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 [할인행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야기라 유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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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변명


아이들은 모르는 어른들의 사정이라고 말하듯이 어른들이 알 수 없던 아이들만의 사정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과연 알 수 없었던 것일까. 작품 속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거지 몰골을 하고 편의점에서 아폴로 2만원 어치를 사가는 아이들을 보며 점장은 소풍이라도 가나보구나 하며 눈 앞의 이익에만 시선을 두게 된다. 공원을 전전하며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빨래를 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니 아무것도 모르고 싶을 것이다. 젊은 또래의 청년들은 그런 아이들을 걱정하며 심적으로라도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기도 하지만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그들에게 더해질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들을 방치하고 간 어머니는 무책임한 돈봉투와 함께 기약없는 약속과 믿음이라는 허상의 단어로 아키라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그녀는 자신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했다. 행복해지고 싶은 것은 아이들도 똑같을 것이다. 그녀가 그린 행복의 환상 속에는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의 행복은 아이들의 부재가 되지만 아이들의 행복은 어머니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을 끝내 외면하고 그녀는 떠나갔다. 남겨진 아이들의 기억 속 어머니의 흔적은 바닥에 엎질러버린 매니큐어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들을 가슴에 끌어 안은 채 묵묵히 각자의 역할을 해나간다. 부모로부터 결여된 책임의식은 고스란히 맏이들의 몫이 되어 어른스럽게 동생들을 돌본다. 게임하고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고 싶을 나이에 아키라는 그 욕심을 하나하나 포기한다. 그리곤 친구를 잃어가면서 지키려했던 내적 윤리의식마저 죽어가는 유키를 위해 놓아버리고 만다. 몇 년전쯤 일본에서 맨홀뚜껑이라던가 하수구 창살을 뜯어 판매했던 절도범들이 검거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키라 식구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나 그 절도범들도 책임감, 윤리의식의 결여를 물론 꼬집을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개인의 특성으로 치부한다고 문제가 매듭지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환경들이 그들을 그런 궁지로 내몰았을까. 

당시의 일본 사회는 버블 경제의 붕괴로 인해 참담한 난항들을 겪었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자던 가정, 이웃들의 구성도 지독한 현실 앞에 씻겨나가는 비누 거품처럼 꺼져버렸다. 그리고 점차 핵가족의 형태를 취하는 사회현상에 따라 그들은 미래보다는 오늘을, 이웃보다는 자신을 챙기기에 분주하게 되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책임의식 없는 부모로부터 자라난 아이들은 방기되고 주변으로부터 고립되고 만다. 

모두 힘든 사회에서 보란듯이 떠밀려온 아이들에게 세상은 아무런 손길도 내밀어주지 않는다. 그 속에서 모두 알 수는 있지만 알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도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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