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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한 중학생 남자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겪었던 이야기의 소설인데 왠지 저자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인듯한 느낌을 풍기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만큼 그냥 일상 얘기 같고 자연스럽다고 할까? 책의 제목은 <눈물은 힘이 세다> 이지만 제목처럼 눈물이 날만큼 슬프지는 않다.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고들 말하는데 이 책속에서는 아빠의 눈물이 등장한다. 한 번도 아빠는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도 힘들어 할 수 있고 눈물을 흘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책속에서는 심오한 문구들이 참 많이 나온다. 요즘 난 철학자도 아는데 '삶은 무엇인가?'라는 생각들을 종종하게 되는데... 그래서 아래 문구가 더 심오하게 다가왔다.
어긋남도 조화가 될 수 있었다.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는 그의 책 『봉인된 시간』에서,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과, 놓쳐버린 시간과, 아직 성취하지 못한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삶도 그랬다. 잃어버린 시간과, 놓쳐버린 시간과, 아직 성취되지 못한 시간 때문에 삶은, 살아지는 거였다.
<눈물은 힘이 세다 p.158>
"아저씨,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뭘까요?"
"글쎄다...... 사람과의 만나이라는 게 신발 속으로 들어 온 돌멩이 같아서 그냥저냥 견디며 걸어야 할 때도 있지만, 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벗어야 할 때도 있거든......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욕심이고, 그래봐야 자기만 힘들거든......
<눈물은 힘이 세다 p.200>
옆집 아저씨가 주인공 소년에게 해 주는 이야기 부분인데... 비유해서 설명해준 것이 참 절묘했다. 너무 책속의 좋은 내용들은 내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딱 돌멩이 같은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그 돌멩이는 빼내야 하려나?...;;;
음식점 이름을 '모과나무집'이라고 짓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모과나무가 있던곳에 음식점을 차리고 '모과나무집'이라고 이름 붙이는 방법이 있고, 음식점을 차린 뒤에 모과나무를 심고 나서 '모과나무집'이라고 이름 붙이는 방법도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어느 집이 장사가 잘 되겠냐?"
"예전부터 모과나무가 있던 집이 더 잘될 것 같은데요. 모과나무의 나이가 음식점의 나이도 될 수있으니까요."
"내 생각도 그렇다. 평소엔 연락 한 번 없다가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잖냐. 음식점 차린 뒤에 모과 나무 심고 나서 '모과나무집'이라고 이름 짓는 사람들하고 비슷한 사람들이겠지.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눈물은 힘이 세다 p.201>
어른이 되고 이런 경우가 참 많았다. 갑자기 한참동안 연락이 없다가 결혼할 때쯤 연락하고, 막상 결혼식 참석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연락 없다가 서서히 연락이 끊기는..;; 그런 친구 아니지 그런 애 하나가 있었는데 참 실망스러웠다.
내 인생에서 모과나무를 심은 뒤 '모과나무집'이라고 가게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불찰은 하지 말아야겠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