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에 찬 비정한 청년이 목적에 따라 차근차근 냉혹한 계획을 밟아가는 완전범죄 소설. 임신한 여학생은 남자친구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그는 결국 여자친구를 죽이려고 한다. 방법은 자살로 위장하는 것. 유서까지 조작할 것을 결심하는데...
<죽음의 키스>는 아이라 레빈(Ira Levin)이 23살 때 쓴 처녀작으로, 당시의 독서계를 진동시켰고, 레빈을 일류의 미스터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걸작이다. 당시의 트릭에 집착하는 미스터리의 형식에서 벗어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고, 당대의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야망과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줌으로서, 물질 만능 주의와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상과 그것에 물든 젊은이의 심리를 날카로운 필치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출세와 야망과 장래의 영광에 의지를 불태우는 20대의 대학생이다.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를 이용하고 또 그 사랑이 방해가 되자 사랑하는 여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무뢰한이다. 한 개인의 출세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살인으로 이어지고 끝내 파탄과 파멸의 길로 치닫는 젊은이의 비극이 작품의 내용이다. 비록 소설의 형식이지만 이 작품은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큰 작품이다. 당대 미국의 젊은이들의 가치와 어두운 뒷면을 집중 조명함으로서, 양지에 가려진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출세와 재물을 위해 인간을 짓밟는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약관 스물 셋의 나이에 이런 작품을 쓰다니, 아이라 레빈은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된다.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보자면 이 작품은 역으로 범인의 범행과정을 보여주는 도서라고 볼 수 있다. 여타 추리소설들의 범인들과 마찬가지로 범인인 주인공은 치밀한 범행 계획을 수립하고 하나하나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범행의 예정이 몇 가지 오차가 생김으로서 범인은 임신한 애인을 참혹하게 살해하기에 이른다.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가진 출세와 황금에 대한 욕구는 사그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그의 마음을 불태우고, 자신이 죽여버린 애인의 언니들에 또 다시 접근하고, 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의혹을 품은 언니와 그 후원자의 추리에 의해 자신의 범행과정이 탄로날 것을 두려워한 범인은, 또 다시 냉정하고 가차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작품을 읽어나가며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사람의 목숨을 파리의 그것보다도 하찮게 여기는 범인의 냉혈한적인 모습에서의 인간성 상실과 가치 전도를 드러내는 모습에서 느끼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와 타락한 부분이다. 작가는 아마도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신봉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참혹한 죽음과 이에 대한 단서를 얻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또 다시, 살인범인 젊은이는 또 다른 여자에게 접근하기에 이른다. 더없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고, 결혼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의심을 품게 되고, 아마추어 탐정의 헌신적인 추리에 의해 남자의 정체는 탄로나게 되고, 비극적인 결말로 작품은 막을 내리게 된다. 범인의 마지막 위기에서 느끼는 심리의 갈등도 특히 볼 만한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그래서 다른 사람과 다른 권리와 이익을 누려야 한다는 우월적인 심리와 지금 자신이 처한 파리보다 못한 위기위식이 겹쳐져서 심리의 극한 갈등이 벌어지고 끝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참 잘 묘사해 놓았다. 작품의 마지막 한 마디도 볼만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1950년대의 사회상을 다룬 것이지만, 왜 5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왜 이렇게 이 작품에 공감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생명과 진솔한 사랑보다는 황금과 영욕의 노예가 된 우리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일 것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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