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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점성술 살인사건과 함께 유일하게 국내에 번역된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탐정 역의 기타라이는 뇌과학 교수로 등장하고, 액자형 소설의 형식으로서 기타라이가 동료 교수들에게 자신이 해결한 살인사건의 전모를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먼저 배경은 한적한 네스 호 근처의 마을 티모시이다. 이국적 배경과 더불어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더없이 효과적인 사건의 무대. 이 작품이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요소이기도 하다. 미타라이는 적극적으로 사건의 추리에 참여한다기보다는 조용히 핵심을 간파하고 의외의 범인을 약간은 비아냥거리며 잡아내는 다소 조용한 탐정이 되어 사건에 참여한다. 점성술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점성술 살인사건에서처럼의 경탄할 만한 고도의 트릭이라기보다는 범인이 교묘하게 제시하는 암시의 제스처 수준이라고 이 작품에서는 해석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의 수기가 계속해서 암시된다. 구약성서에 기반을 둔 인간의 세계관과 정신심리, 공포심리와 복수의식은 점성술 살인사건의 심리묘사보다 훨씬 적확하고 리얼하다. 그리고 계속되는 연속살인과 분리된 시체들의 암시, 과거의 살인은 김전일 시리즈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과거의 사건이 아닌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는 사건인지라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훨씬 긴장감과 충격이 더했으며,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의 인간군상들의 갈등과 살인, 비밀 장소 탐색 등은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작가의 탁월한 지식으로 인간심리에 대한 심연과 트릭, 의외의 힌트들이 너무나도 적절하게 제공되는 또 하나의 수작이다. 밀실 살인이나 알리바이 트릭에 중점을 두지 않았으며, 인명을 지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작용하는데, 거의 마지막 살인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제시된다. 피해자의 다잉 메시지와 범인이 남긴 듯한 지문. 범인이 상당히 머리를 쓴 듯 하지만 이 단서들에서 미타라이는 결정적으로 범인을 지목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로드니 라힘'의 심리 묘사는 이 작품에서 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살인의 배경이 되는 티모시에서 어린 시절은 보낸 인물은 로드니는 어머니가 마을의 사람들에게 살해당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마을에서 떠난지 수십여년이 지났어도 그 마을에 대한 인상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적은 수기 또한 그가 범인임을 암시하고 있으나 결말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실은 단서를 하나하나 조합하여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갑자기 등장하는 의외의 범인에 약간은 당혹스러움을 가지게 되는 구조가 바로 이 작품이다. 달리듯이 빠른 작품전개에 번개처럼 나타나는 범인. 점성술 살인사건에 비하면 약간은 비흡한 부분이 이 작품에서는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을씨년스러운 시골 마을의 분위기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연속살인과 숨겨진 과거의 분노와 복수는 <전설의 고향>을 능가하는 작가의 탁월한 공포성을 보여주며, 의미가 없는 듯한 범인의 행위에도 다양한 메시지가 깔려있다는 치밀한 추리와 논리로 포장된 작가의 재주를 맘껏 뽐내는 듯한 소설이다. 범행동기 또한 지극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고 독자들은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말 부분에서 그러한 추리는 당연히 허물어지고 독자들은 놀라게 될 것이다. (물론 김전일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그다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는 그런 설정이었다.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상상력(특히 구약성서의 해석이라든지,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 등.)이 유감없이 이 작품에서는 발휘되었으며, 이국적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그 모든 것이 대단히 생생하게 느껴진 것 같았다. 종교적인 색채와 환상적인 트릭, 그리고 마지막 결말이 대단했던 작가의 탁월한 작품이라고 아니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읽어본 작품은 두 작품 뿐이지만..;;) 개인적으로 사건 당시의 명탐정, 부검의에서 현재 뇌과학 교수에 재임중임 주인공 미타라이는 약간 코믹했다. 못하는게 없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직업과 사건을 가지고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지 몹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