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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ㅣ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평점 :
어느날 대학친구 S가 회사 앞으로 찾아와 나에게 선물이라며 이 책 바로 <연어>를 건네 주었다. 대학시절 축제 기간에 친한 친구들 몇몇이 친구S의 집으로 놀러간 적이있었다. 바로 S의 집이 강원도 양양이었고,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강이 연어가 산란을 하러 오는 바로 그 강이었다. 강에는 연어를 잡아 배를 가르고 연어알을 채취해서 알을 산란시켜 다시 강으로 연어를 보내는 일을 하는 연구소가 있었다. <연어>의 2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연어 이야기>에서 어린 수컷 연어가 태어난 연구소가 바로 친구네 집앞에 있었던 것이다. ^^;
이러한 친구와의 추억으로 친구에게 <연어 이야기>와 <연어>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 친구에게 도리어 내가 읽어보지 못한 <연어>를 선물받으니, 그 기분이 색달랐다. <연어>라는 작품이 너무 좋아서 <연어>를 먼저 읽은 사람은 <연어 이야기>를 읽고 약간 실망도 한다는데, 난 <연어 이야기>를 먼저 읽고 <연어>를 읽어서인지 두 작품 모두다 좋았다.
우리는 연어들처럼 각자만의 목표와 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각자만의 목표와 꿈이 '삶의 의미'라는 단어로 대체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삶의 의미'가 있을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참 모호한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어떠어떠한 학과의 대학에 가서 이러한 일을 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2,3년 내의 단기목표는 있지만, 장기목표는 점점 흐리멍텅해지거나 없어지는 것 같다.
'삶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아니면 없거나.. 그런 사람들에게 <연어>의 책속 아랫 문장을 읽으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만든다면 참 의미 깊을 것 같다. 인생을 하루하루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 세상에 오게 된 각자만의 '삶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의미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빛연어는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는 알을 낳는 일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그가 찾으려고 헤맸던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다른 연어들처럼 강을 거슬러오르면서 강하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폭포를 뛰어넘었고, 이제 상류의 끝에 다다랐을 뿐이다.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뿐이야."
"너는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희망이란 것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럼, 결국 희망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니?"
은빛연어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연어 p.123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