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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내를 가진 남자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4
패트릭 퀜틴 지음, 심상곤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평점 :
빌 하딩은 자신의 친구 찰스와 함께 유럽으로 달아난 아내 안젤리카와 뉴욕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허름한 술집에서 3년 만에 만난 그녀는 병색이 완연한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랑의 도피행을 함께 했던 찰스와 헤어진 그녀는 햇병아리 작가 제이미와 사귀고 있지만 그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분명했다. 대부호의 딸로서 자신에게 헌신적인 아내 베시, 자신을 버렸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가련한 안젤리카 사이에서 흠들리는 사이 빌 하딩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끔찍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패트릭 퀜틴의 장편추리소설이다. 패트릭 퀜틴은 엘러리 퀸과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팬네임이다. 휴 휠러와 리차드 윌슨 웨브 두 사람이 패트릭 퀜틴이었는데 이들은 다양한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매우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부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퍼즐 시리즈에 대한 설명이 뒤의 해설에 있다.) 미국추리작가협회 특별상도 수상하였다. 작품경향은 명탐정이나 하드보일드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자기도 모르게 휩싸이게 되는 휘말리는 형의 등장인물과 결혼 생활의 위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또한 주인공인 빌 하딩이 전처를 잊지 못해 전처와 그의 남자 친구가 뒤엉키게 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타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애거서 크리스티보다 휠씬 섬세하게 주인공인 빌 하딩의 심리와 심정을 감성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객관적이고 건조한 문체보다는 섬세하고 단아하고 잘 읽히는 문체를 주로 사용하였다. 안정적인 생활과 사랑스럽지만 외적으로는 그다지 출중하지 않은 아내와 아름답지만 퇴폐적이고 병약한 정신의 전처 베로니카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마음에 독자들은 크게 공감하고 감동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은 전처 베로니카와 아내, 아들, 장인과 처제, 베로니카의 남자 친구인 젊은 햇병아리 작가 제이미와 친구 부처 등이며, 이들 인물을 중심으로한 섬세하고 촘촘한 인간 관계망이 여타 일류 추리소설작가들 이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일일연속극의 인간 관계를 보는 듯 했다. 주인공의 전처 베로니카의 아내의 연하 남자 친구인 제이미와 하딩의 처제가 얽히게 되며, 여기서 어린 소설가 제이미는 돈과 탐욕에 미친 인간으로 묘사되며, 지극히 이기적인 속물로서 묘사된다. 빌 하딩의 처제와 제이미의 관계는 결혼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여기서 기묘하게도 제이미는 자신의 집에서 총을 맞은채 시체로 발견된다. 게다가 그 시각 즈음에는 정신적으로 갈등하던 주인공 빌 하딩이 아내가 출장간 틈을 타서 전처인 베로니카를 몰래 끌어들여 육체적 욕망에 굴복하지만, 그 장면을 가정부와 아내에게 들키고, 살인사건까지 겹쳐 주인공인 하딩은 크나큰 위기를 맞게 된다.
모든 추리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에서도 살인사건의 동기는 알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이 작품에서는 콜롬보 빰치는 트랜트 경감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하딩과 주변 인물들, 그들의 알리바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다니게 된다. 하딩의 심리를 잘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도서추리소설과도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제이미를 사귀고 있던 하딩의 처제를 위해 모든 가족들이 철벽같은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하딩의 장인인 CJ는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하딩의 가정부를 매수하고, 수사하는 경찰권력에 까지 손을 뻗친다. 모든 가족이 알리바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추리소설적 기법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고, 감탄할 만한 요소라 할 만하다. 게다가 이 작품에서는 권력과 금전에 구속된 인간의 심리 또한 잘 묘사되어 있다. 끝내 엉뚱한 사람인 베로니카가 범인으로 몰리지만, 주인공인 하딩은 베로니카를 위해 가정의 파국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부부 사이의 심리와 애증, 음모 등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맛이 잘 묻어나며, 잘 짜여진 인간관계와 심리묘사, 알리바이 파괴와 의외의 반전들이 잘 어우러진 명작추리소설.; 역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