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전개와 흥미 진진한 소설.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돋보이는 것은 두 가지 구도가 동시에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합쳐지지만 계속 번갈아가면서 장소가 이동되니 처음에는 혼동된다. 주인공의 가출부터 이런 저런 일이 진행되는데 하루키의 섬세한 묘사가 상당히 돋보인다.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감상하기에는 아직 나는 부족한가? 섬세한 묘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줄거리의 대단함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전개 되는 중에서 결말이 과연 어떻게 되는지는 무척 궁금했다. 결말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끝난다. 전개가 상당히 오래 진행되는데 비해 결말이 약하다. '상실의 시대'에서도 그렇듯이 결말은 평범하다. 오히려 그런 결말이 하루키를 돋보이게 하는 건가? 나는 세계적 문학수준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결말이 궁금했고 읽는데 재미있었다. 소설이 재미있으면 된 거 아닌가? 그 속에 비친 뜻을 알면 더 좋겠지만 모르면 또 어떤가? 소설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면 그걸로 일단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 이 책의 내용이 조금 양이 많아서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로서 독자를 이끎으로써 손쉽게 두 권의 책을 금세 읽을 수 있다. 책 끝부분에 나온 '추천의 말'에서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한 것들을 상세히 알려줘서 고마웠다. 다 읽고 나서 이 부분을 보니 이미 읽은 부분이 영화처럼 흘러지나 갔다. 여러 인물들이 서로 얽혀 있는데 이런 것을 한사람이 생각하고 만들었다니 약간 놀랍다. 문학성은 잘 모르겠으나 읽는 내내 기대감과 호기심이 끊이지 않았다.

비오는 날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오랜만에 내 마음을 녹인 소설이다. 잔잔한 감동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 큰 감동이 올것같다.

주인공은 아내를 여의고 초등학생인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이상한 남자이다. 부족한 점도 많고 남들보다 다른 점도 많은 그는 아내를 무척 그리워한다. 죽은 아내가 어느날 살아서 돌아온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일단 무척 놀랍고도 반가울 것이다. 평소에 죽도록 그리워한 아내가 어느날 살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법. 이게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그들에게는 6주의 비내리는 시간뿐이 없다. 6주. 과연 무엇으로 시간을 보낼까? 그 6주의 시간이 그들의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6주의 시간동안 그들의 생활은 나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의 행동이 눈 앞에 그려졌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부부의 사랑. 모자의 사랑. 두가지를 동시에 간절히 느낄수 있다.

이 책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후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그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나만의 영화 한편을 보았다. 상영시간 내내 나를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한 이 책. 영화보다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내가 스스로 영화를 그려볼 기회를 잃을뻔 하지 않았는가. 비가오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천국에서 만난 5사람이 주는 교훈.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의 두번째 작품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감동을 생각해서 무작정 선택해서 읽었다. 전편으로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저자는 이번에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 책이다. 삶과 죽음은 결코 다른 세계가 아니라 연속적이라는 것을 저자는 전달하고 싶었나보다. 생에 관련된 중요한 다섯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에디와 중요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한사람 한사람씩 만나면서 무엇인가 깨달아간다. 그 때달음이 독자인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인연, 희생, 용서, 사랑, 화해. 이 다섯가지가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인생의 약 4분의 1이 지난 지금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다. 사실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이른 나이다. 하지만 생각해서 나쁠것은 없지 않은가? 무언가를 생각해서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다. 삶과 죽음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위의 다섯가지를 생각하니 앞으로 행복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느낀다. 마지막에 저자는 우리 모두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듯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도 죽음을 초월한 모리에게 가르침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천국의 다섯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마시멜로 이야기라. 먹는 이야기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마시멜로를 예를 들며 저자의 생각을 전하는 책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눈앞의 이익을 보지말고 미래를 보면 더 큰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 한권이 전달하려는 것은 바로 이 한문장이다. 사장과 운전기사의 대화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 책은 아주 쉬운 내용이다.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이익을 놓치지 말고 기다리며 준비하라는 뜻이다. 끊임없이 준비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며 노력해야 한다. 어찌보면 정말 간단한 이론 아닌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한번 더 깨우치는 역할을 하는 이 책은 라디오를 맡고 있는 정지영씨가 번역을 해서 더 손이 갈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 내가 말한 그 한문장을 제외하고는 뭐 별다른 실천법이라던지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 사실 이 책의 광고에는 뭐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것 처럼 광고를 했는데, 실망이 크다. 이런 책은 지금 시중에 너무 많이 나와있다. 새로운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광고만 거대하게 하는 그런 책은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나오자마자 쉽사리 베스트셀러를 하곤 한다. 슬픈 현실이다. 정 보고 싶다면 사지말고 빌려보는게 좋을 것 같다.

촌철살인같은 책.

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이 책은 저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고민 상담글을 모아서 펴낸 책이다. 20대 부터 30대 초반의 청춘들의 고민은 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다. 20대들에게 취업은 피부에 닿는 고민이 아닐수 없다. 20대 태반이 백수라 하지 않는가? '이태백들에게 보내는 글'을 보면 저자의 따끔한 충고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충고의 정도가 따끔한 수준을 넘어서서 아주 시원하기까지 한 그의 충고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편한것만 찾고 있는 우리들... 나를 탓하지 않고 환경과 다른 사람을 탓하는 우리들. 그의 따끔하고 시원한 충고를 받아들여 앞으로의 삶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저자의 시원한 충고가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했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청춘에 무엇인들 못할까? 사서 고생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기의 뜻과 꿈을 가슴에 품고 하루 하루를 그것을 위해 살아간다면 청춘이 멋진 삶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취업과 미래의 불확실에 대해 불안에 떤적도 있고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 책의 답변들을 읽고 나는 무언가 내세울 만큼 열심히 한것도 없고 미쳐본적도 없는 내 자신이 싫었다. 저자의 답변들이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주었다. 20대 취업에 걱정인 사람들이 읽어보면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