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
이지성.스토리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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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구육. 한국인의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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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구판절판


"엄마가 시험공부에 방해되니까 책을 좀 줄이라는 거야 글쎄. 너무하지. 그까짓 공무원 시험 때문에 내 귀여운 책을 버릴 수 있겠어? 그건 다 내 거라고."-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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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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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파 미스터리의 원조,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는 역시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대단히 낮다.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을 장편의 경우 세 편 정도 구할 수 있다. <모래그릇>, <점과 선>, <너를 노린다> 와 같은 작품들은 구입이 가능한 작품들이고 예전에 구립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유혹의 덫> 정도가 국내에 소개된 작품의 전부인 것 같다. 그러나 국내의 빈약한 인지도와는 다르게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그 수가 대단히 방대하여 천여 작품에 이른다고 하며, 추리작가로서 소설만 발표하는 것이 아닌, <어느 고쿠라 일기전>, <현대 관료론>, <쇼와사 발굴>, <고대사 의혹>과 같은 역사나 정치, 관료제, 본격문학 등에도 폭넓은 관심과 문학적 재주를 가진 작가이다.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라는 책을 뒤적이다 보니 마쓰모토 세이초와 호텔전문추리작가인 모리무라 세이이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성기 때 팔린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 판매량은 2000만여부에 달한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작가의 인생역정은 대단히 불운하고 암담한 것이여서 그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급사, 인쇄 조판 시절을 거쳐 디자인 업계 등을 거쳐 기자생활을 거친 뒤 작가가 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시기나 컴플렉스, 재능을 갖고 있지만 그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하여 한을 품고 세상을 하직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 다수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모인 '미야베 미유키'도 좋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도 너무나 좋다.

* <점과 선>이라는 작품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 중에서 대단히 빼어난 수작(이라고 한다. 읽은 작품이 열 개도 안되는데 뭐라 말할 형편이 아니지)중의 수작이다. 모래그릇 같은 작품들은 드라마로도 유명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에서는 수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된장국에 생선을 먹는 소박한 형사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점과 선>에서도 역시 대단히 사소한 사실에 의심을 품은 형사들이 사건을 추리해 나가게 되는데, 지방의 노형사와 중앙경시청의 젊은 형사가 힘을 합쳐 의문의 사건을 조사해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의 중점 포인트는 바로 도서추리 및 알리바이 파괴의 대가 크로프츠와 마찬가지로 범인의 알리바이 파괴에 있다.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와 작위적인 시간 설정 및 인물의 등장에 수상함을 눈치 챈 형사들이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파괴하기 위하여 전국을 누비며 동분서주하며 끝내 진실을 파헤친다는, 어찌보면 약간은 단순한 스토리일수도 있으나,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교활함과 섬세함, 치밀함, 리얼리즘과 반전까지 이 작품에는 고루 섞여있다. 가히 고전 추리의 명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마쓰모토의 작품은 크로프츠의 개인악적인 측면에 집단악, 사회악을 더한 것으로 문학성 또한 상당히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이 작품에서 그러한 문학성이 짙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사회의 타락과 인간군상의 어두운 측면을 이 작품에서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간과하게 되는 어떤 맹점 또한 이 작품에서는 날카롭게 보여주고 분석하고 있다. 여하튼 작품이 시작되는 부분과 두 사람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 현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었으며, 사소한 것에 억측을 품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노형사 도리가이와 도리가이의 의견에 공감하고 전국을 누비는 젊은 형사 미하라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거대한 조직의 비밀과 진실도 볼만할 것이며, 철벽 알리바이와 그에 대응하고 좌절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가서야 이러한 알리바이는 하나둘씩 허물어지게 되는데, 한번 무너진 것이 너무 와장창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약간 허무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역시 대단했다. 살인사건의 진실과 마지막에 준비되는 반전도 대단하다. 탄복,

* <제로의 초점> 또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대한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마쓰모토 세이초 식 설정이며, 진실을 찾게되는 과정과 수많은 비밀이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형사가 아닌 신혼주부이다. 중매결혼을 통해 결혼을 하게 된 그녀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남편에 대하여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다. 여자의 섬세한 감정이 잘 드러나 신혼여행 후에 출장을 떠난 남편이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회사의 사람들과 경찰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그녀의 남편을 발견되지 않는다. 자살을 할 사람은 아니고, 금전적인 문제도 아니며 일대 지방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의 사체 속에서도 남편은 발견되지 않는다. 남편의 형과 남편의 동료 또한 동분서주하며 남편을 찾아다니지만, 실마리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남편의 형은 독살된 채 발견되는 참극이 발생된다. 작품에서는 아내가 처음에 발견하게 되는 사진을 통해 의문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등장인물들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가 제대로 발현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아내의 불안> 못지 않고 남편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아내의 심리 상태는 불안과 공포, 허무로 가득차지만 남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작품 전체의 연결성과 트릭 또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며, 동기 또한 짙은 사회성을 내포하고 있다.

