중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이 누적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동명의 소설 『Call me by your name』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지요. 17살 소년과 24살 청년의 사랑을 그린 퀴어 로맨스 작품입니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무르익는 두 사람의 감정은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라는 대사로 절정에 달합니다. 첫사랑의 풋풋함을 담은 작품이니 퀴어 장르의 『플립』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 21세기 가장 슬픈 이야기, <브로크백 마운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셨을 겁니다. 애니 프루의 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이 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가 호흡을 맞춰 오스카 상과 골든글러브 상을 휩쓸었지요.
쏟아지는 여름 햇살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그해 여름'의 열정을 보여 주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는 달리 <브로크백 마운틴>은 거칠고 황량한 대자연 속에서 억눌리는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 줍니다. 에니스의 “잭, 맹세할게……”라는 대사는 20년에 걸친 이 복잡하고도 집요한 사랑에 애절함을 더합니다.
극장으로 간 퀴어 소설 『그해, 여름 손님』과 『브로크백 마운틴』은 같이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그 궤를 달리하는 작품입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명작,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함께 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을 읽고 그 차이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