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요코미조(명탐정 코난을 보신분이라면-가끔 출연하는 요코미조 형사(삼형제)를 알 것이다) 세이시와 그의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게 된지 벌써 4년여가 되어간다. (코스케의 손자인 김전일 소년을 만난것은 훨씬 더 오래되었으리라.) 분명 고교 시절에는 <혼징살인사건>을, 고3때는 <옥문도>를, 그리고 재수생 시절에 <팔묘촌>을, 그리고 지금은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읽어나간 것이었다. (모든 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만.)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작가는 국민대표탐정 긴다이치 시리즈 외에도, <사시치>(명탐정 코난 56권 - 코난이 찾은 명탐정 시리즈 참조)라는 탐정이 활약하는 역사추리시리즈 외에도 고정출연하지 않는 탐정이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다. 또한 일본의 3대 역사 추리물로 꼽히는 사시치 시리즈는 긴다이치 시리즈와 합쳐 250여편이라고 한다. (긴다이치 시리즈가 80여편이니 사시치 시리즈는 170여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1970년대의 요코미조 붐(요코미조 붐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된 영화가 바로 <이누가미가의 일족>이라는 작품. 이시자카 코지가 긴다이치 코스케로 열연. 2006년 30년만에 리메이크 된 작품.) 이전에는 일본의 추리소설계는 고전추리소설이 시들어가고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사회파 추리물이 대세를 이루게 된 시기였다. 고리타분해진 작가가 되어버린 요코미조는 분개하면서도(?) 고전추리소설의 종지부를 찍을 회심의 역작, 대작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작품. 초기의 걸작인 <옥문도> <팔묘촌> <이누가미가의 일족>과는 시기적인 단절이 어느정도 느껴지는 작품으로서, (1960년 작, 우리는 그때 4.19혁명을 치르고 있었던 그때 그 시절-) 작가의 모든 역량과 노장의 기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노익장이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작가중의 하나인데, 결장암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에도 큼직한 구성의 여러 작품들을 구상해놓았다고 전해진다. 

1960년대에 발표된 이 작품의 배경은 쇼와 30년(1955). 그간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느라 지칠 때로 지친 긴다이치 코스케는 휴양을 위해 귀수촌이라는 시골마을에 있는 거북탕이라는 곳에 여행을 떠나게 된다. 15페이지의 <긴다이치 코스케라고 항상 걸신들린 것처럼 사건을 쫓아다니는 건 아니다. 그도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는 유머로 웃어둘만하고, 상당히 많은 세월이 흘러 데뷔작인 <혼진살인사건>에서의 20대 젊은이였던 긴다이치는 벌써 장년이 되어 있고,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온 이소카와 또한 처를 여의고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소카와가 오래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을 긴다이치에게 이야기해줌으로써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얽히게 되는 작품의 상황이 전개되어 간다. 배경이 되는 그 이름도 음산해보이는 <귀수촌>이라는 마을에서는 명절 준비 외에도 또 하나 마을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귀수촌 출신으로서 전국을 뒤흔드는 여배우로서 성장한 오조라 유카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 이 설정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깨어진 거울>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그녀의 귀향과 함께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민요에 맞추어 벌어지는 의미를 알수 없는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동기와 범행의 의도는 알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에서 작가는 이 작품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수많은 배려를 해두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반 다인 선생의 <그린 살인사건>에서 볼 수 있는 동기의 모호함과 <비숍 살인사건>에 사용된 머더 구즈의 활용,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하나의 퍼즐이 되어 마침내 풀리게 되는 오랜 수수께끼가 해결되면서 얻게 되는 지적인 쾌감, 그리고 작가 개인의 슬픈 가정사를 암시하는 듯한 눈동자에 빠져버릴 듯한 등장인물들. 처음 도입부분, 즉 과거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부분에서부터 작가는 완전히 독자들을 속이는데 성공한다. 알고보면 참으로 단순한 트릭이지만, 감탄할 만한 트릭이 이 작품에서는 초기부분에서도 활용되었다. 그리고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만이 아니라 마치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섬뜩함과 끈적끈적한 시골 특유의 인습과 구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여자를 연상시키는 괴인물이 등장하여 극적 긴장감을 훨씬 더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괴인의 설정은 첫번째 작품 혼징살인사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참고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범인들은 십중팔구가 이러한 괴인들이라는 사실.) 마을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동요인 공놀이 노래에 맞추어 무시무시하고 기묘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세 구절로 이루어진 동요속에 모든 단서가 제시되지만, 결말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은 놀랄만하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풀어지는 부분은 더더욱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보다 훨씬 더 많다!!) 작품을 읽는데 약간의 혼선이 없지 않았다. 등장인물 소개가 없는 출판사의 배려가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결말 부분에서는 고전추리소설 특유의 토론 논술형 추리가 한 판 벌어지게 된다. 상당히 장대한 구성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읽는데 많이 지쳤는데 긴다이치의 추리가 깔끔하고 명쾌해서 더없이 좋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범행동기와 인물 또한 기절초풍할만한데, 알고 보면 애절한 슬픔이 느껴지는 다소 애처로운 범인과 범인을 둘러싼 상황이 아닐 수 없었고, 불가피한 살인이라 더욱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명언이 이 작품에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에 소개될 작품은 그 유명한 <이누가미가의 일족>인데 과연 어떨까. 드라마, 영화로 각기 한번 보았는데 더없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고로 원서는 사놓고 만지작 거리는 중)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후에도 요코미조 세이시는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악마의 총아>, <백과 흑>, <가면 무도회>, <병원 비탈길에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마지막 작품이 된 <악령도> 등인데, 이 작품들도 꼭 보고 싶고, 긴다이치 시리즈외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 또한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코타로 등 현대(추리)작가들의 작품은 막 쏟아지는데 요코미조의 작품은 이제 총 네 작품(나비부인 살인사건까지 더하여 5작품)이 소개되었다. 본격추리소설을, 긴다이치 코스케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란다. (그래야 또 번역이 될테지.)

하고 싶은 말 : 후루하타 닌자부로 (일본의 콜롬보라 볼 수 있음) 시리즈 중 <지금, 소생하는 죽음>에서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의 무대가 되는 귀수촌이라는 마을의 패러디인 <귀절촌>이 등장.
그리고 70년대의 긴다이치 코스케인 이시자카 코지 또한 이 드라마에서 사건의 열쇠를 진 인물로서 등장. (자세히 생각해보니 이게 작가(미타니 코우키)의 배려라는 것을 알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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