* 2007년 방영된 TV 아사히 50주년 특집극인 <점과 선>2부작의 시청률은 모두 20%를 돌파함으로써 고전의 빛바래지 않는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 같다.(물론 원작을 읽고 드라마를 살펴보니 대단히 많이 각색이 되었다. 특히 도리가이의 딸과 미하라의 로맨스는...) 한국 추리소설계가 여전히 고사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여느 문학작법과 마찬가지로 추리문학이라는 장르 또한 고전에 대한 숙지, 숙독, 애정이 없이는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을 많이 읽음으로써 과거의 동향과 작품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그저 단순한 호사행위가 아닌, 필수적인 행위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추리문학의 영역에서도 훌륭한 고전작품들이 계속 번역되었으면 한다. 현재의 추리문학 수입은 너무 최신의 유행에만 집착하고 있어 본인같은 독자들은 고전을 접할 기회가 극히 드물다.(예를 들어서 도로시 세이어스, 존 딕슨 카의 작품들, 요코미조 세이시, 마쓰모토 세이초, 엘러리 퀸 등등....) 고전의 매력은 빛바래지 않는다. 고전의 진가를 다시 한번 알려준 <점과 선>은 빼어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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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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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집(원제는 고숙孤宿의 인人,인데 국내에서는 좀 그런 제목이다. 아니면 출판사에서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을 의식했을지도..ㅡㅡ;;ㅋ)은 출간이 되자 마자 읽고 싶어 안달이 났던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 소설이다. 시대 미스터리 소설에서 이 '시대'는 대부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이 시대를 배경으로는 역사소설이나, 게임, 추리문학 등은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야베 미유키에 따르면, 그녀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이유는 바로 '에도 시대는 쉽게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에 같이 사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다. 그때는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였다.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에 나는 이소설을 쓴다'라고 말한다. 책의 맨 앞머리 작가소개에 있는 이 문구를 보고 겨울추위에 얼어있던 가슴이 훈훈해졌는지... 미야베 미유키는 역시 마음이 정말 멋진 작가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추리물 이외에도 다양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썼는데, 조만간 소개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고향인 후카가와(深川)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도 있다는 점인데 이 작품도 꽤나 재미있을 듯.

* 앞에서도 말했듯이 에도 시대는 사람들이 살아가던 응집력이 매우 강하고 끈끈한 정이 살아있던 시대였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그러한 지향점은 집요하게 드러나는데, 주인공인 아홉 살 짜리 소녀인 '호'와 자유를 꿈꾸는 열일곱 살짜리 (청)소녀인 '우사'와의 끈끈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모습과 슬픈 최후를 통해 미야베 미유키는 동양적인 자기 희생의 드라마를 펼쳐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굳어 있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다채로운 재능의 단면을 매우 잘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기리노 나쓰오도 다양한 재능이 가득차 있는 책상을 하나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야베 미유키도 다양한 재능이 가진 책상을 가진 사람인 듯.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나오키 상 수상작인 '이유'나 '화차', '이름없는 독'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 작품 또한 그에 못지 않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에 나오는 다양한 신분의 인간군상들이 치밀하게 관계를 주고 받으며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는 섬세한 구성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 전통적인 추리소설로서 이 작품의 재미나 트릭, 수준은 어떠한가. 아쉽지만 섬세하고 치밀하게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이 작품은 그 품질(?)이 약간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의문사도 있다. 연속살인으로 추정되는 독살도 있다. 하지만 치밀한 트릭도 아니거니와 작품 주제와의 연관성도 크게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지금의 다양한 작가들이 지향하는 '두뇌싸움'없는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한 유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그들이 가져다주는 애증과 희노애락을 통하여 진실한 인간의 면모와 우리 인간의 가지고 지향해야 할 진정한 의미를 속삭이듯이 말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미야베 미유키 목소리는 작고, 조용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고나서 느끼게 되는 가슴속의 울림은 크고도 깊었다. 

* 이 작품은 시대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러나 시대 미스터리 소설답지 않게, 이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현대적이고, 현실적이다. 감정 표현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이 작품에 나오는 '우사'는 지금의 당찬 여고생을 보는 것 같다. 또 다른 주인공인 '호'는 다소 전통적이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보는 것만 같았고.. 그 외에도 당대의 관념이나 미신에 사로잡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가가님', 의사가문, 공포와 악령에 사로잡힌 쇼군, 사랑에 갈등하는 신분 높은 아가씨, 먹고 살 길을 잃어버려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들 등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것 또한 없지 않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느끼는 근본적인 고독과 담담한 절망, 사랑에의 갈망이다.

