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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8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9월
평점 :
국가적 법열(法悅)
느네 식구는 똘돌 뭉쳐서 감기를 앓고 있는 모양이구나
누구네 식구든지 잘 뭉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가령 잘 옮는 병 같은 건 상대방의 콧물을 마신 듯이 더불어 앓으니,
주고받음이 병균만 같으면야 병든
열(熱)과 콧물과 쇠를 비벼서
우리나라쯤 하나 만들 수 없겠느냐
우리나라 식구들은 똘똘 뭉쳐서 무슨 병을 앓고 있기는 있는데
병명도 신비하고 알어도 쉬쉬하니
집안일인 모양이로구나
병명이 < >라고도 하고
병명이 <인생>이라고도 하고
<겁>이라거나 <잔인>이라고도 하는데
말을 바꾸면 국가적 법열(法悅)이라고도 한다드라
무슨 약이 좋은지
모르는 게 약이라는데 딴은 그 약이 명약인 듯
우리나라 식구들 얼굴을 그리면
그리워 그리워 그 얼굴들 자화상 그리면
주마등 같구나 모르는 척하는 얼굴들.......
그러나 무슨 약이 좋은지
인삼이겠지
금단()이고 낙천(
피가 약이라고도 하고
피가 약이라고도 하며
피가 약이라고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