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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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벌어진 홍대 앞 살인사건이며 몇달전에 세간을 떠들썩 하게 했던 안산역 토막살인사건, 청와대 행정관의 아내 살인사건 등을 저지른 범인은 결코 이상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숨쉬며 거리를 활보하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수많은 살인사건 중에서 우리는 유영철과 같은 연쇄살인범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연쇄살인범의 심리세계는 그야말로 우리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가 대체로 난해하다. 미국의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살인사건에서 차지하는 전체비중은 극히 미미하며,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지극히 정상적인 두뇌와 육체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데이비드 버스의 이 저서의 이름은 바로 <이웃집 살인마>. 전체적으로 보면 저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의 살인 본능을 조절하고 상황에 따라서 발달시키는 살인 회로가 인간의 뇌에 존재한다고 보고 있으며, 진화 심리학이라는 다소 우리들에게 생소한 심리학의 분야를 통하여 살인을 저지르려는 인간의 본성과 살인 심리의 진화와 발전,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통한 살인의 이해 및 지위와 명예를 위한 살인과 생명체의 번식과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의 살인 또한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추리소설을 보면 색안경을 쓰고 쳐다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그러하지만 이러한 선정적인 제목을 가진 책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읽기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내용은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살인 행위를 중점으로 서술해나가는 고급스러운 심리학 개론서로서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상담 기록과 살인사건들을 여과없이 리얼하게 서술해 놓은 논픽션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추리소설로만이 아니라 수없이 우리들이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아왔던 사건들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이 책이 가질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래,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살인사건들이 벌어졌고, 또 그것을 통하여 부를 축적해나가는 사람들 또한 등장하였다. (바로 죽음의 공작부인인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를 그 예로 들수 있을 것이다. 또한 CSI 한 회 출연에 5억씩 받는 길 그리썸 반장도 그 수혜자임에 틀림없다.) 갈등에 대한 최상의 해결책이 바로 살인이라는 사람들이 이 저서 속에는 수도 없이 등장한다. 아내를 죽이는 남편, 남편을 죽이는 아내, 그리고 자식을 죽이는 부모와 부모를 죽이는 자식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인간을 환경 속에서 만나면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애증의 관계를 형성하고는 한다. 애증이 폭발하면 늘상 벌어지는 것이 살인인데, 한의 민족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감정의 폭발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지금 이 순간도 살인은 계속되고 있으며,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위하여 부지기수의 사람들을 살해하는 경우도 많고, 누군가의 명령에 의하여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에 우리는 언제, 어딘가에서 조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인은 어쩌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전쟁이 벌어지면 사람의 목숨은 파리의 목숨이 되고는 한다. 또한 연쇄살인범들은 매일 밤마다 맥주를 마시듯이 살인을 저지르곤 한다. 또한 수천년전에 살았던 냉동인간의 해부 결과, 그의 몸속에서 상처와 화살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도 '살해' 된 것이다. 이렇듯 살인과 우리의 인생은 대단히 밀접해보이지만, 과연 우리는 어째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저자는 진화 심리학이라는 생소한 심리학의 분야를 통하여 인간이 저지르는 살인의 행위를 심층적으로 해명하고 인간의 두뇌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살인 회로라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써 인간의 살의를 적극적으로 해명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약간은 무섭다. 깊은 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만나는 낯모르는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우리는 가슴속에 묻고 다니지만, 우리도 손쉽게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하지만 저자의 살인에 대한 해명은 상당히 명료한 것으로, 이러한 인간의 살인 의지와 행동 패턴을 충분히 이해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들이 저지르는 범행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총 9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간의 살인 심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명과 해석, 그리고 인간의 진화되면서 동시에 진화되는 인간의 살인 의지, 그리고 짝짓기 게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치정살인이 주를 이루는 남녀간의 문제, 사랑이 부르는 살인, 강간범, 스토커, 이상심리자 및 간통 등을 통한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해명과 설명을 합리적으로 서술해주고 있다. 또한 부모가 자식을 죽이거나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상황에 대한 내용도 이 책에서는 파악할 수 있으며, 지위와 명예를 위해 벌어는 권력자들의 살인 및 우리안에 내재된 살인자로서의 심리에 대한 해석도 내놓음으로써 글을 마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서워질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나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 제시된 수많은 살인 방어 기제의 예를 살펴보면 우리는 천상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안도할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우리도 언제, 어디에 있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순식간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 당신이 누군가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더하여 진화 심리학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하여 맛배기로 살필 수 있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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