* 이 작품의 결말은 다소 화끈(?)하다. 장미의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결말이 다소 허탈하고 지성의 공허함을 독자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결말은 새롭고 힘찬 재생과 시작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슬펐다. 하지만 다음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슬픔이었다. 지극한 슬픔 속에서도 삶의 또다른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이야기는, 작가의 탁월한 작풍과 감성이 대단히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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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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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광고중에서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영화 홍보 광고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체리필터의 경쾌한 노래와 함께 어우러지는 나문희와 동물 가면을 쓴 세 남자들,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웃게 될거예요>라는 문구 같은 것들 말이다. 영화 개봉에 맞추어 <권순분>의 원작 소설인 <대유괴>도 출간되었는데, 이 작품은 '주간문춘'이 선정한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에 등극한 전설적인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나 <점성술 살인사건>,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등을 모두 제치고 이 작품이 1위에 올랐다니 경이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출간된 연도는 7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4공화국 10월 유신 때이지만 지금의 독자가 이 작품을 읽어도 탄성이 저절로 나올만큼 이 작품은 내용이 경쾌하고 발랄하면서도 견고하고, 치밀하여 지금의 독자에게 놀라움을 가져다 준다. 70년대에 이 작품을 지은 덴도 신이라는 작가에게 존경심이 느껴질 정도의 수작이라고 생각되며, 덴도 신의 새로운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 한 작품만으로도 독자는 작품성에 반하고 작품의 유머와 정성, 사랑스러움에 반해 <당신은 반드시 웃게 될거예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장르 구분 원칙에 따라 도서추리소설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이 작품은 국내에는 권순분 여사로 소개된 야나가와 여사를 납치하는 3인조 일당, 즉 무지개 동자들의 범행 모의와 범행 과정이 전부 독자에게 제시되며, 둘째로 3인조 납치단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지개 동자들의 범행권을 빼앗아 몸값과 납치공개방송 등을 지시하는 82세의 야나가와 여사의 범행계획이 전적으로 독자에게 공개되고, 셋째, 정체가 알려진 범인(즉 야나가와 여사와 무지개 동자들)과 경찰(필사적으로 여사를 찾으려는 경찰 이카리 등)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도서추리소설의 요소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경찰이 주인공이 아니라 범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빵(:교도소)에서 나오기 전부터 야나가와 여사를 납치하기로 하는 3인조 일당인 겐지와 마사요시, 헤이타는 대재벌인 여사를 납치하기에 앞서 완전범죄계획을 하나둘씩 실시해 나간다. 먼저 자동차와 피해자를 숨겨둘 맨션 등을 구입하고, 여사의 저택 앞에서 여사의 하루 일과와 걸음을 하나둘씩 샅샅이 조사해나간다. 거대한 삼림이 우거진 고장이 이 작품의 배경인데, 이 작품의 배경인 작품의 트릭과 함정, 분위기 형성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들을 해주고 있다. 여하튼 여사를 납치하기에 앞서 무지개 동자 3명은 온갖 고생과 시련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들이 매우 유머러스하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무지개 동자들은 흉악한 범죄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매우 매력적이고, 귀엽게 그려져 있다. 명민한 두뇌를 가지고 범죄를 계획하는 리더인 겐지, 그리고 우둔하고 큰 덩치의 마사요시와 막내인 헤이타. 여사를 납치하기 위해 많은 단서와 자료를 모으고, 그들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배설물(?)도 땅에 잘 파묻는 치밀함을 보인다. 때마침 먼 친척 처녀와 함께 자신이 가진 거대한 삼림을 누비며 등산을 즐기던 여사는 마침내 무지개 동자들에게 납치되기에 이른다. 납치과정은 대단히 당황스러운면서도 재치있게 그려진다. 선그라스와 스타킹, 마스크 등을 뒤집어 쓰고 여사를 위협하는 일당들과 일당들을 논리적인 추리로 호령하면서 주도권을 잡아내는 야나가와 여사. 야나가와 여사는 오히려 일당의 범죄를 도와주고, 궁지에 몰린 그들을 위하여 대단히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고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야나가와 여사가 자신을 납치한 무지개 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는 배설물을 찾아내는 형사는 보이지만 피가 보이지 않는다. 죽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이 소설은 엄청난 거액을 둘러싼 일대의 살벌한 납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화기애애함이 넘쳐난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사회복지사업에 힘쓰고 인간미와 인간애가 넘쳐나는 명민한 할머니인 야나가와 여사, 가슴에 상처를 품고 있지만 야나가와 여사에게 그리움을 느끼는 겐지, 그리고 우둔하지만 선량함과 순수함을 가슴속에 간직한 마사요시와 헤이타, 그리고 서서히 마음을 바꾸어 가는 여사의 아들과 딸들, 그리고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내는 형사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에는 유괴라는 사건이 가져다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복선에 더하여 문장의 견고함과 정성이 가져다주는 훈훈함과 즐거움, 밝음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다.

야나가와 여사의 납치에 성공한 무지개 동자들은 기뻐하지만, 이내 자신들이 궁지에 몰렸음을 여사에게 인정하고, 여사에게 자신이 어쩌면 좋을지 조언을 청한다. 매우 코믹한 설정이 아닐 수 없는데, 여사는 이들을 여사가 가진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하여 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티비와 라디오에 공개되는 여사의 모습과 범행과정,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편지, 그리고 대단한 방법으로 옮겨지는 100억엔의 몸값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시종일관 놀라운 복선과 트릭,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도 이에 못지 않게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작품이 가져다 주는 거대한 스케일, (미국의 모함까지 동원될 정도의) 자연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소박한 인간미와 행복 등의 다양한 재미와 주제도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의 사소한 즐거움,- 불상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는 야나가와 여사 -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그치질 않는다. 영화는 이 부분들을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영화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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