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셰프가 이 책을 쓰기까지 4년 걸렸다고 했다. 훑어보니 10년은 담아둔 책이다. 영어로 썼지만 한글로 된 우리 장 관련 책도 이처럼 알차고 멋진 책은 잘 없다. 영어가 좀 약하더라도 관상용으로도 멋진 책이다. 토요일 오후 멋진 소파에 앉아 이 책을 펼쳐 사진만 보아도 행복하다.
한국인 토종 셰프가 미쉘린 2스타인 것도 대단한 일이고 그런 셰프가 수 년간 자신이 직접 장을 담아서 음식을 만들어보고 그 것을 책으로 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우리 장의 역사와 장 만들기, 장을 활용한 요리 레시피 등을 챕터로 담아 이 책 한 권이면 우리 장에 대한 모든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챕터는 장의 응용이다. 맛간장, 초고추장 등 기본 장을 베이스로 요리에 쓸 수 있는 소스에 대한 것이다. 우리 장의 세계화와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에게도 이금기 소스나 하인즈 캐첩 같은 응용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리사로서 강민구 저자의 고민이 이렇게 드러나 있어 더욱 값진 책이다.
한국 음식에 관심 많은 외국 친구에게 주려고 샀는데 그냥 내가 가졌다. 그 친구에게는 새 책을 사줘야 겠다. 이 책을 받아 든 그 친구가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하면 내가 다 뿌듯하다.
강민구 셰프님과 두 명의 저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최고의 책과 최고의 친구들. 우치다 준 교수의 <제국의 브로커들>로 독서토론을 시작한 것이 2020년 12월이었다. 코시국 답답한 마음에 줌으로 고등학교 동창들과 시작했다. 1년 넘게 한 챕터씩 아홉차례 모임을 가졌다. 드디어 대장정을 마치고 오늘은 그 책거리날이다. <제국의 브로커들>은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이야기다. 식민역사에서 주역이었던 이들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경계인적 위치 때문에 전후 일본제국사와 한국사 어디에도 속할 수가 없었다. 조선 거주 일본인 3세인 스탠포드 우치다 준 교수가 이들의 역사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복원해냈다. 이렇게 밀도감 넘치는 문장을 읽는 것은 말랑해져가는 뇌를 쫀득하게 긴장시키는 독서의 큰 기쁨이다. 한승동 기자의 번역도 훌륭하다. 1940년 이후 전후 식민지 국가총동원령이 마지막 주제였다. 애국반 활동, 황국신민체조, 정오 사이렌 묵념, 황국신민서사 암송, 군 위문편지 쓰기, 우편저축 활동, 식생활 개선운동, 가정의례준칙 등이 1940년 대 식민지 조선의 풍경이었다. 우리가 겪었던 박정희 시절은 이 시절의 2차 국가총동원령 체제였단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일본 내지에서 어떤 것은 수입해가고 조선 청년들이 황국신민이 되기 위해 더 애국적이기도 했다. “일본인보다 더 나은 일본인이 되겠다는 그들의 강력한 욕구는 조선의 민족감정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착이었다.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 즉 일본인과 대등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강할 수록 그들은 자기 부정 방법은 더 급진적인 것으로 변했다.“<제국의 브로커들 519페이지 주> 1940년 대 식민지 조선을 얘기하며 우리가 만난 곳은 1940년 문을 연 혜화로터리 중식당 금문이다. 나무계단에서 김구 선생이라도 만날 것 같은 곳이다. 자장면과 양장피를 먹었다. 다음 책은 만주국의 역사를 다룬 <만주 모던>이다. (책 이름 멋지다 모던 이라니). 박정희 경제 체제의 모델이었던 만주국이다. 부교재로 만주국 이야기인 <무지갯빛 트로츠키> 만화책도 같이 볼 예정이다. (무지개와 트로츠키라니!) 내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우치다 준 교수님과 한승동 번역가 님에게 감사한다. 내 50대를 빛나게 하는 친구 최진혁 군과 장일범 군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