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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ㅣ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두 번째 장편소설. 시한부 생명을 구하기 위한 24시간의 도주극을 그린 이야기로, 속도감과 서스펜스의 강도가 매우 높다.
험악한 인상 때문에 평생 범죄의 그늘에서 살아온 아가미는, 새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골수이식이라는 선행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식 수술 하루 전날 터진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중요 참고인으로 수색 명령이 떨어진 아가미. 경찰에 붙잡히면 이식 수술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진범인 연쇄 살인마와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까지 합세하여 아가미를 추적해 오는 상황에서, 백혈병 환자를 구하기 위한 아가미의 목숨을 건 도주가 시작된다.
작가의 전작인 13계단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함정, 최후에의 결말 설정과 반전이 전작을 능가하는 듯한 작품이다. 사회 비판적인 요소도 군데군데 담겨있지만 주인공인 야가미를 쫓는 미스터리의 괴집단 일당들과 경찰들의 추격과 제한된 시간내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고도로 증폭된 긴장감과 공포, 수수께끼가 잘 어우러저 최상급의 서스펜스를 이루고 있다. 먼저 주인공의 설정도 전작품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독특한 편이다. 주인공은 야가미는 30대 초반의 겉늙어보이는 악당 범죄자. 돈때문에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짓도 서슴지 않았으며,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인간이다. 그러나 야가미가 얽히게 된 의문의 연속 살인 사건에 야가미의 유년시절을 잘 알고있는 후루데라 경장이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쫓기는 자인 야가미와 쫓는 자 중의 하나인 후루데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믿음의 끈이 생기게 되고, 작품을 읽는 내내 긴장감 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마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인 야가미는 자기 명의로 설정해 둔 친구의 집에 갔다가 친구가 욕탕에서 살해당한 것을 보고 즉시 그 자리에서 달아나려 하지만 달아나려는 순간 의문의 사내들에게 추격을 당하게 되고, 야가미는 일련의 살인 사건의 중요 참고인으로 지명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날은 범죄자로서 악행만을 일삼아 온 야가미가 다른 사람을 위해 골수이식을 하기로 예정이 되있던 날이다. 살인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 야가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골수이식수술이 예정된 병원으로 달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자신이 있는 위치와 병원의 위치는 극과 극이다. 수중의 돈도 부족하고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문의 사내들까지 자신을 추격중이다. 추격 씬이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야가미는 택시, 배, 수영, 강도질, 협박 등을 일삼아가면서(?) 병원으로 향하려 애쓴다. 반면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경찰들 또한 사건에 대한 일련의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해 나간다. 의문의 연속 살인과 마약, 정계에 얽힌 미스터리들을. 작가가 마치 사실처럼 꾸며낸 그레이브 디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지금까지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단서가 하나 둘씩 제시된다. 바로 골수기증자들이 연속으로 살해된 것인데 결말부분에 가서야 범인의 실체에 대한 놀라운 반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주인공인 야가미는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은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며, 연속 살인사건에 걸맞지 않는 훈훈함과 인간미를 이 작품에서는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 나오는 여러 배경이나 호텔, 지명등은 거의 대부분 실제를 모델로 하였다고 하니 사실감 또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 읽게 된 추리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13계단을 읽으신 분이라면 이 작품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