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문학과지성 시인선 38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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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법열(法悅)

 

느네 식구는 똘돌 뭉쳐서 감기를 앓고 있는 모양이구나

누구네 식구든지 잘 뭉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가령 잘 옮는 병 같은 건 상대방의 콧물을 마신 듯이 더불어 앓으니,

주고받음이 병균만 같으면야 병든

열(熱)과 콧물과 쇠를 비벼서

우리나라쯤 하나 만들 수 없겠느냐

 

우리나라 식구들은 똘똘 뭉쳐서 무슨 병을 앓고 있기는 있는데

병명도 신비하고 알어도 쉬쉬하니

집안일인 모양이로구나

 

병명이 <   >라고도 하고

병명이 <인생>이라고도 하고

<겁>이라거나 <잔인>이라고도 하는데

말을 바꾸면 국가적 법열(法悅)이라고도 한다드라

 

무슨 약이 좋은지

모르는 게 약이라는데 딴은 그 약이 명약인 듯

 

우리나라 식구들 얼굴을 그리면

그리워 그리워 그 얼굴들 자화상 그리면

주마등 같구나 모르는 척하는 얼굴들.......

 

그러나 무슨 약이 좋은지

인삼이겠지

금단()이고 낙천(

피가 약이라고도 하고

피가 약이라고도 하며

피가 약이라고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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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아코디언 문학과지성 시인선 262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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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지상에 떨어져서 한 일이라곤

인간의 바다에 익사한 일밖에 달리 없는

그 운석(隕石)을 나도 알고 있는 듯하여

읽던 책을 덮고 해거름 저쪽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 너무 푸르러

서 있는 이곳이 바다 밑이 아닐까, 하는 착란!

 

닫아거는 어스름 저 위에 수면이 있다고

일렁이는 수막 사이로 어초마냥 가라앉은 아파트들,

방금 운석이 된 새떼들이 쏟아져내리는지,

가로수들이 잠투정하듯 가끔씩 나뭇잎을 흔든다.

남은 햇살이 그 수초 밭 우듬지에 잠깐 얹힌다.

 

무엇이든 다 맞춤한 때가 있어

지금 으름덩굴꽃철임을 부정하진 않지만

봄바람 시린 물살처럼 살 속 깊이 파고들면

떨리는 몸이 끝내 오한 든다.

천 번이라도 꽃피우고

만 번 더 솟구쳐오를 생각뿐이었다 하자.

쳐다보면 별자리 너무 아득하므로

나도 내 몸의 수위 아래로 이미 잠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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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 아저씨 문학과지성 시인선 3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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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 있는 것들 1 :

 

날아가던 돌이 문득 공중에 멈췄다.

공중에 떠 있다.

일설에는 그 돌이 정치적이라고 한다.

 

그 소리의 화석의 연대는 애매하다.

웃지 않는 운명만이 확실하다.

 

다만 철제 프로파갠더를 매일

독약처럼 조금씩 먹는다.

 

공중에 떠 있는 것들 2 :

 

내 몸이 자꾸 무거워지는 이유는

공포 때문이다.

 

나는 내 그림자로부터 도망친다.

떨리는 손으로 그림자를 떼어 버린다.

다른 그림자 때문이다.

 

그림자를 잃고 공중에 뜬 실체는 말한다.

나 내가 아니오.

나 내가 아니오.

 

공중에 떠 있는 것들 3 : 거울

 

뜻 깊은 움직임을 비추는 거울은

거의 깨지고 없다.

다만 커다란 거울 하나가 공중에 떠 있고

거울 윗쪽에 적혀 있는 말씀 --

축와선(臥禪), 낮을수록 복이 있나니. 

 

거울 속에는 그리하여

누워 있는 자와 잠든 자, 혹은

죽은 자들만이 산다.

요새 자기의 모습을 보는 방식이다.

 

눈 감으면 고향이

눈 뜨면 타향.

 

공중에 떠 있는 것들 4 :

 

지붕마다 구멍이 뚫려 있다.

지붕 바깥으로 손 들기 위해서이다.

손 들고 있는 편안함!

 

비가 새니까 막으라는 겁니다 라고

스피커가 말한다.

청천하늘엔 별도나 많고.

 

연락선 같기도 하고 화물선 같기도 하며

초계정(哨

 

 

술잔을 들며 -한국, 내 사랑 나의 사슬

 

1

불행이 내게 와서

노래 부르라 말한다

피 흘리는 영혼 내게 와서

노래 부르라 말한다.

내 인생은 비어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잃어 버렸다고 대답하자

고통이 내게 와서 말한다--

     내 그대의 뿌리에 내려가

     그대의 피가 되리니

     내 별 아래 태어난 그대

     내 피로 꽃 피우고 잎 피워

     그 빛과 향기로 모든 것을 채우라.

 

2

우리들의 고통을 헤아려 보겠다고?

모래알을 헤아리면 된다

모래알 하나에서 우주를 본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수 많은 우주를 갖고 있다.

 

3

김씨 이씨네의 한 많은

두부찌게들이 보고 싶습니다

보면 먹지 않고

한없이 바라만 보겠습니다

 

고통의 별 아래 태어난 우리들,

한국을 사랑하는 것은

그 별빛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새의 날개를 만든 뒤

더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겨드랑이에서 눈물이 돋습니다

돋으면서

슬픔으로 날자 상처로 날자 외칩니다

 

4

꽃들 좀 피어나거라

지식 국화, 농부 진달래

학생 장미, 노동 패랭이

제값으로 피어나는 소리 좀 열려라

남도창, 정선 아리랑

천안 삼거리, 명동 블루스

부채춤, 강강수월래, 구고무(鼓舞), 불놀이

북, 꽹과리, 가야금, 기타아......

 

이쁜 가슴 비벼 이는

푸른 빛의 메아리 속에

자유 있는 육체와 육체 있는 자유로

일과 춤을 섞고 사랑한다 말하며

농부들은 씨뿌리고

시인들은 노래하며

학자들은 생각하고

애인들은 사랑하는 땅

아 우리들의 명절이 있어야겠다

한국, 내 사랑 나의 가슴아!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여자의 감각을 감탄함

 

1

우주요?

배추 한 포기예요

세계?

콩나물 시루지요

(물과 물고기처럼 요지부동의 이 실제적 감각!)

물이 끓으면 나도 끓고

물이 얼면 나도 얼어요

 

2

네에 큰 거요,

아시나요 자질구레한 것들의 힘,

마음이 넘어지지 않으려면

꼭 맞는 구두를 신으세요

(물과 물고기처럼 요지부동의 이 실제적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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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 슬로푸드, 행복한 음식을 찾아서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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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즐, 삶을 요리하다>와 같은 책이었네요. 같은 저자의 새 책이 나왔는 줄 알고 사려고 했었는데 낭패 볼 뻔 했네요. 개정판이란 표시를 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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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독파하는 야간비행 만화세계문학 (독서논술 만화 필독선) 2
생 텍쥐페리 지음, 버라이어티 아트워크스 그림, 서수진 옮김, 백진희 해설 / 신원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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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극적 효과 등을 잘 살려 요약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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