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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트>는 나의 인생 소설이다.
인생 소설이란 것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는 뜻도 아니고, 가장 문학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작품도 아니다. 이 책은 내게 마치 가방 속에 항상 넣고 다니는 소지품같은 존재다.
나는, 어릴적 좋아하는 영화를 비디오 테이프로 보고 또 보고 테이프가 늘어날 때 까지 보듯이 나는 이 책을 주기적으로, 습관적으로 읽는다.
매번 읽을 때 마다 먹먹하고, 매번 읽을 때 마다 달리 읽힌다. 연애 소설이었다가, 불륜 치정 소설이었다가, 성장 소설이었다가, 여행기였다가, 또는 이 모두였다가,
요코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요코의 그 남자에 내가 아는 어떤 한 사람을 투영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책을 정말 많이 읽어서 내 머릿 속엔 이 소설의 내용들이 영화처럼 시각화 되어있다. 실제로 영화화 되었다고는 했는데 영화를 보진 못했다. 한국에 개봉된 것 같지는 않고 몇 번 구하려고도 해봤는데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코와 소우코의 모습, 그들의 집, 풍경, 드륵드륵 소리를 내는 에스프레소 머신, 오래 신어 요코의 발에 딱 맞게 닳은 플랫슈즈, 소우코가 토끼모양으로 조각한 사과 조각이 이미 내 머릿 속에 나만의 상상과 이미지로 짙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영화로 봐서 나만의 머릿 속 영상을 잃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 나왔을 때 (<등 뒤의 기억>이었던 것 같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그의 신간 사인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신간과 <하느님의 보트>책 두 권을 들고 사인을 받으려 줄을 섰다. 시간상 한 권의 책에만 사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통역가 분의 도움으로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느님의 보트>책에 사인을 받을 수 있겠냐고 여쭸다. 작가님은 흔쾌히 내 이름을 서툰 한글로 따라 '그리고' 그 다음에 산돌광수체같은 글씨체로 그의 이름을 한자로 적었다. 이 책은 너무 오래 읽어 닳고 닳았는데도 여러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 프랑스 파리에 있는 우리집 책장에 꽂혀있다.
이 책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어디서 부터 무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스포일러 주의>
추신.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께 너무 묻고 싶었던 질문 하나.
제 주위엔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었어요.
여러 블로그에서 다른 분들이 남기신 후기도 읽어 봤는데, 결말에 대한 언급은 없더라구요.
마지막 장면에 요코가 드디어 그 남자를 만나는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요코가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소우코가 떠나고 그마저 남아 있던 삶의 의미를 잃고선 도쿄에 올라오고 나서 요코의 상태가 하루 하루 심각해진 내용들이 그 전에 나와 있는데.
읽고 나서 저처럼 요코가 자살했다고 생각하신 분은 안계신가요?
전 요코가 죽고 나서야 드디어 그를 만났다고,
혹은, 요코가 그 남자를 만난게 그의 환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혹시 이 리뷰를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 남겨주실 수 있으세요? 다른 분들의 의견이 너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