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대경 일본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탐정 및 형사들이 등장하여 수수께끼를 푸는 본격 미스터리가 쇠퇴하기 시작하고,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사회파 추리작가들이 크게 대두하여 그 흐름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이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가 절필선언까지 하게 되는 사태도 발생한다.) 그러나 1981년 마치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의 화려한 한 작품이 또 다시 일본 추리소설계의 판도를 뒤흔들게 되었으니, 그 시초가 된 작품이 바로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다. 이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 상에 작가가 응모해 최종심까지는 올랐으나 낙선해 이듬해 제목을 바꾸어 본격 미스터리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은 작품이다. 1981년 본격 미스테리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죽음 이후 2개월 뒤 이 작품이 발표되었는데, 본격 미스터리 작가의 <환생>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이 작품은 당대를 풍미하고 신본격 시대의 시작을 알린 걸작이다. 물론 추리소설을 즐겨읽거나 추리만화를 즐겨본 분이라면 이 작품에서 쓰이는 트릭이 다소 진부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트릭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전일 시리즈의 모 작품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주요 트릭 한 가지를 그대로 차용하고, 당당하게 그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음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한가지만으로는 이작품의 주요 부분을 다 알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으며,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본격 미스테리의 명작이라는 사실을 읽게되면 누구나 확신하게 될 것이다. (특히 후반부의 탐정역 미타라이와 왓슨 역 이시오카가 단서를 찾아 발로 뛰는 장면이 좋았다. 수사반장 시리즈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트릭 및 수기, 살해방법 및 등장인물들 모두가 기묘하고 괴이하거니와, 작품 내에서 40여년이 지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만큼 그 전체적인 상황은 대단히 미스터리하다. 그러나 천재적인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이름이 대단히 코믹한데, 작품을 읽게 되면 잘 알 수 있다.)가 왓슨 역을 자처하는 이시오카의 권유를 받아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감으로써 대단원의 막이 오르게 된다.

처음 도입부는 살해당한 피해자가 죽기 전에 적어 놓은 기묘한 수기로 시작된다. 여섯 딸의 완벽한 신체 부위들을 모아서 가장 완벽한 육체를 만드려는 꿈을 가지고 피해자인 다이키치는 완벽한 살인 계획과 자살 또한 암시한다. (영화 '검은 집'에서 보았던 사이코패스가 생각난다.) 그러나 다이키치는 살해당하고, 그의 딸들도 그가 수기에 적어놓은 것처럼 살해당함으로써 사건 전체가 거대한 미궁에 빠지게 된다. 수많은 탐정들과 경찰들이 사건해결에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게 되는데 미타라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단서들을 종합하여 첫 단추부터 잘 끼워나가기 시작한다.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는 여기에서 느낄 수 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논리적 추론과 해결을 통한 단추를 차례대로 끼워맞추는 형식을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묘한 밀실에 대한 추리가 시작되는데 상당히 난해하지만 미타라이는 피해자의 심리와 구두자국 등으로 매우 간단하게 추리를 벌여 놓는다. (밀실트릭이 좀 난해하긴 하다??) 이어서 후두부에 타박상을 맞은 피해자 사건을 추리하게 되는데 혈액형 등의 문제 또한 뒤섞여 사건 해결과 추리에 있어 극도의 난해함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또 다른 인물의 적절한 조력과 편지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본 각지에 퍼진 딸들의 시체에 대한 단서가 하나둘씩 제공되고, 기묘한 트릭이 숨어 있음을 탐정은 간파해낸다. 후반부에 있어서는 주로 발로 뛰는 수사를 보여주고, 피해자의 과거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을 미타라이는 만나봄으로써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게 된다. 이때 아무것도 먹지 않아 신경쇠약에 빠진 탐정 미타라이의 모습은 마치 홈즈 시리즈의 <빈사의 탐정>을 보는 것도 같다. 작가가 홈즈를 약간은 의식했는지 이 작품에 나오는 탐정 미타라이의 모습은 괴짜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에,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은 홈즈 밖에 모르며,(왓슨역의 이시오카가 말하는 명탐정들을 하나도 모른다고 자부함으로써 명탐정의 '굴욕'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재즈나 클래식, 외국어에 능통한 천재가 이 탐정의 성격인데 다른 작품으로 갈수록 점차 성격이 바뀐다고 한다. 

작가는 두 차례에서 걸쳐서 마치 엘러리 퀸처럼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낸다(고 하지만 이게 뭐냐??라고 본인은 생각했다.). 아쉽게도 김전일 시리즈의 모 작품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범인에 대해 대충 짐작을 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확실히 덜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범인이 사용한 트릭은 참으로 놀라운 트릭. 말로 하기 힘겨운 트릭이지만, 미타라이는 다른 것에서 힌트를 얻어 그 솜씨를 뽐낸다. 등장인물들의 알리바이가 완벽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논리의 치밀함과 기발한 트릭, 작품 전체의 촘촘함에 대한 이만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첫 작품인 이 작품이 얻은 애칭은 '전설', '토털 패션'.'본격 추리소설의 로마네 콩티' 등의 영광스러운 이름들이다. 이 한 작품으로 인하여 일본의 추리소설계의 난국은 확실히 평정되고 아비코 다케마루나 관 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 등의 화려한 작가군이 등장함으로써 다시 본격 미스터리의 꽃이 피어나게 된다. (무슨 삼국통일 같다.) 작가의 작품으로는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나 <마신유희> 등은 다양한 작품이 있고, 작가인 시마다 소지는 지금까지도 사형 제도나 일본인의 정신에 대한 평론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꼭 정식으로 소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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